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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한국에 가는 진짜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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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한 달에 한 두번은 고기를 먹으러 가는 것 같다.

삼겹살이 먹고 싶을 땐 집에서, 소고기를 먹고 싶을 땐 고짓집을 찾아 간다.

우리가 단골로 이용하고 있는 이곳은 긴쟈에 있는 오레노 야키니쿠.

점심시간인데도 밀려드는 손님으로 실내가 분주했다.


 

먼저 깨달음이 먹고 싶다는 전복과 게를 버물린 해물김치를 주문했다.

 발렌타인 데이니까 당신이 먹고 싶은 것 무조건 시키라고 했더니

카드 가져왔냐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날 한 번 쳐다봤다.

아무래도 비싼 걸 시킬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지만 초콜렛도 선물도

필요없다고 했으니까  맘 편하게 주문하라고 그랬다. 

오징어를 한 입 먹어 본 깨달음이 간장게장 맛이 난다고 맛있다며 아주 잘 먹는다.

 

야채 샐러드부터 추천 부위 3종세트, 호르몬, 갈비스프를 주문,,,

 

모든 고기류를 자기쪽으로 가져가서 굽기 시작하는 깨달음. 

주문한 고기를 다 구워 먹기도 전인데 호르몬(내장류)과 로스를 또 한 접시씩 주문한 뒤

열심히, 아주 맛있게 먹는 깨달음을 보며 오길 잘 했다는 생각과 함께

그냥 선물 사주는 게 더 싸지 않았을까라는 계산도 잠시 해봤다.

고기 한 점 먹고, 갈비스프 국물 한 번씩 떠 먹으며

된장찌개가 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데 갈비스프도 은근 잘 맞는 것 같다고 맛있게 먹는 깨달음.. 

 

그렇게  깨달음은 고기로 배를 가득 채웠고 난 마지막으로 냉면을 주문,

맛있게 먹고 슬슬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깨달음이 내 냉면 그릇을 보더니만

왜 면을 남겼냐고 자기에게 주라고 젓가락으로 퍼가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을려고 했더니 이런 건 찍지말라고

자길 돼지로 생각할지 모르니까 올리지 말라고 한소리했다. 이미 찍고 난 후였는데...

갈비스프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고

면 뿐만 아니라 계란까지 깨끗이 건져 넣어

스프에 면을 휘~휘~저어 한 입에 흡입했다. 청소기가 면을 빨아 들이는 것처럼,,

대단한 식성이다. 원래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오늘은 참 많은 양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미리 사 두었던 발렌타인 초코렛을 먹는 깨달음...

오늘 이상하게 많이 먹는다고 속이 괜찮냐고 물었더니

한국 간다고 생각하니까 식욕이 막 생긴다고

이 상태로라면 이번에도 한국에 가서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올 것 같다며

지금 부터 위를 늘려 놓아야 한단다.

[ ........................... ]

 

이번엔 뭐 먹을 거냐고 물었더니

명태가 한마리 통채로 들어가 있는 생태탕 같은 걸 인터넷에서 봤다고

그걸 먹어 보고 싶단다.

홍어랑, 꼬막은 명절이니까 분명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고,,

시장가서 칼국수, 그리고 담양 떡갈비를 다시 한 번 먹어 보고 싶은데

명절 때여서 장사를 할지 좀 걱정이라며 대충 그 정도란다.

시간이 나면 먹도록 하자고 대답하고 먹고 있던 초코렛을 하나 뺏어 먹으며

올해는 무슨 기념일 같은 날은 선물교환이 아니라 맛집 투어를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해년마다 선물 준비하는 것도 번거로우니까 그냥

맛있는 것 찾아 먹는 게 서로에게 편한 것 같다고 이제부터 그렇게 하자고

얘기를 마무리 하려는데 갑자기 나를 쳐다보더니 큰 소리로

[ 이까 뽀꾼(오징어 볶음)]이라고 악을 썼다.

[ ........................... ]

오징어 볶음이 이제 막 생각났다고 그것도 한국 가서 먹을 거라고,,,

도대체 한국에 먹으러 가는 것인지..,,아빠 기일이여서 가는 건데

깨달음 머릿속은 지금 온통 먹을 것으로 가득차 있는게 훤히 보였다.

갈 때마다 안 먹어 본 걸 먹으려고 애를 쓰니...

아무래도 생태탕 가게를 찾아 놔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명절이여서 영업을 안 할 확률이 높은데...

아무튼, 한국 가기 전부터 깨달음은 준비가 대단하다. 먹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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