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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카톡 속, 한국어가 너무 웃기다.

by 일본의 케이 201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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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카톡 이름은 [케다룬]이다.

자기 귀에는[깨달음]이 아니라 [케다룬]으로 들린다고

 발음나는대로 소리나는대로 입력을 해놨다. 

그래서인지 카톡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웃기는 한국어들이 참 많다.

 어제는 협회직원 생일이라고 그랬더니 샌츄카하미다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보내왔다.

한국사람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완전 일본식 한국어 발음이였다.

일본식표기가 예를 들어 깨, 께, 캐, 케를 け만으로 표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어서도

발음나는대로 쓰는 이유중의 하나이겠지만 참 일본스러운 발음이다.

 

오늘 저녁엔 퇴근이 늦은 깨달음에게 저녁은 먹었는지 물었더니

오누룬 마시솟소요 (오늘은 맛있었어요)라고 적어 보냈다. 

친차로(진짜로) 코진마루(거짓말) 초와요( 좋아요) 대충 이런 식이다.

내가 귓가에 대고 발음을 몇 번을 가르쳐 주고 혀의 위치를 알려줘도 잘 안 되는지

자기 하고 싶은대로 적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어로 표기하기 힘든 한국발음이 많은 것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때 깨달음은 한글 기초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과는 좀 다르게 표기한다.

발음은 이상해도 뜻이 통해서 다행인데 어쩔땐 진짜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요즘은 일본 어디를 가나 관광지 이외에도 한국어 안내판, 간판들이 눈에 자주 띄인다.

식당을 가도 한국어판 메뉴가 있는 곳이 많아졌는데

뜻은 모른 채 번역기에 돌려 그대로 쓰거나 띄어쓰기가 잘 되지 않아서

 약간 이해하기 힘든 한글들도 가끔 볼 수 있다.

모 체인슈퍼 앞에 걸린 선전문구에는

엄섬한한국의식재료입니다 ( 엄선한 한국의 식재료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오타도 있지만 받침이나 자음, 모음을 구별하지 못해 재밌는 한국어가 만들어진 것 같다.


 

어느 식당에서 보았던 메뉴판의 한글들.

삼교프살(삼겹살), 되지고기(돼지고기)

 

육케잘 쿱파 (육개장 국밥) 을 얘기하는 것이고

 호르몬(곱창,내장류)과 치즈 넣은 명동 프데냄비는 (부대찌개)를 얘기하는 것이였다.

[육케잘 굽파]는 깨달음이 늘 하던 일본식 발음이여서 더 더욱 재밌었다.

[국밥]은 된소리라고 설명해도 [굿파]라고 했었다.

일본 속에 한국어,,,,좀 틀리긴 하지만 한국어 표기를 해두려는 가게측의

 정성과 마음이 느껴져 왠지모를 따뜻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이런 깨달음의 한국어를 우리 가족들은 추성훈처럼 얘기한다고 신기하고 귀엽다고 한다.

일본인 특유의 발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대다가 꼬마아이들 말처럼 느껴진단다.

요즘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들처럼

[ 무쇼오요 -무서워요] [ 다 모고소요- 다 먹었어요 ]

 [ 추와요- 추워요 ] 라고 흉내를 많이 낸다.

아이들 말이여서 귀에 금방 들어오는지 일어자막 없어도

삼둥이들하는 말들은 잘 알아 먹고 잘 따라한다.

받침이 아예 없는 단어나 문장들은 그래도 발음이 많이 확실한 편이다.

[ 뭐라고요][ 하지마세요 ][ 배고파요][미쳐요][가요][매워요][ 이쁘다] 등등...

 

12월 말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면서부터

올해는 한국어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고, 매일 한글자씩 외우겠다며

나와 굳은 약속을 했지만 아직까지 학구열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자음, 모음 모두 외우고 짜맞추기 단계까지 갔었는데  지금은 거의 잊어 버린듯,,,

드라마 볼 때뿐,,,,,, 예전에 공부했던 한국어 책을 아직도 못찾고 있는 상태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어 공부중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게 발음과 받침이다.

그래서인지 깨달음도 아직까지 잘 먹었습니다를 [자루 모고쓰미다]라고 말한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구사하는 일어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발음,엑센트가 있듯

일본인들이 말하는 한국어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발음형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깨달음과 카톡을 할 때마다 한국에서 지금 뜨고 있다는

일본 출신의 [강남]이라는 가수와 거의 같은 감각으로 한글을 쓰고 있음을 느낀다.

한국사람인 나부터도 맞춤법이 틀리고 띄어쓰기가 헷갈리는데 외국인은 오죽 하겠냐만은

언젠가 깨달음이 한국 가서 살게 되면 제 2의 [강남]처럼 될까 걱정이다.

안녕을 [안뇽]이라고 할 땐 귀엽긴 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한국인 아내와 4년을 살았으면 발음을 좀 정확하게 해야할텐데...

내가 더 적극적으로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한국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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