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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172

남편에게 오늘도 배운 것 정확히 3주전, 우리집 거실에서 미팅이 있었다.거실 통유리창을 이중창으로 하기 위해서였다.3년전, 이사를 했을 때 각자의 방에는 이중창을 설치했는데 거실에 창들은 그대로 둔 상태로 지내다 올 해 들어 다시 업자를 불렀고오늘이 공사를 하는 날이였다. 3년간 그럭저럭 별 불편 없이 지냈는데올 들어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지면서 엊그제는호흡곤란까지 일으켜 내가 자다가 죽을뻔 한 사건이 생겼고 꽃가루퇴치 대책마련으로 먼저 이중창을 설치해 조금이라도 꽃가루를 침입을 막자는생각에 오늘 작업을 하게 되었다. 미팅이 있던 날은 내가 함께 할 수 있었지만오늘은 난 또 병원을 가야했고깨달음이 혼자서 꼼꼼히 체크하며공사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그 시각, 난 채혈실에서 2통의 피를 뽑고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깨달음이 .. 2019. 3. 25.
남편의 생일날,, 내가 쓴 편지 지난 주말 우린 도쿄를 잠시 떠났다.니가타(新潟)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차장 넘어 보여지는 풍경은 한편의 수묵화 같기도 하고 도쿄와는 다르게 이곳은 겨울세상에 갇혀 있는 듯했다. 아침 7시, 신주쿠 출발행 버스투어를 참가하게 된 것은 마지막 눈을 보러가자는 깨달음의 느닷없는 제안이였다. 급하게 찾다보니 유일하게 빈 자리가 남은 투어는 이 곳 뿐이였다.아침, 점심, 저녁 세 끼가 포함된 버스투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깨달음은 아주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 여유롭게 신문을 읽었다. 아침으로 나온 생선정식을 먹고 난 후 쌀로 유명한 니가타산 쌀 퍼가기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남성 참가자가 별로 없어서인지 깨달음이 두 손으로쌀을 입빠이 떠 올리자 옆에서 보고 있던아가씨들이 자기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 했.. 2019. 3. 13.
우리에겐 너무 짧은 한국에서의 시간 이 날은 모든 식구가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1부 예배를 보기 위해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있을 때 우린 조금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했다. 깨달음이 교회에 갈 것인지 약간 고민을 했다가 안 가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고, 가족들의 예배시간에 우린 남은 스케쥴을 이행 하기로 했다.[ 깨달음, 서점도 가야되고 은행도 가야 돼][ 그럼 충장로 나가야겠네? ][ 응, 엄마랑 다 나가시면 청소하고우리도 바로 나갈 수 있게 당신도 준비해 ][ 알았어 ]이렇게 우리 나름에 스케쥴을 잡아두고 가족들이 집을 나서자 나는 설거지와 간단한 청소를 마치고 화장을 하면서 엄마와 시장에서 합류 할 시간들을 계산하고 있는데 깨달음이 화장실에서 날 부른다.[ 왜? ][ 이거 고장 났나 봐, 물이 안 내려 가 ][ ....... 2019. 3. 2.
일본인이 한국 여친에게 감사한 이유 깨달음 후배분이 많이 늦을 거라는 연락이 와서 우린 일단 간단하게 건배를 했다. 오늘 우리가 만나려고 기다리는 분은 깨달음과 20년 이상 알고 지낸 후배로 40대 후반의 돌싱분이다. 40분이 지나서 오신 노무라 상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3명이서 새롭게 건배를 하며 사진을 찍으려하자 사진 울렁증이 있다고 하셔서 카메라를 거뒀다. 작년, 깨달음 회사 송년회때 참가하지 못한 이유와 요즘 자신의 상황들을 얘기하며 술 잔을 기울리는데 내게 음식 사진은 편하게 찍으라며 자신이 사진 울렁증이 생긴 사연을 말해 주셨다. SNS에 회사 동료들과 올린 작업사진을 보고 손님들에게 크레임 전화가 빗발쳤고 여러 사건과 얽히면서 경찰서에도 다녀온 뒤로는 사진에 찍히는 것도, SNS를 이용하는 것도 모두 끊.. 2019. 2. 19.
