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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명절을 타국에서 보내는 해외 거주자들

by 일본의 케이 2016.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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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늘이 설날이였다.

늘 그렇지만,,,해외에 오래 살다보면

그냥 그러러니하고 넘어가곤 한다.

주변에 친인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과 둘이서

뭘하기도 그렇고,,,그래서 우린 언제나처럼

하루를 시작했고 퇴근 길에 저녁 메뉴는 뭐가 좋겠냐고

 깨달음에게 물었더니 설날인데

 설날 음식을 먹어야하지 않겠냐면서

곰곰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 죤~~]이란다.

[전]이 먹고 싶다는 얘긴데 코리아타운까지 갈 수는 없고,,

 마트에 잠깐 들린다음 서둘러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보내 준

새해인사 카톡을 보니 온도차는 있지만 설날

분위기는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문득 벌써 16째 타국에서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에 웬지모를 허탈감이 밀려왔다.

스스로가 선택한 해외 생활이지만

이렇게 명절이 찾아오면 쓸씀함과

그리움이 더해가는 것 같다. 나이탓도 있겠지만,,,

 주변에 한국인도 없고 혹 한국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시간들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후배에게 전화해서 설날인데 시간되면

잠깐 밥먹고 가라고 했더니

마감이 가까워서 야근 해야될 것 같다길래

떡국 못 해먹으면 냉동만두 사서 만둣국이라도

끓여먹으라고 하니까 혼자 먹으면 슬퍼질 것 같으니까

퇴근하고 잠시 들리도록 노력해 보겠단다.

 타국에서 혼자서 보내는 명절은 형용하기 힘든

쓸쓸함이 느껴진다는 걸 알기에 오라고 했는데

아마 후배는 못 올 것이다.

회사가 너무 바빠서 주말에도 근무를 할 정도라고 했으니..

1시간만에 불이나게 만든 음식들을 상에 올렸다.

김치, 팽이버섯전, 감자샐러드, 나물 3종,

야채조림, 잡채, 갈비..

퇴근하고 돌아 온 깨달음이 상차림을 보고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요리인 떡라면까지 상에 올리자 

깨달음 첫마디가 설날인데 떡국이 아니라 왠 라면이냐고

떡이 부족해서 라면을 넣었냐고 물었다.

[ ....................... ]

 

그냥, 내가 결혼전에 혼자서 이렇게 떡라면으로

명절을 보냈는데 그 때 그 기분을 내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니까

일단 자기가 맛을 보고 평가하겠단다.

 

바로 엄지를 척 들어 올린다.

떡국도 맛있지만 떡라면도 쥑인다며

매해 이렇게 맛있는 떡라면을 혼자서 먹었냐고 물었다.

[ ......................... ]

 결혼 전, 명절날이면 혼자서

라면에 떡도 넣고, 계란도 하나 풀고, 파도 듬뿍 넣어서

 그럴싸한 떡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렇게 정성들여 끓인 특별식 떡라면이였지만

그리 맛있었던 기억은 없다.

깨달음이 어찌 이런 내 마음을 알 것인가,,,

혼자서 명절을 보내야했던 타국생활의 허전함을,,,, 

더 이상 설명해도 모를 것 같아서 맛있게 많이 먹으라고 했더니

갈비도 뜯고, 또 뜯고,,, 

 

2016년 새해 저녁을 우리는 이렇게 보냈다.

신정과 구정, 설을 두번씩 맞이하니까

맛있는 것 많이 먹어서 좋다는 깨달음...

깨달음은 새로운 메뉴를 알아서 기분이 좋은 하루였고

나는 옛 추억의 맛을 오랜만에 맛보는 하루였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떡국이든 만둣국이든 떡라면이든

해외에 거주자분들은 뭘 해드셨을까..... 

그래도 난 한국과 거리상 가까운 곳에 살아서

금방이라도 훌쩍 다녀올 수 있지만

유럽쪽에 살고 있는 분들은 거리만큼이나

애잔함도 그리움도 몇 배나 더할 것이다.

좋든 싫든, 그곳이 어디든간에 내 나라를 떠나

 각자의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명절날은 역시나 가족이 많이 그립다.

세계 어느 곳에서 사시든

타국에서 명절을 맞이하는 해외 거주자분들,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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