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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261

지금 그대로, 있는 그대로... 초음파실 대기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지배적이어서 머릿속 생각들을 지우려고 애썼다. 일상처럼 매번 반복되는 병원에서의 진료와 검사에 진저리가 쳐졌다. 이런 날은 내 블로그에 누군가 댓글로 남겼던 종합병원인 아내와 사는 깨달음이 불쌍하다는 한 줄의 댓글이 자꾸 떠오른다. 날 알면 얼마나 안다고 건방진 소릴하는가 싶다가도 종합병원이라는 표현을 들어야 할 정도로 내 몸이 상했나 싶어 손가락을 펴 아픈 곳이 어딘지 세어보았다. 특별히 나쁜 곳도, 고질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병원을 찾아올 때면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다. 40대 중반에 시작된 갱년기가 오십견으로 먼저 나타나더니 호르몬 분비 변화로 여기저기 약간의 이상 증후를 보였지만 정밀검사를 해보면 특별히 문제.. 2021. 4. 27.
여전히 착한 그녀를 만나다. 런치를 함께 하기로 했다. 햇수로 3년 만에 보는 그녀는 날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밝게 웃어주었다. 한국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는 민희(가명)은 오늘 식사를 위해 아침까지 굶고 왔다고 했다. 런치정식외에도 갈비 수프와 냉면까지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을 한꺼번에 주문한 민희는 3년간 있었던 일들은 식사를 한 뒤에 얘기하자며 잠시 먹는 일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난 그녀가 먹기 편하게 고기를 구웠고 민희는 고기가 익어가는 순간을 눈여겨보면서 흰쌀밥에 나물과 상추겉절이를 모두 넣고 달달한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 비빔밥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잘 구워진 고기를 올려 먹었다. 그동안 한국음식을 못 먹었던 한을 풀고 있는 듯이 행복해 하며 먹었다. [ 민희야, 천천히 먹어..] [ 양념들이 달긴 한데 오랜만에 먹어.. 2021. 4. 1.
모든 건 기브엔테이크였다 택시 안에서도 줄곧 깨달음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직원이 또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수습하느라 이번 주는 현장과 미팅을 거듭하느라 바빴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난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자기가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꼭 같이 가겠다며 동행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서도 통화가 이어져서 난 먼저 접수를 하고 진찰실로 향했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러서는 혈압을 재라길래 오늘은 검사결과를 듣는 날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혈압을 재란다. 진찰실 근처에서 나를 힐끔 거리며 통화를 하던 깨달음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다 한참만에 내 옆자리에 앉았다. [ 깨달음, 바쁘니까 가도 돼 ] [ 아니야, 전화로 다 해결했고 그쪽에서 서류보완을 좀 하라니까 그것만 맞춰주면 돼 ] [ 잘 처리된 거야? ] [ 응.. 2021. 3. 20.
그냥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냉장고 속, 반찬들을 꺼내고 볶아놓은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고등어를 구워 아침을 차렸다. 이 날은 깨달음 생일이었다. 작년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까맣게 잊고 지나쳐버려서 행여나 올 해도 잊어버릴까 봐 달력에 표시를 해두었다. [ 깨달음, 생일 축하해 ] [ 당신은 안 먹어? ] [ 응, 우유 마셨어. 생일파티는 주말에 해줄게 ] 깨달음이 식사하는 것을 보고 난 외출 준비를 했다. 눈썹을 그리며 예약시간까지 충분하지만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에 물혹 같은 게 만져진 건 3일 전이었다. 통증도 없는데 상당히 큰 혹이 왼쪽 편에 자리하고 있었고 침을 삼칠 때마다 따라 움직였다. 뭘까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갑상선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걸 알았다. 그 자리에서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했.. 2021. 3. 9.
다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지난 주말 13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 후쿠시마현(福島)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고 도쿄까지 흔들렸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섰던 우린 흔들림이 심해지자 얼른 거실로 뛰어 나가 열대어 수조에 물들이 출렁거리다 밖으로 넘쳐나지 않은지 확인을 하고 생방송 뉴스를 20분 정도 지켜보았다. 동일본 지진 때처럼 상당히 큰 흔들림이어서인지 덜컥 겁이 나 얼른 생존배낭을 밖으로 빼놓고 둘이서 티브이를 집중해서 봤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관동지역 83만 가구에 대규모 정전이 되었고 신칸센과 고속철도 일부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여진이 다시 올 것을 염려해 해안가엔 접근을 하지 말고 물과 식료품, 핸드폰 충전기, 손전등을 미리 체크해서 준비해 두라고 모든 채널들이 긴급방송을 내 보내고 있었.. 2021. 2. 23.
