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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우리와 많이 다른 일본의 전통음악

by 일본의 케이 2018.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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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당신이 된 거야? ]

[ ............................... ]

[ 왜,맨날 당신이야,이왕이면 나를 뽑아주지 ]

[ ............................ ]

[ 당신이랑 똑같이 신청했는데.,나는 안 되냐고..]

[ 랜덤으로 뽑은 건데 우연히 또 내가 된거야,,,

그 날 갈 수 있지? ]

[ 안 갈거야, 기분 나빠서..]

[ 왜 기분이 나빠,,]

[ 어차피 보게 해줄거면 나를 뽑아주면

두배로 기분 좋잖아,,근데 또 당신이잖아 ]

자신이 당첨되지 않은 것에 속이 상한 깨달음에게

아무런 위로도 필요치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둔채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신년맞이 한일교류

 특별무대로 양국의 전통약기인

 [가야금]과 일본의 [고토]를 각 5명씩의 

출연자가 콘서트 형식으로 만든 연주회가 있었다.

깨달음과 둘이서 같은 시간 똑같이 응모를 

했는데 이번에도 내가 당첨이 된 것이다. 

공연 당일날, 출근하는 깨달음에게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혼자서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전화가 울렸다. 

벌써 들어와 자리 맞춰 두었다고,,.. 

 평창 올림픽 성공을 응원하는 메시지보드에 

적힌 내용을 하나 하나 꼼꼼히 살피고 있던

깨달음이 날 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입구에서 배부해 준 부록에는 한국 관광명소와

음식문화 책자, 관광명소, 신년달력, 메모노트까지

다양한 아이템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 역시,흰색이 어울려..품위가 있어 그릇들이..

내가 안 먹어 본 떡도 많네...

관광 가이드책 구입 할 필요 없겠어..

여기 제주도 명소, 맛집까지 다 나왔어..]

이거,,무료로 줬는데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애..

근데,당신,,왜 안 받았어? ]

[ 그냥,,] 

[ 가서 하나 받아 와.. 내 거래처 사장한테

 이거 주고 싶으니까..좋아할 것 같애...]

[ 그냥,,그거 줘...]

[ 싫어..이건 내가 가질 거야,,어서 받아 와..]

입구로 나가 내 몫?을 받자

얼른 자기 가방에 넣었다.

7시,공연시작 안내방송과 사진촬영을

하지말라는 부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야금과 닮은 일본의 고토는 

13개의 현으로 이루어졌고

가야금은 손으로 뜯어 연주를 하지만

고또는 인공손톱(쯔메)라는 골무를 

끼고 연주한다.

중국 당나라 때부터 아악 연주용으로 전래된 

현악기인 고토는 비교적 연주하기가 쉽고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난다.



깨달음은 사진을 찍고 싶어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지만 연주중엔 촬영금지여서 꾹 참았다. 

연주가 중반을 지나 끝나갈 무렵 맴버들의 합주로

 [아리랑]과 [사쿠라 ]가 연주 되었을 때 

깨달음은 소리죽여 눈물을 훔쳤고

마지막 곡이 끝나자 앵콜을 듣고 싶어

힘차게 박수를 쳤고 마이클 잭슨[ 빌리진]이

 앵콜곡으로 연주되었다.

1시간 40분의 연주가 끝나고 출구에 있는

평창 마스코스와 사진을 찍은 깨달음.


[ 너무 좋았어.. 이렇게 차이가 날 줄 몰랐어.

역시 DNA가 달라,,한국팀들은 어쩜 

저렇게 손놀림과 움직임이 아름답고 성숙할까...

온 몸으로 가야금 소리를 내잖아,,,

근데,,일본은 정갈하고 정해진 음을

정확히 내는 착실함이 그대로 전해졌어..]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나에게도 감상을 물었다.

[ 나도 고또 연주는 제대로 처음 들었는데

  역시 일본스러웠어. 흐트러짐없이 맞춤형 

음악이랄까..딱딱하다기 보다는 당신 말대로 

음을 전달하는데 뭔가 빈틈없는 성실함이 

느껴졌어..그에 비해 한국 가야금은 소리 속에

 스토리가 보였다고나 할까...같이 비교해서 

들어보니까 역시 차이가 나더라구..]

[ 한국 연주자들은 팔도 길고 손가락이 길어서

 연주를 시작할 때부터 손끝으로 

음을 탄다고 할까? 역시 몸부터가 틀려서인지 

분위기 전혀 달랐어..

난 중간에서부터 김연아와 아사다마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였어.]

[ 왠 김연아가 나 와? ]

 


[ 아사다마오가 절대로 못 따라오는 김연아의

표현력, 온 몸으로 보여주는 그 표정 하나하나를

흉내 못내잖아..이번 연주회에서도

 그걸 바로 알았어.

악기가 주는 감각도 달랐지만,,온 몸으로, 

혼신을 다하는 자세?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루브 같은 거 있잖아, 연주자들에게서부터

 차이가 많이 났어. 역시,,일본 고또는 

음 하나하나의 소리를 집중해서 

정확하게 내려고 하니까 차갑다고 할까,,

감정이 없는 것처럼,,반면, 가야금은 부드럽게 

넘어가는 흐름과 함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애절함이 있잖아그니까 눈물도 절로 나오지,,

따뜻함과 포근함도 있었고..확연히 달라..

한국인과 일본인처럼...

참 많이 닮았으면서도 전혀 닮지 않은 부분이 

있잖아,,,분명 일본과는 다른 성향의 예술적 

혼 같은 게 있나 봐..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한국 DNA를 섞지 않고서는 절대로 저런

손짓과 몸짓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못하겠지? 

역시 형님인 한국에는  따라가나 봐..]

[ 좋았다니 다행이네, 안 온다고 그래놓고 

오니까 좋지? ]

[ 그냥 해 본 소리였지.다음에도 당첨 되면 

데려와 줘~그 땐 잔소리 없이 따라 올게... ]

부끄럽지만 깨달음 덕분 관심을 갖게 된

 한국의 전통문화가 이젠 해외생활이 

길어져서인지 나도 이런 기회를 자주 접하고 

싶어지고 이렇게 가깝게 보 

헛헛했던 가슴 한켠이 

가득 채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옛말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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