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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대한항공 여객기 회항하던 그 날....

by 일본의 케이 201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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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김포공항을 떠나 비행을 시작한지 15분쯤 지났을 무렵,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있었다.

테크니컬 문제로 인해 김포공항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기술적인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5분쯤 지나자 다시 아나운스가 흘렀다.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착륙하겠다고,,, 

착륙지가 왜 바뀌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은 없었고

한국어, 영어 아나운스외에 일본어는 없었다.

그 때부터 비행기 안의 승객분들이 조금씩 웅성이기 시작했다.


 

일본에 도착하면 예약해둔 병원에서 혈액검사 다시 하고 주사도 맞고 그래야하는데,,,

 오후 3시엔 협회 관계자와 신입회원 관리상담이 있고,,,

 저녁엔 콤페에 제출할 작품 프레젠이 잡혀있는데,,,,,

이 모든 약속이 내가 이번에 한국에 갔다오기에 내 편리를 봐 준 상태에서 잡은 약속인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특히, 주치의 휴가를 내 스케쥴에 맞춰 예약을 넣어 주셨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안내방송이 다시 흘렀다.

이 비행기로는 운항을 못하게 됐으니 다른편으로 옮겨야한다고, 다음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는 동안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지금 식사가 우선이 아니라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먼저이고

다음편은 언제쯤 오는지에 관한 얘기는 왜 또 안 하는지.... 열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몇 명씩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기체안에 있는게 답답하다면서,,,,

빠져나가는 승객들을 보며 난 문뜩 세월호가 스쳐지나갔다.

밖으로 나가야 살 수 있을까,,,, 도대체 이 비행기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난 가까이에 있는 승무원에게 물었다.

다음편은 언제 오는지 물었더니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한 편이

11시 30분출발 예정이란다. 11시부터 탑승이 시작되니 조금만 더 참아 주시라고 부탁을 한다.

그 때 시각 10시 18분,,,,, 

패스권을 받아들고 인천공항 탑승구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하듯 11시가 됐지만 탑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계속되었다.

오후엔 태풍 너구리가 동경쪽으로 몰려 온다고 그랬는데,,,,

도대체 언제 출발이 가능하다는 소린가,,,불안함이 더해갔다.

 

결국 11시 50분경 탑승이 시작되고,,,

 저쪽 편에선 어느 승객분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됐는지 왜 설명이 없냐고,

 도대체 기체에 무슨 이상이 있었는지 왜 얘길 하지 않냐고,

그런 얘기들이 오갔고 급기야는 대한항공이 책임을 안 진다면

추락해서 전 승객들이 죽어야 책임을 질거냐고 언성을 높이시는 분도 계셨다. 

 

난 간부처럼 보이는 분에게 오늘 이렇게 된 사유서나 이유서 같은 걸 부탁드리며 

 이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나를 포함한 다른 승객분들이

차후 발생된 문제에 관한 상담및 조율은 대한항공 어느 부서에 연락을 해야하는지를 물었더니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겠다고 하셨다.

 

비행기에 오른 시각이 12시 13분,,,

몸도 마음도 지치고,,, 기분이 최악인 상태에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있는데

 승무원이 내 좌석에 와서 아무말 없이 건넨 종이 쪽지...

구깃구깃 구겨진, 반으로 찢은 메모지인지, 펙스용지인지 알 수없는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

받아든 종이 쪽지를 보고 있자니 참,,,허무한 생각이 밀려왔다..

우리들 목숨도 이 종이만큼 가볍디 가벼운 것 같아서,,,,

 

새 비행기에 타고 나서야 기어부문에 문제로 인해 이렇게 되었다는 아나운스가 있었다.

이륙이 시작되자 빵과 음료, 컵라면을 제공하기 위해 분주한 승무원들 모습을 보며 난 눈을 감았다.

 

하네다에 도착하고 보니 2시가 훨씬 넘어가고 있었다.

리무진을 타기 위해 밖으로 나갔더니 태풍이 근접해 왔는지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한국 가족들에게도 연락을 했더니 일단, 무사히 도착했으니 다행이라고 화내지말라고 달래 준다.

 

리무진을 타고 호주머니 속에 넣어 둔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다시 꺼내 보았다.

200명이 넘은 승객 중엔 분명 중요한 비지니스로 계약을 그 시간대에

성사시켜야 할 분들도 계셨을 것이고,,,

 중요한 면접이 있는 분도 계셨을 것이고,,,,,

내 옆자리에 일본인은 국내선 예약해 두었는데 못타게 됐다고 그러시던데....

나처럼 병원치료나 수술을 예약하신 분들도 있었을 것인데,,,,

정말, 이런 손실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일까,,,,

왜 대한항공측에서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을까,,,,

아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차후대처에 관한 메뉴얼 같은 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1시간 내내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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