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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이상형의 배우자는 이 세상에 없다

by 일본의 케이 2017.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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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가게에 도착해 바로 건배를 했다.

조금은 서둘러야했다.

7시에 시작되는 공연이지만 

좌석이 자유석이기에 적어도 30분전에는

들어가야만 했고 여기에서 공연장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시간분활을

잘 해서 움직여야했다. 

한국문화원에서 주체하는 공연이 

또 당첨이 되었다.

이번에는 4명이 볼 수 있어서

요시무라 상과 같은 고향 언니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를 했더니 흔쾌히 나와 주었다.

요시무라 언니는 내 블로그에도 몇 번 등장한

한국 드라마부터 케이팝, 음식까지 나보다

더 빠른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언니다.

젊었을 때 대역배우 생활을 20년정도 한 경력이

있어서 한국에서의 데뷔도 꿈 꿨었는데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남편들 말이 나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깨달음이 감기에 걸려서

레몬티를 마셨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내가 약은 먹었는지 물었고

 입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면서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 둘은 여전히 사이가 좋네~ ]

요시무라 언니가 눈을 찡긋 거리며 물었다.

[ 그렇게 보여요? 아닌데..

맨날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고 그래요 ]

[ 그게 사이가 좋다는 증거야, 더 살아보면

소 닭보듯 하게 되어 있어~]

[ 좋을 때는 히히덕 거리고, 안 좋을 때

죽일 것처럼 싸우고 그래요~]

[ 그래? 정말 죽일 듯 싸워?]

의외라는 눈빛으로 우리 둘을 살피는 언니들..



[ 솔직히 너무 화가 나면 미워서 미쳐버릴 때가

있던데 이 사람한테도 물어봤더니

자기도 그럴 때가 있다고 해서 쇼크였어요]

옆에서 깨달음이 인간은 남녀를 불문하고

미운마음이 들면 억제하기 힘든 건 

똑같다고 하자 다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 그러지, 남자들도 참을 뿐이지 아내가 미치게

미울 때가 있을 거야..] 고향 언니가 말했다.

[ 부부라는 게 좋을 땐 미치게 좋고

정말 죽이고 싶을만큼 화가 날 때가 있어..]

우린 이런 얘기들을 나누며 좀 빠른

페이스로 식사를 하며 대화도 빨라졌다.



[ 그래도 나는 깨달음씨 귀여워서 좋던데

 귀여운 남편이여서 부럽기만 하더만,.]

[ 언니,,귀여운 것도 한 두번이지..

나이를 생각해야지..

하는 짓이 초딩하고 똑 같애..

난 정말 무게 있는 사람을 원했거든,

좀 묵직하게 말 수도 없고, 그런 존재감이 있는

사람을 좋아했는데..]

[ 아이고, 우리 남편은 말한마디 없고

유모어도 없고 장난도 칠지 몰라서 얼마나 

답답한지 몰라, 나는 깨달음씨 같은 사람 

같으면 업고 다니것다~ ]

[ 아니야,,진짜 살아보면 웬수라니깐..]

[ 맞아, 나도 만날 때마다 유쾌하고

천진하고 귀엽기만 하던데 배 부른 소리하네..

우리 남편은 하루에 한마디도 안 할 때가 있어.

그게 얼마나 사람 열불나게 하는지 아냐? ]

언니들은 서로 자신의 남편들 흉을 보며

나보고 행복할 때라며 가볍게 눈을 흘겼다.


그런 얘기들을 하다 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겨 

공연을 기다리고 있던 중에

 깨달음이 내게 부채로 장난을 쳤다.

 하지마라고 해도 장난을 또 한다.

나는 두 번 말하는 것도 싫고, 하지 말라는데

또 한 것에 대한 화가 두배로 치밀어서

티격태격하자 옆에 앉아 있던 요시무라 언니가

그만하라며 귓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 케이짱, 이제까지 봐 왔을 때, 케이짱이 

말하는 거, 원하는 거 다 들어주는 것 같던데

저런 남편 없어..일본인 중에서도 드물어..