이젠 그만 하려한다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인지 커피숍은 한가로웠다. 점심을 먹지 못해, 일단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받아 들고 왔는데 입맛이 별로 없다. 깨달음은 지난주부터 직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트러블을 해결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고,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열고, 만나주지 않겠다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전에 깨달음과 같이 움직이다 오후엔 내 일을 좀 보고 난 혼자 커피숍에 앉아 있다. 오늘은 책도 가지고 오질 않아 그냥 멍하니 식어가는 코코아를 바라 볼뿐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근처 책방이 있는지 검색을 하려다 그냥 관뒀다. 책도 들어올 것 같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싶은데 친구가 보낸 메일이 약간 신경이 쓰인다. 내 쪽에서 연락을 두절했던 친구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 2021. 2. 1.
자꾸만 한국으로 나를 보낸다 깨달음은 잠깐 회사를 다녀와야 해서 난 혼자 우체국을 찾았다. 오늘은 동생과 지인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박스를 챙겨 나왔다. 내게 한국의 가족, 친구, 지인, 블로그 이웃님께 소포를 보내는 일이 이젠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같은 곳에 살고 있다면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그냥 잠시나마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하고 싶어 보낸다. 짤막하게 소포 내용을 적어 넣을 때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은 상태로 보낼 때도 있다.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먹는 걸까? 바르는 걸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즐겁고 일본 여행을 자주 오거나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보내 준 물건을 써 보고 사용후기를 상세히 알려줘서 그 또한 재미가 있다. [ 이번.. 2021. 1. 26.
해외에서 한식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깨달음은 두 번으로 출근 횟수를 줄였지만 오늘은 거래처에서 미팅에 참석하길 원해 집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무겁다며 현관 앞에서 머뭇거렸다. 이젠 코로나 시대가 1년을 채웠다. 벌써 1년, 많은 것들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렸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 삼시세끼를 집에서 챙겨 먹어야 하는 상황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끼니를 아주 중요시하는 깨달음 덕분에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 날마다 뭐가 좋을지 몰라 학교급식 메뉴판을 들여다볼 때도 있고 다른 이웃님들은 어떻게 세끼를 챙기시는지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끼니때가 되어 차리다 보면 늘 그것이 그것이고 반찬도 특별함이 없다. 여전히 아침은 누룽지와 구운 생선, 그리고 밑반찬들로 준비하는데 난 요즘 지.. 2021. 1. 16.
2020년도 마지막 연휴가 시작됐다 어제 25일, 난 일찍 업무를 끝내고 깨달음 회사로갈 예정이였다.코로나로 송년회를 하지 않는 대신 직원들끼 간단히 회사내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는데 직원 중에 한 명이 고열이 나는 바람에 그냥 모두 취소를 했단다.매년 종무식 전에는 년말 대청소를 하는 게통상적인 마무리과정이여서 청소만 도와주려고 했는데 있는 직원들끼리 대충하고 끝낼 거라며 마음 쓰지 말란다.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이곳은 다음달, 1월3일까지 긴 연휴에 들어간다. 어제는 도쿄에서만 888명, 오늘은 949명,일본 전체 감염자는 연일 3천명을 넘어가고 있다.올 연휴기간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하고 가족끼리만 모여 스테이 홈을 해달라는 도쿄 도지사의 간곡한? 부탁이 이어지고있지만 도쿄 시민외에 전 일본 국민들이예전처럼 말을 듣지 않고 있는 상황이.. 2020. 12. 27.
이젠 시댁 일은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깨달음이 시댁으로 향했다. 6시 40분에 집을 나서 아침으로 규동을 먹고 신칸센을 탄 시각은 7시30분이였다. 한시간쯤 달려 후지산이 정상까지 보일 때면 습관처럼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는 깨달음에게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던 3년전, 모든 재산을 서방님께 맡겼는데 뭔일인지 그 돈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어져버리고, 장남인 깨달음에게 돈을 요구해 왔다. 매달 요양원비는 연금으로도 해결됐는데 적금이며 예금은 도대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통장 거래내역및 지금까지 시부모님 앞으로 빠져나간 출금액을 산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은 지출이 많아 깨달음이 겸사겸사 확인차 시골에 내려가게 되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40.. 2020. 11. 18.