출장 다녀온 남편을 위한 한국식 밥상 깨달음은 첫비행기로 삿포로 출장을 가야했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현장의진행상황을 파악하러 간다고 했다.너무 이른 시간이면 조용히 혼자서 출근을 하는데오늘은 내가 일찍 일어나서 배웅을 했더니기분이 좋았던지 알 수 없는 기합소리와 함께[ 갔다오게요, 에~에~에~]를 외치고 집을 나섰다. 삿포르에 도착해서는 생각보다 너무 춥다며남자 직원은 두번이나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였다고 자기는 귀마개를 하나사야될 것 같아 백화점에 잠시 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연락이 없다가 스카프 사진과 함께어머니 생신때 드릴 선물을 하나 골랐다며 지금 공항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있다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깨달음, 이젠 안 추워? ][ 응, 지금 공항이여서 따뜻해, 집에 도착하면 9시쯤 될 거야 ][ 저녁은 필요없지? ][ .. 2019. 2. 2.
한일커플, 깨서방의 새해 바램 1년간의 묵은 때를 제거하기 위해아침부터 깨달음과 나는 부지런히 움직였다.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로이곳 일본에서는 연말에 집안 모든 곳을 구석구석 대청소를 한다.냉장고 청소를 하면서 문득 내년이면 내 나이가 몇 살인지,,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련지깨달음과 나에게 주어진 내년 한해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생각에 빠졌다. 2018년도 마음에 남겨둔 헛된 욕망과 질투와 시기들도 모두 정리해버리고 싶었다. 조금 더 쿨하게 조금 더 솔직히 다가서고 포용했더라면 나도 편하고 상대도 편했을 것을,,지난 시간들이 자꾸만 새록새록했다.새해에는 더 비우고 더 낮추며 내 자신을얽매이고 있는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좋겠다는 생각을 거듭했다. 깨달음은 거실과 욕실을 청소하다가 조용히 생각에 빠진 나를 불러서.. 2019. 1. 1.
크리스마스날 남편과 나눈 대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해서 스케쥴을 확인한 깨달음은 삿포로에 도착해서 바로 현장으로난 호텔로 헤어져 움직였다.호텔 건설현장의 점검와 미팅. 그리고 송년회가 두 곳이나 잡혀 있는 깨달음과 원고마감이 코앞으로 닥친 나는 각자 일하는 장소가 다르기에 크리스마스를즐길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저녁은 알아서 서로 해결하자는 말을 남기고 택시를 타고 떠가는 깨달음이 차갑게 느꼈졌다. 삿포로를 같이 올 때는 일도 일이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기자고해서 온 건데.. 호텔에서 나는 초콜렛과 비스켓을 먹어가며남은 원고를 작성했고 깨달음은 11가 넘어서혀가 꼬인 상태로 들어와서는 직원들이현장에서 인정받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며2차로 언니들이 있는 크라브에 갔는데삿포로 언니들이 예뻤다는 굳이 할 필요도없는 얘기를 보고하듯이 했다.[ .. 2018. 12. 26.
부부 일은 부부 둘만이 알고 있다 퇴근 길에 함께 식사를 하러 가는데연말이여서 예약손님들로 가득했다. 간단히 건배를 하고 얼마남지 않은 올해와 1월달 스케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샷포로와 나고야 출장도 잡혀있고 시댁도 가야한다.[ 2018년에 우리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내 대답을 기다리며 멀뚱멀뚱 쳐다보는 깨달음..[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큰 일은 없었지....] [ 제주에서 한달 살아본 거 말고는 없었네..근데 시간이 진짜 빨리 간다..우리가 늙긴 늙었나 봐..] 세월 가는 속도가 자기 나이대로 가는 거여서40대는 40키로, 50대는 50키로로 달린다고했더니 처음 듣는 말이라며 아주 적절한 표현이란다. 우린 서로 내년 계획과 소원같은 걸 말했던 것 같다. [ 아,,우리 고객 우에다상이라고 알지? ][ 응,,파칭.. 2018. 12. 20.
