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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2022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오늘은 깨달음 회사 송년회가 있었다. 아침부터 난 미리 담가 둔 배추김치와 깍두기, 오이김치와 창란젓, 그리고 조미김을 챙겨 나눴다. 3년 만에 참석하는 송년회인데 늘 저녁에 했던 모임을 올 해는 코로나도 있고 해서 점심으로 간단히 하자고 해서 오전 시간이 꽤나 촉박했다. 시부야(渋谷)까지 가는 이동시간을 맞춰 화장을 대충하고 냉동해둔 아이스팩을 꺼내고 있는데 깨달음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출발 하지 않얐냐며 송년회가 취소되었으니 그냥 신주쿠(新宿)에서 만나자고 했다. [ 무슨 일이야? ] [ 야마무라(山村)군이 심부전으로 긴급 입원했어 ] 오늘 오전 일찍 병원에서 진찰을 했는데 상태가 심각해 긴급으로 입원을 하게 됐다며 조금만 늦였어도 큰 일 날 뻔했단다. 원래 가족병력이 있어 심장 쪽이 약했는데 며.. 2022. 12. 30.
남편은 매년 같은 소원을 빈다 하우스텐보스의 개장시장은 9시지만 숙박객에게는 30분 먼저 입장할 수 있다길래 우린 이른 아침을 먹고 호텔 탐방에 나섰다. 아침에 보는 테마파크는 저녁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건물마다 일루미네이션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던 형형색색의 네온은 사라지고 아침은 차분하고도 고즈넉했다. 9시가 되자 수학여행을 온 여고생들이 교복 치맛단을 펄렁거리며 단체로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녀들이 향한 곳은 3층으로 된 회전목마가 음악에 맞춰 돌고 있었다. 깨달음이 3층은 처음 본다며 타보고 싶다길래 혼자 타라고 했더니 싫단다. [ 깨달음, 재미없어, 저거 ] [ 그래도 기념으로 타고 싶은데 ] [ 혼자 타 ] [ 저기 여학생들 많은데 아저씨가 혼자 타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 [ 그러네.. 알았어, 그럼 같이 .. 2022. 12. 25.
올 크리스마스는 하우스텐보스에서 호텔에 들어서자 우린 캐리어를 던져놓고는 5시부터 입장하는 티켓을 손에 움켜쥐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올 크리스마스는 뭘 할까 고민하다 문득 티브이에서 나오는 하우스텐보스를 보고 여기다 싶어 무작정 예약을 했다. 너무 느닷없는 계획이어서 비행기도 좌석이 거의 없었지만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날아와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4시 38분이었다. [ 깨달음, 근데 우리 전혀 모르잖아 ] [ 여기 지도받았으니까 그냥 가고 싶은 곳을 가면 돼 ] [ 가고 싶은 곳? 뭘 알아야 가지..] 호텔이 온통 크리스마스로 빨갛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볼 틈도 없이 프런트에서 받은 지도를 휘익 급하게 훑었다. [ 먼저 타워를 가자, 그리고 크루징, 그다음은 관람차를 타고,, 그리고 마지막은 온천을 가면 될 것 같아 ] [ 이벤트 하는 .. 2022. 12. 23.
나도 이제 내 몸을 모르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바타 2, 깨달음이 꼭 앉고 싶다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1시 50분부터 예약사이트를 어슬렁어슬렁 맴돌다 클릭 준비를 하고 12시 정각에 예약을 했다. 단 1분만에 90프로 좌석이 채워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면서 아바타의 인기를 실감했다. 그렇게 예약을 하고 팝콘과 초콜릿, 그리고 음료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상영시간이 3시간이니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화장실에도 미리 다녀와 자리에 앉았다. 예고편은 내년 여름에 상영될 미션 인파서플 7 제작과정을 보여주는데 스케일은 물론 액션신도 역시 3D로 봐야 할 만큼 박진감 넘치고 엄청났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 아바타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날 무렵부터 몸에 이상이 왔다. 속이 울렁거리면서 머리가 지끈 거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나.. 2022. 12. 19.
새삼 내 블로그에 감사하게 된 날 2주전, 깨달음에게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는지 한국에서 아는 분이 오신다고 했더니 누구냐고 물었다. [ 블로그 이웃님, 5년 전쯤 한 번 만났어 ] [ 그래? 난 기억 안 나는데 ] 내가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던 다음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인데 볼 일이 있어 도쿄에 오시는데 혹 시간 되면 만날 수 있냐는 메시지를 받아서 당신 생각을 묻는 거라고 자초지종을 설명 했더니 자긴 괜찮단다. 깨달음이 흔쾌히 만나겠다고 해서 바로 카톡을 드리고 우린 괜찮은 식사 장소를 찾았다.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서 그리고 일본에 오셨으니 일본스러움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마련할 생각으로 폭풍 검색을 하는데 송년회가 시작된 도쿄는 어느 곳도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 깨달음, 여기도 꽉 찼대.. 1.. 2022. 12. 12.
