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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7.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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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에 그녀가 미리 와 있었다.

40대후반의 그녀는 내가 대학원 시절,

학회발표를 하며 알게 된 친구이다.

석사 졸업후 한국으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바로 했었다.

그녀는 늘 차분하고, 절제할 줄 알며, 

한 발 물러서서 상대를 들여다보고

무엇보다 말을 예쁘게 한다.  

같은 말을 해도 참 애정이 묻어있다.

[ 언니..많이 아팠지? ]

[ 아니, 괜찮아,,,다 나았어..,]

[ 술 마셔도 되는 거야? ]

[ 응,두잔까지는 괜찮아..] 


코스요리가 하나씩 나오고 우린 식사를 했다.

 둘만의 공간 속에서도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를

 염려하지 않으며 자연스레 편한대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녀이다.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

 묻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서로에게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아픔이 많았다. 

어느날 자신의 얘기를

 숨김없이 내게 털어 놔 주었다.

나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건

내 말수가 적어서라고 했다.

이번에 10년이상 다닌 회사를 그만 두고

휴식을 갖고 싶어 일본행을 택했다고 했다.

있는 동안, 발길 닿는대로 움직일거라며....


[ 내 아픔을 다들 은연중에

건들기도 하고 가볍게 취급하기도 했어..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겠지. ]

[ 너무 솔직하면 그걸 약점으로 보는 사람이 

있더라구 그래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가 봐 ]

[ 여기는 어때? ]

[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똑같지..

근데 난 아직까지 싫은데 좋은척 한다거나

 그게 잘 안되서 내 생각들을

말해버리고 있어.그래도 되도록 둥그럽게 

얘기하려고 노력은 하지..]

 아마도 난 사람들의 말투도 그렇지만, 

가식적인 말들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애 ]

 마음에 없는 말들로 포장하고,

돌려말하고 그런 것들이 많이 불편했나 봐,

그리고 말을 생각없이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렇다는 걸 모르더라구,, ]

[ 그니까,,,,말을 예쁘게 하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사람인가봐,,

나도 맨날 반성하고 있어..

 그래도 무사히 퇴사해서 다행이야 

지금부터는 뭘 하고 지낼거야? ]

[ 그냥 아무생각 없이 좀 쉬려고,,]

[ 그래,,좋은 생각이네..]


[ 언니, 아직도 난 낯을 많이 가려,,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려고 하고,,.]

[ 나도 그래,,사람들 다 그러지..

 몇마디 해보면 본능처럼 끌리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로 아 이사람하고는

조금 코드가 다르구나 느낄 때도 있고,,

사고방식이 많이 비슷한 사람을 찾는게

사회생활 하면서는 힘들더라구,,]

[ 내가 들어 기분 좋은 말은 상대에게도 

기분좋아지는 말이고 단어잖아,,

상대의 말을 잘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고,,

같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고

말에도 온도가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따듯하고

포근한 말을 했으면 했는데,,,,..

내가 너무 많은 걸 원했나 봐,,,,]

[ 실은 우리 모두가 친절한 말을 듣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그렇게 쉽게 

안되는 것 같애..,]

어떤 사람들이 그녀를 아프게 했는지 묻지 않았다.

[ 언니,,고마워.....]

[ 무슨 소리야,,내가 더 고마워..]

구체적으로 뭐가 고마운지 서로가 알 수 없지만

우린 감사함을 느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접해야 한다.

싫고 불편해도 맞춰야만 하는 관계성이

 그만큼 힘들고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잠깐 만나도 좋은 사람이 있는반면

정말 이름만 들어도 거부반응이 일은 사람이

분명 있다. 서로가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재느라 마음을 열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살아간다.

행여나 내 아픔이 들어날까 봐,,하지만

일부러 아픈 곳을 찌르고 만지는 사람들도 많다.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돌부처도 돌아선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말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며, 진실을 말했으니

틀린 말이 아니라고 정의로운 듯 얘기하지만

진실만큼 마음에 거슬리는 것도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든게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다.


말은 상대에 대한 예절이기에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이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

사람은 의외로 단순해서 말을 예쁘게 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세치 혀가 몸을 벤다고 했다.

말실수를 10%줄이면 관계가 90%좋아진다는

글귀가 있다. 내 말이 듣는 이에게 

새벽 같은 빛이 되기도 하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 빠트려 버리기도 한다.

유창한 어휘력과 화려한 언변이 아닌,

상대의 감정을 느끼며 상대의 편에 서서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진정 편한 사람,

될 거라 믿고 싶다.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유쾌하고 부드러운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함께 있으면 우울한 일도 잠시 잊게 되고

불편했던 마음도 복잡했던 감정들도

 편안하게 가라앉는다. 

만나면 괜히 마음이 찡해지는 사람도 있다.

뭐든지 주고 싶고, 주는 기쁨을 알게 

해주는 이가 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우린 노력해야할 게 은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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