케이짱이 좋아저 저렇게 장난하는 거니까

그냥 받아주면 될 것을 왜 짜증을 내고 그래~]

[ 아니, 하지마라는데 지금 또 하잖아요..]

[ 애정 표현이야,,]

[ 난 진짜 짜증인데..]

[ 케이짱. 나한테 군밤 한대 맞을래?

저 정도 해 주면 진짜 잘 하는 거야 ]

[ ........................ ]

더 이상 말을 했다가만 정말 군밤을 

맞을 것 같아 그만 했다.


공연을 보고 전철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유명한 붕어빵 가게에서 깨달음이랑

요시무라 언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수 없는 포즈를 잡고 까불고 난리였다. 

술 취한 것도 아닌데 장단이 잘도 맞는다.

[ 가끔 천진스러운 건 좋은데 늘 천진한 건

좀 이상한 거야,,중년 아저씨가,,]

내가 또 한마디 하고 말았다.

[ 사람들하고도 쉽게 허물없이 잘 지내고

사람을 편하게 하잖아, 깨달음씨는

그렇게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거야.]

[ 그래, 케이는 만나면 좀 어려운데가 있어..]

[ ....................... ]


솔직히 생각지도 않은 말을 들어서 좀 움찔했다.

[ 케이짱은 너무 원칙적이고 정확한 걸 

좋아하잖아, 그래서 뭐랄까..

만나면 즐겁고 좋은데 

편한 느낌이 드는 사람은 아니지..]

왜 화살이 나한테 돌아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은근 쇼크였다.

[ 내가 그렇게 불편했어요?]

 [ 아니, 불편하다는게 아니라,,깨달음씨 같은 

성격이 얼마나 좋은지 말해주는 거야,

정말 속이 없어서 초딩처럼 하는 게 아니잖아,

저 나이에 순수함을 간직하기도 힘든데..

사람들하고 허물없이 어울리고 그러는게

진짜 좋은 성격인데 케이짱이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 지금 케이짱이 너무 행복해서

별 것도 아닌 걸로 투정부리는 걸로 밖에

안 들려. 그런 소리말고 깨달음씨 같은 

남편을 귀하게 여겨야 돼~]

언니들이 깨달음하고 살아봐야 알거라는 

말이 나올 뻔 했는데 꾹 참았다.


요시무라 언니가 전철역이 다가오자

[ 케이짱은 남자로 태어났어야 좋았을 건데..

하는 것 보면 남자같은 성향이 짙어~

매번 느끼지만 완전 남자야~

꼬추를 달았어야 하는데 여자로 태어난 게

참 애석해,,둘을 볼 때마다,,,]

[ 이 집은 남편하고 아내 입장이 바뀐 것 같애

깨달음씨가 여자고 케이짱이 남자야~

그니까 균형을 잡고 잘 살고 있잖아~ ]

[ 그래, 맞아,,둘이 바뀌었어~]

이 소리를 들은 깨달음이 

[ 케이는 여자처럼 생긴 남자입니다] 라고 

못을 박듯 마지막을 정리하자 

언니들은 맞다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 ................................ ]

집에 돌아와 난 내 방에 들어가 

여러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마음이

놓이고 편한 사람이 분명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또 보고, 또 만나고 싶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만나면 즐겁고

 마음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는 그 반대의 사람이였다.

여러 각도에서 반성하고 개선해야할 부분에 

대해 노트에 하나씩 적고 있는데

깨달음이 방문을 빼꼼히 열고는 밝은 얼굴로

[ 안녕히 주무세요~]란다.

또한, 깨달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그게 얼마나 귀한 장점이였는지

소중히 생각치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도 더불어 하게 되었다.

자기 이상형의 배우자는 이세상에 없다.

이상형이 되도록 서로 만들어 가고

 맞춰가야 할 것이다. 

우린 남, 녀가 바뀐 듯한 부부여서

남들보다 몇 배로 말다툼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나를 되돌아보며 반성할 기회를 준

언니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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