남편이 점점 건방져진 이유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벌써 10년이 지나도록 아침을 꼭 챙겨 먹었다. 다른 부부들은 간편식으로 빵이나 미숫가루,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용한다는데 우린 꼭 밥을 위주로 식단을 차린다. 매주 월요일, 깨달음이 단식을 하는 날에 나는 일주일간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을 먹는다. 반찬들은 거의 여느 한국 가정에 자주 올라오는 반찬들로 만드는데 다행히도 깨달음은 아주 좋아하고 잘 먹는다. 어묵볶음, 쥐포 조림, 김무침, 청란 젓, 명란젓, 꽈리고추볶음, 미역줄기, 콩나물, 무나물, 호두조림, 호박 조림, 미역무침, 우엉볶음, 오징어채, 파김치, 오이무침, 열무김치, 깻잎, 알타리김치 등등 각종 젓갈도 자주 식탁에 올라온다. 주말이면 조금 특별식?을 만들기도 하고 깨달음이 먹고 .. 2022. 12. 9.
올 해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됐다 아침부터 초인종이 바쁘게 울리며 각종 선물들이 들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평소 신세를 진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오세보( お歳暮 연말 선물)를 받다 보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이 실감 났다. 깨달음도 회사로 도착한 선물들을 직원들과 나누고 인기가 없는 것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난 과일이나 생선이 좋은데 올 해는 유난히 달달한 과자류 스위츠(sweets)가 많았다. [ 근데,, 깨달음,, 이 파운드 케이크랑 버터 샌드는 직원들이 싫대? 그 여직원이 좋아하지 않았어? ] [ 그 얘도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하니까 내가 가져왔어 ] [ 아,, 그래.. ] [ 이 연어는 우리 와이프가 좋아하니까 가져갈 거라 말하고 가져온 거야 ] [ 그래.. 고마워..] 나는 습관처럼 버터 샌드를 하나 꺼내 .. 2022. 12. 6.
이번 생은 망했을지 몰라도 옛 동료를 만났다. 동료이면서 동기인 그녀는 여전히 차분했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가끔씩 메일로 서로의 안부와 생사를 물어와서인지 3년 만의 만남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술을 썩 즐기지 않은 그녀가 오늘은 이자카야에서 보자고 하는 건 뭔가 변화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코로나 얘기를 시작으로 요즘 가장 핫한 월드컵 얘기까지 두서없는 대화가 오갔다. [ 정 상, 한국 다녀왔어? ] [ 응, 코로나로 못 가다가 10월에 다녀왔어 ] [ 그랬구나, 아,,남편분도 잘 계시지? ] [ 응, 잘 있어 ] 그녀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잠시 소개를 하고는 동기들 소식 전했다. 협회지를 보고 이미 다 알고 있는 동기들 근황을 난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누가 교수가 되고 누가 어디로 전직을 했는지 나와.. 2022. 12. 2.
뿌듯하고 행복한 남편의 하루 내가 예배를 보는 동안 , 깨달음은 사무실에서 작년에 산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했다.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먹거리를 사는 사람, 그 음식을 근처에서 앉아 먹고 있는 사람, 진풍경을 찍는 사람, 라이브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로 서로 얽혀 걸을 수가 없어 그냥 신사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작년까지만해도 진자 입구에 코로나 방역으로 손소독제가 올려진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올 해는 그런 문구조차도 없이 코로나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쿠마노테는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쿠마노테는 판매하는 곳마다 장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 2022. 11. 28.
