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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삿날, 남편이 제일 먼저 한 일

by 일본의 케이 201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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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30분.

초인종 소리와 함께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와서

이름과 이사할 곳 주소를 확인하고는

 보호막을 깔고 붙힌 다음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릴레이식으로 리더격인 분이 먼저 짐들을

 체크한 다음에 하나씩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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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이 지나기도 전에 모든 짐을 차에 싣을 수 있었고

직원들 점심을 한 후, 새로 이사할 곳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먼저 새 맨션에 도착, 관리실 아저씨에게 인사를 나누는데

이삿짐 직원도 미리 발급받은 허가증 같은 걸 보여드리며

 관리사무실 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렸다.

먼저 한 쪽 엘리베이터만 고정으로 사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보호막을 붙혔다.

이사 견적서를 뽑던 날,

한국처럼 크레인 이사를 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굳이 사용료를 내지 않으며 모든 이사는 거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기에

주민들도 그렇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양말을 새로 갈아신겠다며

 두명의 스텝이 새양말로 갈아신는게 참 인상적이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 집에 들어 올 때도

 바로 양말을 갈아 신어었다.

새 양말을 신은 스탭이 방으로 들어와

 통로와 문짝에도 꼼꼼히 붙히고

바닥에도 얇은 이불같은 걸 깔았다.

 

그렇게 짐들이 옮겨지고 우린 각자 배치도를 보며

방에 맞게 짐들을 집어 넣었다.

그렇게 짐이 반쯤 들어왔을 때, 깨달음이 잠시 안 보이길래

찾아봤더니 거실 구석에서 앉아

술과 소금을 두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너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를 하고 있어서

차마 말을 못 걸고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바쁜데 지금 뭐하는 거냐고 한소리했더니

집신령님, 지신(地神) 께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드렸다며

일본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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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쁜 와중에 언제 사왔냐고 쏘아붙혔더니

아까 점심 먹기 전에 미리 사두었단다.

그런 미신적인 것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하냐고 어서 짐이나 챙기라고 그랬더니

원래는 이 집에 막 들어섰을 때 했어야 하는데

짐들을 반이상 넣은 상태니까 인사가 늦은 거란다.

[ ..................... ]

화장실과 욕실이 아직 남았다고

잠시 자기에게 시간을 주라며 욕실쪽으로

소금과 술을 들고 걸어가는 깨달음 뒤통수를 향해

그냥 네 군데 동서남북 했으면 됐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여도 내 말은 듣지도 않았다.

말해 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서 그냥 난 나대로

짐을 옮기고 배치를 하다가 주방쪽 물건들을 옮기는 중에

눈에 띄인 가스렌지 코너에 있는 술과 소금...

소금을 삼각 모양으로 세워둔 건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실제로 우리집에서 직접 본다는 게 의아하고 낯설었다.

마침, 언니한테 카톡이 왔길래 하소연을 해봤다.

 

민속신앙에 하나라고 치부하기엔

깨달음 표정이 아주 신중하고 정중했기에

강하게 그만 두란 말은 못했다.

모든 곳에 기도가 끝난 깨달음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열심히 이삿짐을 정리했고 그 덕분에 예정보다 빠른 시간에

모든 이사가 끝났다.

직원들도 떠나고 잠시 차를 한 잔 하면서

사방에 놓여있는 저 소금들이 신경쓰인다고 했더니

이 터에 살고 있는 신주에게

집안의 편안함과 재수, 복덕을 비는 거라면서

자기처럼 건축계 사업을 하는 사람은

특히나 성주들에게 잘 보여야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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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냥 신경쓰지말라면서

집을 중심으로 집터의 토지신, 안방의 조상신, 마루의 성주신.

부엌의 조왕신, 현관문의 수문신, 화장실의 측신 등이 있다고

열심히 설명하는 깨달음 얘기를 듣고 있으면서

이게 일본식인지, 아님 깨달음식인지 잠시 궁금해졌다.

내가 크리스챤이여서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아님, 깨달음 말대로 문화적 차이라 생각하고

 받아 들여야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각자 나름대로 믿고 있는 신앙이기에

뭔가 불편함을 표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 믿음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고

아직도 내가 모르는 일본문화가 많이 있구나라고 혼자 생각했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자기 방식의 믿음으로

 저렇게 해 놓은 거니까

그러러니 하지만 코너에 놓여있는 소금과 술에

눈이 자꾸만 가는 것은 낯설임 때문일까....

다음에 일본 친구들 만나면 꼭 물어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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