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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아프면 더 서러운 게 해외생활

by 일본의 케이 2014.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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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몇키로라고 하셨죠?]

[ 4X 키로인데요,,,]

[ 벌써 4키로나 빠지셨어요? 좀 심한데,,,계속해서 살이 빠지면 치료가 힘들어져요,

약이 식욕감퇴를 유발해서 식욕이 없으시겠지만 드셔야합니다,

  여름철이 다가와 입맛이 더 떨어질텐데

억지로라도 드셔야 약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

 더 이상 체중 감소되면 본인이 제일 힘들어 지십니다. ]

[ ................... ]

오늘 주사는 팔뚝이 아닌 엉덩이에 놓아드리라고

간호사에게 차트를 넘기며 의사가 날 다시 한 번 쳐다본다.   

주사실로 향하는데 앙상하게 말라버린 내 육체가 유리창에 위태롭게 투영되었다.

 

요즘은 무리해서 먹고 있는데도 체중계에 올라가 보면 하루가 다르게 가벼워지고 있었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자기암시 같은 걸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반찬거리들을 꺼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과 입을 달래가며 겨우 한 그릇을 비웠다. 

 설거지를 마치고 오랜만에 찬송가를 틀어 놓고 일찍 안방 침대에 누웠다. 

그 어떤 부귀영화도 건강없인 아무 소용없는 것을,,,,

건강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데,,,,

치료가 끝나면 체질개선도 다시 해야하고,,,,,,

한국 가면 보약도 지어 먹어야겠고,,,,

 통장정리 및 유언장도 다시 체크해 봐야겠고,,,,

돌아가신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잘 계신가,,,,

협회도 정리를 해야겠고,,,,,

생각에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 때 퇴근이 늦다던 깨달음에게서 집 앞이라고 문자가 왔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깨달음이 들어오고,,, 날 천천히 쳐다 보더니

찬송가 틀어 놓은 거 보니까 무슨 죄 지었냐고 묻는다.

[ ...................... ]

오후, 병원에서 의사가 했던 얘길 하면서

그냥 오랜만에 듣고 싶어서 틀어 놓았다고 마음에 평정도 찾을 수 있어 좋지 않냐고 그랬더니

 [ 오~~예수사마~~부탁합니다, 케이의 죄를 씻어주세요 ]란다.

씨잘대기 없는 소리 그만하라고 째려봤더니

힘들 때만 신을 찾으면 예수사마도 내 기도를 들어 주지 않을 거라고

매일 매일, 감사하고, 반성하는 게 습관이 되야 한다고

당신처럼 필요에 의해 예수사마를 찾으면 하늘까지 전달이 안 될거란다.

[ ...................... ]

기도한 게 아니였다고 오바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 뒤, 피곤하다고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한국에 한 번 다녀오라고 그래야 몸도 마음도 기운을 내지 않겠냐고

친구들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좀 먹으면서 힐링을 하고 오란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안방에 들어가 다시 눈을 감았다.

크리스챤도 아닌 애니미즘 신앙을 갖고 있는 깨달음에게 무슨 목사님 설교말씀 같은 소릴 들어

유쾌하지 않았지만  맞는 말인 건 사실이다.

평소 때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았던 점,

그리고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교만함이 문제였는지....

자꾸만 나약해져가고 있는 내 정신과 육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어쩌면 내 나라이고 내 고향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이 한국이였으면 이 허하디 허한 빈 가슴이 가득해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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