일본의 장례식, 관 속에 넣은 것들. 주말 아침, 장례식장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노야마 상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다. 깨달음 회사의 세무 관련 업무를 봐주었던 노야마 상. 난치병을 앓고 있긴 했지만 50대 중반이라는 아직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자들도 많이 놀라고 안타까워했다. 장례식장엔 노야마가 아닌 한국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저기 사이(崔)라는 성이 한국어로 뭐야? ] [ 최야, 최, 성이 최 씨였네 ] 노야마상이 재일동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국 이름은 처음 보는 거라며 깨달음이 왠지 모를 친근감이 간다며 귓속말을 했다. 누님들이 와 계셔서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바로 스님이 오시고 식이 시작됐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시부모님을 보내드린 날을 떠올리며 스님이 읊는 불경 소리를 들었다. .. 2022. 11. 22.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오늘이 있다 노트북 위에 노란 봉투가 놓여있었다. 늘 같은 봉투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분 뿐이기에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깨달음 회사 담당 세무사(税理士)인 노야마(野山)상이 보내온 것이다. 깨달음이 회사를 창립하고부터 지금까지 세무 일을 맡아주시고 우리 부부의 자산관리까지 해주셨기 때문에 어찌 보면 속속들이 속사정을 잘 알고 계신 분이다. [ 깨달음, 노야마 상, 이번에도 아무 연락 없이 잠수 탔었어? ] [ 응, 늘 그러니까.. 또 입원을 한 건지.. 근데 이렇게 사과편지 보낸 거 보면 아직까진 괜찮다는 소리겠지 ] [ 난치병이라고 그랬지? ] [ 응,,] 나와도 몇 번 식사를 한 적이 있던 노야마 상. 지병이 악화되기 시작되던 3년 전부터 일처리가 미뤄질 때마다 사과하는 마음에서 편지와 상품권을 보내셨다. .. 2022. 11. 16.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2022. 11. 11.
겨울이 더 매력적인 홋카이도 리조트 다음날 아침, 디자인센터에서 오전을 보낸 우리가 토마무(トマム)에 도착했을 때, 호텔 로비에 거래처 직원분이 룸키를 들고 기다리고 계셨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캐리어를 들고 룸으로 깨달음은 그 직원분과 함께 미팅을 위해 떠났다. 투숙객 전용 북카페에서 기다리겠냐고 깨달음이 그랬지만 난 먼저 방에 올라왔다. 창을 통해 보인 바깥을 둘러보는데 아까 직원이 겨울에 오면 이 리조트에 매력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거라는 말이 이해됐다. 온통 하얗게 설경으로 뒤덮힌다는 이곳이 스키어들에게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홋카이도가 스키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눈이 파우더처럼 부드러워서라고 한다 토마무는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하는 34개 시설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숙박시설이 두 개로 .. 2022. 11. 7.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홋카이도를 가기 위해 공항 라운지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기분 탓인지 유난히 쌉쌀한 커피가 목구멍에 오래 머물렀다. 원래 카페인에 민감해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 마시기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번 한국에서 가족들이 내가 커피 마시는 걸 보고 낯설어했는데 이젠 난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잔다. 뒤편에 앉은 깨달음이 우유를 한 잔 가져다주면서 미팅 내용에 관한 짤막한 브리핑을 했다. 깨달음이 리조트 건설로 일본 전국의 리조트를 틈만 나면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홋카이도에 있는 호시노리조트(星野リゾート) 세 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호시노리조트는 현재 일본 국내외 40개 이상의 숙박시설을 가지고 있다. 럭셔리한 호텔부터 온천, 관광호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캐주얼 호텔까지 다양하고 개성적.. 2022. 11. 5.
후배의 깻잎을 떼어준 남편에게 물었다 이른 퇴근을 한 우린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깨달음은 요즘 리조트 건설 때문에 이곳저곳 탐방하느라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이고 난 나대로 모 협회에서 10년 이상 쓰고 있던 감투를 벗어버린 덕분에 시간적으로 많이 여유로워졌다. 이 레스토랑은 중국차를 멋지게? 따라주는 게 특색이며 그렇게 따라준 중국 전통차 맛이 일품으로 입소문이 나있었다. 한 방울도 떨어트리지 않고 잔에 뜨거운 물을 따르는 걸 유심히 봤더니 긴 주전자? 손잡이 부분에 브레이크처럼 물길을 잡는 장치가 있었다. 차 마시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주셨는데 생각보다 향이 진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단 맛이 은은히 올라오는 차가 마음에 들었다. 우린 쇼코슈(紹興酒)로 건배를 했다. 중화요리를 먹을 때면 늘 쇼쿄슈를 마시는데 기름진 음식과 .. 2022. 11. 2.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것 냉장고를 열 때마다 한국 냄새가 풀풀 난다. 이번에 한국에서 가져온 온갖 김치들이 밥상에 오르면 깨달음과 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밥 한공기를 뚝딱 비우고 만다. 시간이 없어 바쁜 와중에 내 귀국 일정에 맞춰 엄마와 네 딸이 모여 씻고 저리고 갈고 버무리는데 두어 시간 만에 뚝딱 끝냈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류만 선별해서 파김치, 열무김치. 무청김치, 부추김치, 얼갈이김치를 담았다. 20년 전, 유학시절 때는 김치 살 돈을 절약하느라 단무지를 사 먹기도 하고 배추보다 싼 무를 사다 깍두기나 생채를 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밥상에 김치가 올라오지 않는 날이 늘어나도 그냥 그러러니 하고 지냈던 것 같다. 솔직히 그다지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는데 역시나 나이를 먹으니.. 2022. 10. 30.