한일커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고민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 전화기에 그녀의 이름이 떴을 대부터 왠지모를 직감이 왔었다. 일본인과 결혼생활 올해 10년을 맞이하는 그녀는 내 후배의 친구로 알게 된 사이다. 역에서 만나 그녀의 표정은 예상대로 어두웠다. 먼저 식사를 해야할 것 같아서 미리 알아둔 조용한 곳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모든 삶의 의욕을 상실해 버린듯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게 보였다. 식사를 하며 나는 지난번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에 관한 얘기, 크리스마스, 연말,,그런 아주 가벼운 얘길 꺼냈다. 본주제에 들어가면 서로 밥을 먹기 힘들 것도 같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묘한 침묵의 무게가 더 견디기 힘들 것만 같아서였다. 그녀는 가끔 웃는 것 같다가도 바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 언니,,,나 이혼하고.. 2018. 12. 14.
2년후 우리 부부의 선택.... 늘 그렇듯 병원에 도착해서 차분히책을 펼쳤다. 예약시간보다 30분 빨리와서 독서를 하는 게 이젠 습관이 되어버렸다.마음을 비우는 게 쉽지 않아서 그냥 책에 열중하며 내 이름이 불러질 때까지 기다린다.간호사가 날 보고 멈찟 하더니 목례를 했고다시 책을 펼치는데 바로 내 이름이 들려왔다.[ 왜 일찍 오셨어요? ][ 네..그냥,,,][ 일찍 오셨다고해서 바로 알려드릴려고,,][ 감사합니다 ][ 결과가 나왔는데,,좋습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없었어요.지난번 저쪽 병원에서 했던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됐는데 재검사에는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앞으로 조심해야할 게 있는지..뭐 그런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특별히 할 것은 없어요, 문제가 없으니까 정기적으로 검사만하시면 될 것.. 2018. 12. 4.
한국을 120%즐기고 돌아온 남편 일본으로 돌아오는 날, 오후 비행기인 덕분에 짐을 호텔에 맡긴후 삼청동으로 갔다. 삼청동은 이번에도 꼭 먹고 가야할 게 있다던 깨달음의 선택이였다. 초입에 있던 치즈 핫도그집을 발견하고는 감자 붙은 걸로 먹겠다고 해서 하나 사줬더니 왜 일본에서 얘, 어른 할 것없이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지 이제서야 알겠다면서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있단다. [ 치즈가 완전 죽인다,한국에서 먹길 잘했어, 봐 봐,,치즈가 안 끊어져~~] 아침도 넉넉히 먹고, 디저트로 치즈 핫도그?도 먹었으니 커피도 한 잔 하고 가자며 분위기가 괜찮은 곳에 들어가 느긋하게 차를 한 잔 했다. [ 오후 비행기도 괜찮네. 이렇게 오전시간을 즐길 수 있고,..당신은 안그래? ] 내가 아무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폼 잡고 커피를 마시며.. 2018. 11. 21.
