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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부부의 인연은 남다르다.

by 일본의 케이 2016.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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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먹고 싶어? ]

[ 응,,,고기 먹을래....]

[ 알았어, 예약해 둘 게, 이번엔 민혁(가명)이랑 같이 와 ]

[ 우리 아들은 아직 한국에 있어..]

[ 왜?]

[ 그냥 한국에 좀 있어라고...]

[ 일본에 안 데리고 올려고? ]

[ 아니,,,데리고 오긴 올 건데 애가 할머니집에

좀 더 있고 싶다고 해서...]

[ 그래..알았어...그럼 그 날 봐.]

2주전 하나씨와 통화를 했고 오늘 오후,

깨달음과 함께 약속장소를 나갔다.

 

돌싱인 하나씨는 일본에서 아들과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다가 어떤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의 속내를 알게 된 그녀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이곳 일본을 떠나 긴휴양을 떠났었다.

(그녀의 사랑 -http://keijapan.tistory.com/800 )

   ( 그녀의 선택 -http://keijapan.tistory.com/812 )

건배를 하고 깨달음이 바로 말을 걸었다.

[ 하나씨,,,더 이뻐지셨네요...]

[ 아니에요.. 맨날 아들이랑

물놀이하느라 얼굴이 다 타버렸어요....

깨달음님은 좀 여위신 것 같네요...]

[ 네,.케이가 살을 빼라고 스트레스를 얼마나 주든지...

그래서 제가 살이 빠졌네요..얼굴 살만...

오늘은 하나씨가 있으니까 그냥 눈치 안 보고

많이 먹을 생각입니다

근데, 제가 그렇게 뚱뚱합니까? 아니죠?

하나씨가 보기에는 어때요? ]

 [ 아니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니까 많이 드세요..

하와이에는 얼마나 뚱뚱한 사람들이 많던지

깨달음씨는 완벽한 몸매이십니다~~]

하나씨가 깨달음 농담에 장단을 맞춰가며 웃었다.

하와이에서 한 달정도 휴식을 취하다가

 미국에 있는 친척집에도 잠시 있다가

한국에도 좀 들어갔다가 다시 하와이에서 놀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단다.


 

[ 아들은 언제 데려 와? ]

[ 음,,,, 아마 아빠랑 살 것 같애...]

[ ............................ ]

[ 한국에 갔다가 우연히 애 아빠를 만났어...

아니,,,민혁이가 아빠 만나는 날이였는데 그 날 그냥

같이 만나게 됐는데 많이 변해서 깜짝 놀랬어...]

한국어로 얘기를 하던 하나씨가

깨달음 눈치를 살짝 보기 시작했다.

[ 괜찮아,,,그냥 얘기 해..]

 

민혁이가 아빠를 원래 많이 좋아했단다.

그래서 이혼시에도 친권을 두고 남편과 실랑이가 있었는데

이혼당시 3살이였고 아직 엄마의 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민혁이를 위해 하나씨에게 양보를 해주었단다.

 지난번에 아이랑 함께 만난 애아빠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단다...

말투도 그렇고,,눈빛도 그렇고,,다른 사람처럼

분위기가 완전 바뀌어서 여자친구 생겼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혼자라면서 민혁이 보는 날이

제일 행복하면서도 가슴 아픈 날이라고 그러더란다.

이혼하고 6년이라는 시간에 이 남자는 혼자였다는 게

많이 의아했단다.

 [ 언니,그 사람 원래 그런 말조차 안 하는 사람이거든,,,

근데 완전 다른 사람같았어...말하는 게..

그러면서 많이 외롭데..그리고 많이 미안했다는 말도

하는 거 있지....그래서 왜 그러냐고

뭔 일 있었냐고 물으니까...이혼하고 그냥

연애 때부터 결혼생활 5년을 뒤돌아 보는

 습관이 생겼고 그래서  미안하고,,고마웠다는 걸

 그 땐 몰랐었고 좀 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지긋이 자길 쳐다보는데 도무지 이 남자가

옛남편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였단다.

그 뒤로도 한국에 있는동안

주말마다 아들과 함께 셋이서 놀이동산 가고

야구장도 가고 그랬단다.

한 달 전,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다시 시작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괜한 자신감이 생겼다며

 어색하게 웃더란다.


 

우리가 얘기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옆에서 귀를 쫑깃 세워 들으면서 열심히

고기를 구워서 먹고 아직 반이나 남은 고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기세트와 김치를 또 주문했다.

그리고는 눈치 빠른 깨달음이 민혁이 아빠랑 만났냐고

물었고,,,그렇다고 대답하자 

남자가 반성하고 매달리면 그냥 아빠랑 같이 사는 게

아이를 위해서도 좋을 거라고 한마디 하자

 깨달음씨 눈치가 100단이시라고 하나씨가

당황해 하니까 하나씨 얼굴표정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보였다고 그건 좋은 징조니까

아이를 위해서 다시 만날 것을 자기는 권하고 싶다고 했다.

그 소리에 하나씨와 난 잠시 아무 대답을 못했다.

 

우린 마지막으로 냉면을 시켜 놓고 내가 궁금했던

것을 딱 꼬집어 물어봤다.

[ 음,,,그 남자?한테는 연락 없지? ]

[ 응,,,전혀 없어...근데...아직도 내가 살던

그 동네에 살고 있는 것 같아..00선생님이 봤다더라구..

그래서 약간 불안하고 찜찜해...

 새 집을 어디로 할 건지

지금 그게 걱정이야..,언니집 근처로 올까?

아님,,,그냥 한국에서 살까....잘 모르겠어...]

우린 냉면을 깨끗이 비우고 가게를 빠져나와

하나씨가 묵고 있는 호텔을 향해 택시를 탔다.

뒷좌석에 앉은 우린 속삭이듯 다시 얘길 나눴다.

[ 다시 남편과 재결합 할 마음이 있긴 있는 거야? ]

[ 음,,아직은 없어,,,근데 민혁이 마음이

제일 우선인 것 같애..

애한테 더 이상 상처를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남편이 예전에 비해 변했긴 했지만 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되고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애..서로에게,,,] 

[ 그래,,.원래 이혼할 때도 원수같은 사이로

헤어진 게 아니였다며... 좀 더 지켜보면 뭐가

달라졌는지 확실히 보이겠지...]

아무말 없이 내 말을 듣고 있던 하나씨가

부끄러운지 내 옆에 바짝 붙어서는

[ 민혁이를 위해 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해..]

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어느 불교책자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부부의 인연은 8천겁의 선연으로 이루워진다고,,

겁이라는 것은 100년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사방 15Km가 되는 큰 바위에 옷깃을

살짝 스치는데 그 바위가 다 닿을 정도의 세월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이 인연은 오백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부부는 이런 겁이 8천 겁이 되어야

 부부의 연이 맺어진다고 한다.

부부의 만남이 보통 인연이 아님을 불교에서는

 이렇게 비유하고 있었다.

세상엔 만나지 말아야할 악연도 있겠지만

이렇게 부부라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만남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일 게다.

한번 끊여진 부부의 연이 다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참 인연이 아닐까라는

어설픈 해석을 하는동안 우린 호텔에 도착을 했고

깨달음이 커피 한 잔씩 마시고 헤어지자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커피숍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하나씨의 눈웃음이 귀엽다는

생각과 함께 조명에 비친 하나씨 얼굴이 

아주 평온하고 편안해 보여

나도 모르게 참 다행이다라는 혼잣말이 나왔다.

정말,,,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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