요즘 일본 여성의 이미지 내가 한국에서 돌아오길 누구보다 기다렸던 시무라(志村) 상을 오늘 만났다. 3년 전에 한국 통장에 넣어둔 현금을 인출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던 시무라 상은 내게 한국어를 배웠던 분이다. 본인이 직접 한국에 가서 해야 하는데 건강상 이유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내게 간곡히 부탁을 했었다.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과 통장, 그리고 한국에서 사온 조미김과 마스크를 건네자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 케이짱도 오랜만에 한국 가서 바빴을 텐데 내 일로 시간 썼지 ] [ 아니에요. 저도 은행 갈 일 있어서 겸사겸사했어요 ]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그녀는 한국에서 뭘 먹고, 뭘 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시무라 상은 한국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에 흥미를 가지고 한국어까지 배웠다. 매년 한국에 가서 쇼핑도 하고.. 2022. 10. 27.
시아버지를 떠올리던 날 세탁기를 돌려놓고 난 냉장고를 정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나눠 넣어두려고 소분을 하는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원이 내게 건넨 흰 상자엔 깨달음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우체국 주소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보내던 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매일 2번씩 왔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었더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우린 두 분이 제철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후루사토카이(ふるさと会)에 신청을 했었다. 지역 특산물인 과일이나 생선,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두 분이 매달 받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달, 아버님 요양원에서 배달을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어떻게 하면 좋.. 2022. 10. 22.
남편이 한국에 감사한 이유 한국에서 마지막 날, 지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창가에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일찍 눈을 뜬 우린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고 우산 하나에 두 몸을 의지한 채로 광화문 쪽으로 걸었다. 유튜브로만 봤던 광화문 광장에 들어선 깨달음은 우산을 팽개치고 아이처럼 신나게 분수대로 뛰었다. 그리고 세종대왕께 한글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정중히 인사를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었더니 웃지 말라면서 자기는 진지하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로 한글 창조 과정을 봤을 때도 참 힘든 작업이였다는 걸 알았는데 직접 자기가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보니까 참 알기 쉽게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글자라는 생각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들어서 꼭 세종대왕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단다. 경복궁 수문장옆에서 얌전히 사진을 한 장.. 2022. 10. 18.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는 남편 전날 밤, 소주를 두병 가까이 마신 깨달음은 의외로 팔팔했다. 아침으로 해장국이 좋겠다는 했더니 전혀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선이 먹고 싶다길래 아침식사가 되는 곳을 찾아 생선구이를 시켰다. [ 여기.. 맛집이라고 나왔지? ] [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이야] [ 근데, 반찬도 그렇고 생선구이 맛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다. 초벌구이를 해 둔 생선은 기름기가 다 빠져 퍼석퍼석했고 생선 고유의 풍미가 나질 않았다. 남들은 맛집이라해도 우리 입에 안 맞을 수 있고 처음 가보는 곳은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실패 없이 우리가 검증했던 곳을 가야 한다고 이 생선구이집을 들어서기 전부터 얘길 했는데 직접 우리 입으로 확인해보자고 해서 왔더니 역시나 만족하지 못했다. 솥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나온 깨.. 2022. 10. 15.
한국의 가족과 3년만에 만난 남편 김포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려는데 깨달음이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했다. 3년의 공백이 있었으니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도 구경? 하고 오랜만에 한국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30분이 넘도록 5호선을 타고 오는 길에 오고 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깨달음이 한국사람들도 일본처럼 좌석 가장자리를 앉으려고 한다고 자리가 비면 다들 거기로 옮겨간다며 예전에는 못 봤던 풍경이란다. [ 아니야, 10년 전에도 그랬어 ] [ 그래? 난 왜 못 느꼈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깨달음은 바로 리모컨을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프로를 찾았다. 가족들과의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갈 수 있다고 했더니 된장찌개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그 집 된장찌개를 먹.. 2022. 10. 13.