남편이 한국에서 행복한 이유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오는 동안에도 깨달음은어디를 갈 것인지, 뭘 먹을 것인지 핸드폰에입력을 하고 있었다. 오후에 가야할 친구 딸의 결혼식까지 여유가 있으니 잠깐이라도 서울을 둘러보자며 호텔을 나왔다. 아침은 북엇국을 먹을 거라고 해서가게를 찾아가는 중에 깨달음이 갑자기 맛있게 보인다며 들어간 곳은 뼈다귀해장국집이였다.원래 깨달음은 먹고 싶은 게 있다가도 눈 앞에 있는 음식의 유혹을 못 참고바로 메뉴변경을 하는 버릇이 있기에난 그냥 그러러니 했다.한국 오기전, 서울에서 꼭 먹을 거라 음식목록을 적을 때도 난 적힌대로 먹지 않을 거라고진작에 알고 있었다. 먹고자 했던 것보다 눈 앞에 탐스럽게 보이는음식이나 냄새의 유혹에 빠져 항상 생각지도 않았던 음식을 먹는게 깨달음 스타일이다.내가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뭐.. 2018. 11. 17.
남편의 청춘시절, 그리고 첫사랑... 아침 일찍부터 깨달음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주 친했던 대학 동창집에 가기 위해서인데 상복을 준비해서 입었다. 우리가 베트남 여행을 하던 둘째날, 동창의 부고소식을 들었고 그날 사정에 의해 장례식에 참가하지 못했던 다른 몇 몇의 친구들과 함께 그 동창집에서 애도의 시간을 갖자고 했단다. 미망인이 된 아내분도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상심이 클텐데 친구는 가고 없지만 오랜만에 대학동기들이 모여 추모하자는 날이 바로 오늘이였다 [ 당신 울 것 같애..] [ 울지는 않을 거야,,그냥 울적해..] 그렇게 집을 나선 깨달음은 오후가 다 되서야 집에 돌아왔다. 현관앞에서 소금을 뿌리라며 기다리고 서있는 깨달음 얼굴은 아침보다 훨씬 가볍게 보였다. [ 근데,,뭘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 [ 응,,괜찮.. 2018. 11. 6.
한국 장모님을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 [ 뭐가 들었을까? ][ 당신이 부탁한 배즙이잖아, ][ 아,,그렇지. 근데 엄청 무겁네 ][ 응 23키로나 되더라구,,,] 얼른 하나를 마셔보는 깨달음.[ 엄청 달아,지금까지 배즙하고 좀 다른 것 같애진짜 달고 진해 ]다 마시고 난 포장지를 천천히 훓어 보더니인삼이 그려졌다며 인삼이 들어간 거 아니냐고 묻는다다.[ 아니야, 도라지야,][ 이 뿌리는 인삼 아니야? ][ 아니야,, 자세히 봐 봐, 도라지야 ] 샤워를 마치고 나온 깨달음이 한국어 노트를 꺼내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적힌 곳을펼치더니 전화를 걸었다.[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오메 깨서방이네, 소포 잘 받았어요?][ 네 ][ 도라지를 많이 넣어서 맛이 찐할 것이네, 그거 마시믄 올 겨울에 감기는 안 걸릴 것이여][ 오모니, 잘 먹겠습니다.. 2018. 11. 2.
일본 시부모님이 날마다 하신다는 기도 아침 일찍 일어난 깨달음은 외출 준비를 마치고 어릴적부터 다녔던 신사로 향했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준비하고는 옷매무새를 만진다음, 아주 정중하게 신사에서 기도를 하는 깨달음을 지켜보며 교회는 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 뭘 빌었어? ] [ 두 분 치매 안 걸리고 건강하시라고 ] [ 잘했어 ] 다음은 마트에 가서 전날밤 시부모님이 필요하다고 했던 목록들을 메모에 적힌대로 하나씩 카트에 넣었다. [ 과자를 많이 사야겠지? ] [ 응, 두 분 따로 드실 수 있게 사야겠어 ] 그렇게 깨달음은 아버님 것을 나는 어머님 것을 각자 구입해서 시댁으로 가는데 축제 마지막 볼거리인 마차행렬이 때마침 지나가고 있었다. 바퀴벌레와 진드기,벼룩를 제거하는 방충제를 사서 각 방과 거실, 부엌에 설치했다. 방.. 2018.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