인간관계는 늘 복잡하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패턴이나 대화, 대인관계에 있어서 문제점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사회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이 조절되지 못한다.또한, 타인의 얘기보다는 자기 얘기가 우선이고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 대화를 하다보면 늘 자기중심적인 얘기로끌어가며 타인과의 절충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돌리고 변명을 앞세우며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는 느슨하지만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또한, 손익이 밝아서 손해 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과거들만 기억해 행여 자신이 궁지에 몰리면 이길 수 있는 과거 기억들을 꺼내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든다.이런 사람들에게는 감정.. 2020. 10. 29.
남편의 짐을 조금 덜어주다 아침을 먹고 난후 출근을 하려던 깨달음이 무표정으로 프린트물을 내밀었다. 2020년,굿디자인 어워드에 깨달음 회사에서 완공한 아파트가 디자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디자인컨셉과 포인트, 그리고 설계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 당신 사진은 없네? ] [ 나는 안 내지...직원들이 나와야지..] [ 그래도 축하해~~] [ 축하할 일 아니야, 100선에 들어야 하는데 100선에 못 들어서 별로야 ] [ 그래도 상 받았으니까 좋은거지 ] [ 하나도 안 기뻐 ] 정말 기쁘지 않다고 했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자기 생각대로 디자인변경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고 직원(디자이너) 의견을 존중해 주다보니 수정하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참았단다. 조금만 더 수정을 했으면 100선에 들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 2020. 10. 9.
참 고마운 일이다 너무 반가운, 아니 생각지도 못한 분에게서연락이 왔다.우리가 결혼하고 2년쯤 됐을 무렵 엄마와 함께 여수를 갔다왔는데 그때 다음블로그에서 한참 활동하시던 분과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함께 식사를 했었다. 깨달음이 너무도 좋아하는 간장게장으로유명한 곳을 데리고 가주셨고, 계산은 물론,선물까지 챙겨주셨 분인데 근 7년만에블로그에 공지된 메일주소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그날, 깨달음은 마치, 간장게장을 처음 먹어본 사람처럼 양손을 걷어붙이고 양념과 간장을 번갈아가며 손에 들고 쪽쪽 빨아먹는 모습을 보고 매울텐데 잘 먹는다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신 것이다.너무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저희가 신세를많이져서 꼭 갚아드리고 싶다고 또 여수에 갈 생각인데 그 때도 만나주시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 2020. 10. 2.
엄마에게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일요일인데 난 잠깐 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오늘밖에 시간이 없다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그분이 약속장소로 지정한 우에노(上野)로 나갔다.간단히 차를 한 잔 할 거라 예상했는데역 근처 맛있는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 있다며그곳으로 가자고 하셨다.난 달달한 것들은 거의 먹지 않지만언제나처럼 그분의 의견을 존중, 한시간정도의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의 상처는 사람에게서 받고, 치유 또한 사람에게서 받아야하는 아이러니한 불변의 법칙에 약간의 진저리가 났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나머지 일들을 처리하고깨달음은 거실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오후 5시무렵 내 방 문을 5센치정도 열고왼쪽 눈과 입술만 문틈 사이에 넣고서는 저녁엔 잡채가 먹고싶어요라고 했다.[ 왜? 들어와서 말하지 ][ 아니, 당신 공부하는 .. 2020. 9. 15.
삼시세끼..그래서 열심히 차린다 지난 연휴기간에도 우린 외식을 하지 않고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했다.연휴때도 그렇지만 주말에도 늘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지는 우리는식사시간도 별 차이가 없다.침대에서 늦게까지 뒹굴거리다가 아침은 적당히 커피한잔으로 떼우면 서로가 편할텐데 깨달음은 쉬는 날도 꼭 아침을 챙겨먹어야하고나 역시 커피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할 수 있는체질이 아니다보니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한다.아침은 대부분 밑반찬으로 만들어둔 반찬을 꺼내고 미소시루(된장국)와 샐러드,우유, 그리고 생선을 굽거나, 날마다 생선굽기가 귀찮아지면대신 어묵으로 대신할 때도 있고 전날 저녁으로 먹고 남았던 음식들을 올리기도 한다. 아침에 먹는 미소시루에는 주로 미역이나버섯류, 양파, 유부, 두부를 넣고 끓인다.신혼초에는 아침에 꼭 낫토를 챙겨 먹었는.. 2020.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