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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의 눈물로 차려진 구정 상차림

by 일본의 케이 2017.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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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을 이틀 앞 둔 날, 동생에게서 

소포가 도착했다.


곶감, 김, 생강, 밤, 동치미, 문어다리, 떡국, 

고추장등이 들어있었다.

동치미국물까지 2통 넣어서 보냈다.

얼른 종이컵에 국물을 한모금 마셔보니

어릴적 먹었던 그 맛 그대로다.

개인적으로 내겐 참 사연많은 동치미여서인지

늘 눈물이 찔끔 난다. 

이곳에서 동치미 담기를 몇 년 시도 해봤지만

한국 조선무가 아닌 길다란 일본무로 담았더니

한국맛이 나질 않아 언젠가부터 담지 않았다.

바빴을텐데도 구정에 맞춰 보내려고

이것저것 챙겨보낸 동생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2017년, 구정을 맞이했지만

깨달음과 난 많이 바빴다.

늦은 퇴근과 빠른 출근을 하는 바람에

 우리 서로 따로 따로 움직였고

구정을 쇠야한다는 생각은 솔직히 

머릿속에 없었다.

그런 오늘 오후, 동생의 소포 속에 들어 있던 

문어다리를 구워 깨달음에게 줬더니 

넌즈시 묻는다.

[ 왜 우리 떡국 안 먹어? ]

[ 음,,,서로 먹을 시간이 없었잖아,,]

[ 아,그랬지..구정 지나서 떡국 먹으면 안돼? ]

[ 아니,,떡국은 언제 먹어 돼..]

[ 그럼 우리도 구정 하자..]

[ 그래,,알았어.]

[ 어머님이랑 가족들은 지금 뭐 한대?]

[ 응,,아까 내기 윷놀이한다고 그랬어..]

[ 무슨 내기? ]

[ 점심이겠지..]

[ 뭐 먹었대? 사진 안 왔어? ]

내기 윷놀이가 뭐였는지 카톡으로 진작에

알았던 나는 조금 주저하다

사진을 보여주자 [오메 오메]하면서

우는 시늉을 하고서는 빨리 찍어 보내라고 했다.


이 짜장과 통닭 사진만 아니였어도 그냥

 떡국만으로 저녁을 채울 생각이였는데

이 사진을 본 이상, 마트에 갈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깨달음이 ㅜㅜㅜ를 하며

나에게 무언의 시위를 해서...

그렇게 깨달음의 눈물 연기 덕분에 

차린 구정 상차림이다.

갈비, 잡채, 전, 토란조림, 나물3종 

김치2종, 동치미, 그리고 떡국까지.

깨달음은 아주 만족해 하며 하루 늦은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


동치미 자리에 잡채를 옮겨오더니 

한 입 가득 넣는다.

[ 맛있어? 만족했어?]

대답도 없이 바로 ㅜㅜㅜ를 한다.

[ 좋다는 뜻이지? ]

[ 응,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난다는 표현이야 ]


요즘은 한국 프로를 볼 시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은 한국 방송에서 나오는 재밌는 

제스쳐, 캐릭터, 상황설정들을 온전히 자기것으로 

만들어 표현하며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화가 났을 때도 저렇게 ㅜㅜㅜ를 하고

서운할 때도 ㅜㅜㅜ를 하면서 내 앞에 서서

자기 기분을 어필한다. 

눈물나게 화가 나고, 눈물나게 서운해서라고 한다.

ㅜㅜㅜ가 확실히 무슨 뜻인지 나 역시도 잘 모른다.

그냥, 슬플 때 ㅠㅠㅠ로 눈물 효과를

내는 것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거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깨달음은 자기나름대로 흡수를 잘 해서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 올 해도 건강합시다 ]

[ 응, 알았어,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는 못 갔지만 

한국에서처럼 잘 해먹고 있으니까 

가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 ........................ ]

비록 짜장면은 못 먹지만 이렇게 잘 먹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은 듯한 말투였다.

 올 한해도 깨달음은 변함없이 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채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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