3년만에 떠나는 한국... 깨달음의 여행허가가 나왔다. 프린터를 2장 해서 각자 한 장씩 파일에 넣었다. 코로나로 변해버린 입국절차가 걱정된 깨달음은 유튜브를 통해 몇 번이고 입국 방법?을 되돌려 봤다. [ 깨달음,, 허가서도 나왔고 큐코드도 다 등록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이제 PCR 검사 안 해도 되고 그냥 예전처럼 하면 되는 거야 ] [ 그래도 왠지 걱정돼 ] [ 뭐가 걱정 돼 ] [ 그냥 불안해.. 아무 탈 없이 입국할 수 있을까 해서..] [ 큐코드만 보여주면 된대 ] [ 그러긴 하는데..] 어디를 갈 것이며 뭘 먹을 것인지 어느 정도 리스트를 빼놓은 깨달음은 지도를 펼쳐놓고 단거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동경로를 다시 체크했다. [ 공휴일이어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리고 택시 잡는 게 많이 어려워졌대 콜로 안 .. 2022. 10. 8.
일본의 배려문화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하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옆에 흰 종이가 놓여있었다. 아침을 수제비로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한번 훑어보고는 물컵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예전 같으면 일요일 아침도 일찍 일어났을텐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근 3년간, 우린 온라인 예배를 하고 있어 주말은 늦게까지 뒹굴뒹굴한다. 언제나 교회에 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깨달음이 적어둔 메모가 떠오른다. 아침부터 무슨 밀가루인가 싶어 다시 눈을 감고 뒤척이다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늘 먹었던 누룽지로 조식을 차렸다. 깨달음이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했다. [ 왜 갑자기 수제비야?] [ 그냥,, 수제비가 먹고 싶어서 ] [ 수제비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지.. 2022. 10. 4.
한국에서 보여진 내 모습 우린 저녁 하기 귀찮다는 내 말에 밖으로 나와 뭘 먹을까 두리번거리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서는 걸 지겨워하지 않는데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 요즘 많이 피곤한 것 같아 ] [ 응,, 조금,, 잠을 못 자서..]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불면증이 생겼는데 약을 복용하고 많이 좋아져 깨지 않고 푹 잘 잤는데 웬일인지 일주일 전부터 다시 잠을 설치고 있다. 적당히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깨달음이 여행사 얘길 꺼냈다. [ 한국은 지금 완전 가을 날씨라던데? ] [ 아니, 한국도 낮엔 덥대. 여기처럼 ] [ 그럼, 우리 옷을 어떻게 입고 가지? ] [ 그냥 재킷 입고 가면 될 것 같아 ] 한국행 티켓을 예약해 놓고 우린 행여나 이번에도 결항이 되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2022. 9. 28.
남편의 이상형은 이 여배우였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 이곳 일본은 추분의 날이 공휴일이다. 이날은 지난 추석(8월15일)에 고향에 못 갔던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은 실버위크를 즐기기위해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떠난다. 우린 태풍이 도쿄 쪽을 지나고 있어서 얌전히 집에 있기로 했다가 날씨가 좋자 치가사키(茅ヶ崎)에 있는 호텔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금 리조트 호텔 디자인중인 깨달음은 의뢰인이 한 번씩 언급했던 호텔들을 빠짐없이 탐방하고 있는데 이곳은 인스타에 자주 올라와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고 했다. 타깃이 젊은 층은 아니지만 핫한 느낌에 디자인이 필요치 않냐는 한마디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고 한다. 난 근처 커피숍에서 달달한 팬케익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근처 다른 호텔도 몇 군데.. 2022. 9. 24.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2 우린 결혼 초부터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편이어서 대략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유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를 벗어난 미팅이나 출장은 물론 웬만한 약속들도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상대의 스케줄을 얘기하다 보면 조율하기가 편한 게 사실이다. 이곳은 오늘까지 연휴였는데 난 긴자(銀座) 쪽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어느 정도 대충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깨달음에게 근처에 와 있다면서 초밥집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깨달음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우린 니혼슈(日本酒)로 주문했다. 기분 좋게 한 잔씩 마시는데 서방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엊그제도 서방님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산 정리를.. 2022. 9. 20.
올 추석 상차림은 의미가 달랐다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할 작품이 있어 서둘러 재료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수정을 거듭하고 거듭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색을 다르게 입혀보려는데 잘 될지 걱정이다. 화방을 천천히 둘러보면 좋으련만 집에서 기다리는 일 거리가 많아서 빨리 나와야했다. 먼저 출근 전에 절여 둔 배추를 씻어두고 전에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했다. 이번 주 토요일이 한국의 추석이라는데 우린 선약이 있어 주말엔 집을 비울 예정이어서 며칠 먼저 추석을 치르기로 했다. 추석 같은 명절에는 늘 같은 메뉴들이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깨달음은 지금껏 아무 불평 없이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다. 이번 추석 때도 작년처럼 갈비찜이 아닌 떡갈비가 좋다길래 준비했고, 지난 주말 코리아타운에서 사 둔 영광굴비와 막걸리로 상을 차렸다. 퇴근길에 깨달음이 사.. 2022.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