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날 부끄럽게 하시는 우리 시부모님

by 일본의 케이 2015. 3. 19.
728x90
728x170

 

어머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특별한 날은 아니였다.

그냥, 이 꽃장식을 보니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 샀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번 신정 때 시댁에 가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려서 샀다.

 

그리고 백화점에 들러 봄 마후라를 샀다.

시아버지, 시어머님, 그리고 친정엄마 것까지...

우린 뭔가를 살 땐 꼭 이렇게 3개씩 산다.

전화도 자주 하는 걸 불편해 하시는 시부모님이여서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데 오늘은 겸사겸사 전화를 드렸다. 

반갑게 받아 주시는 우리 어머님..

지난 1월 신정 때 전화드리고 3개월만이다.

 

깨달음이 지난주 오사카 출장 갔을 때 같이 가서 

어머님께 잠깐 들릴려고 했는데 내 스케쥴이 맞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자

괜찮다고 일이 우선이니 일부러 올려고 말라시며 

집 구하기는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으셨다.

다시 찾고 있다고 지금 진행상황을 차분히 말씀 드렸더니

옆에서 아버님이 뭐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잠시, 아버님이랑 몇 말씀 나누시는 것 같더니

[ 케이짱, 오늘도 우린 아버지랑 진자(신사)에 갔다 왔단다... ]라고 하셨다.

왜 가셨냐고 무슨 행사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냥 기도하러 다녀오셨다며

지난 달, 우리가 집 계약이 파기 된 걸 알고 두 분이서

매일  집 근처 진자에 가서 우리 부부를 위해 기도하신단다.

이번엔 무사히 새 집이 구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어제도 갔어야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가고 오늘은 갔다 오셨다며

여기서 이렇게 무사하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으니까

걱정말라는 말씀도 하셨단다.

[ ...................... ]

 (지난 번 우리를 배웅 하시던 시어머니)

 

우리 시아버님,, 90세를 넘은 나이에

다리가 불편해서 근처 슈퍼 가실 때도 지팡이 없이는 못 가시는 아버님이

걸어서 15분거리를 다녀오셨다니....

어머님도 쇼핑카트를 밀고 다니셔야만 하는데...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난 아무말을 못하고 잠시 침묵으로 대신하다가

 좋은 소식 있을 거라고  이젠 그만 가셔도 된다고 그러자

아니라고 우리 부부가 새 집 찾을 때까지

아버님이랑 가자고 약속했다고 하시며

끝까지 말 할 생각이 없었는데 아버님이 옆에서

잘 될 거라고 꼭 얘기하라고 하시는 바람에 말한 거라신다. 

[ ...................... ]

그리고 지난 2월 말에도 우리가 한국 다녀와서 친정엄마가 건네주신

 영광굴비가 너무 맛있었다고

늘 받기만 해서 죄송하니까 뭔가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뭐가 좋겠냐고 물으셨다.

난 그 질문에도 바로 대답을 못 드리고 화제를 다시 바꿨다.

이사하면 저희가 꼭 집에 모시겠다고, 그러니 늘 건강 유지하시라고 하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있는데

아버님 요실금이 심각해서 장시간 외출을 못하니까

괜찮다시며 이사하게 되면 다음에 내려 올 때

사진 한 장 찍어 보여 달라신다.

그리고 집이 결정되면 귀찮더라고 사양하지 말고

뭐가 필요한지 꼭 말해주라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으니

불편하게 생각치말고 얘기하라고 몇 번 다짐케 하셨다.

 알겠다고,,, 꼭 말씀 드릴테니까

아무쪼록 건강하시라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옆에서 또 아버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케이짱, 깨달음이랑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

깨달음이 속 상하게 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전화해~]

[ ............................. ]

아버님은 우리 부부가 작년에 크게 싸워서 위태로웠던 걸 알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우릴 보실 때마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씀을 꼭 해주셨다.

슬하에 딸이 없어 내가 딸 같다며 많이 예뻐해 주시는 우리 시부모님...

불편한 몸으로 매일 진자(신사)에 가서 기도 하시는

시부모님 마음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늘  부끄럽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게 하시는 두 분,,.....

내일은 아버님 요실금 팬티도 몇 장 사서 함께 보내드려야 될 것 같다.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