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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 직장내, 이지메의 실태

by 일본의 케이 2016.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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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앞까지 날 찾아오는 걸 보니 꽤 급했던 모양이였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중국요리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한국 가게가 눈이 띄질 않아 그냥

아무곳이나 들어왔다고 한다.

대학원 후배인 은정(가명, 30대 중반)은 졸업 후,

바로 인쇄관련 회사에 취직을 했다.

은정이는 뭔가 넋이 빠진 모습으로

 테이블 가장자리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고

옆자리엔 남친(일본인)도 함께 와 있었다.

적당히 음식을 주문하고 본격적인 대화를 나눴다.

회사에 취직하고 2개월 때부터 이지메가 있었단다.


 

은정이가 화장실에 있는 걸 알면서 일부러 밖에서

들어라는 식으로 험담을 하더란다.

머리 모양이 이상하다는 둥, 웃음 소리가 재수 없다는 둥,,,

제일 참기 힘든 건, 업무처리에 있어 은정이 실수가 아닌걸

은정이 탓으로 모두가 돌려서

아무 죄도 없이 대신 거래처에 사과를 해야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단다.

그걸 왜 따지지 않았냐고, 잘못하지 않았으면

강하게 따져야할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처음 한 두번은 자기 실수가 아님을 설명했는데

옆에 있는 다른 부서 직원까지 와서 억지소리를 하며

분위기를 은정이 잘못으로 몰고 가는데

 그 분위기라는 게 빼도 박도 못하는

아주 교묘한 무언의 압력을 주더란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리더격의 여직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사에게도 얘길 했는데

직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지 못한

은정이 탓을 하며 그냥 조용히 넘어가라고 하더란다. 


 

은정이는 맺힌 한을 풀어내기라도하는 듯

 계속해서 그들에게 당했던 것들을 쏟아냈다. 

여러 동료들이 있는 가운데 일 처리를

이렇게 밖에 못했다고 큰 목소리로 호통을 치며

 대학을 어찌나왔나 모르겠다고 하더란다.

그런데 그 실수도 은정이가 한 게 아닌

다른 직원이 잘못했던 미스였단다. 

어느날은 거래처 미팅이 늦여져서 회식시간에 늦는다고

 분명 말을 했는데도  일 마치고 바로 갔는데

시간 개념 없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더란다.

밤샘 작업해야 한다고 해서 밤샘준비하고 작업하는데

하나, 둘, 퇴근하면서 은정에게 마무리 다 하라고

마감 지키지 못하면 책임을 모두 지게 하겠다고 했단다.

 

올 봄에는 감기에 걸려 한기가 들어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갔더니

날도 더운데 옷을 두껍게 입고 다닌다고

센스가 있네, 자가관리를 못하네 하면서

감기가 나을 동안 서류를 만지지 말라고 했단다.

은정이가 한 숨을 쉬며 잠시 진정을 하는 동안

옆에 있던 남친이 은정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한국도 그러겠지만 일본에서는 너무 착하면 더 당한다고,,,

그리고 여사원들은, 특히 같은 일본인끼리도

질투가 심해서 그걸 가려내기 힘들다고

즉, 내 앞에서 하는 행동과 여럿이 있을 때 하는 행동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기 힘들고

상황에 따라 바로 편을 바꾸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그래서 자기는 이렇게 된 이상, 이지메를 막기 힘드니까

은정이가 이직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듣고 있던 은정이도 다음달 마감이 끝나면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이곳 일본도 해를 거듭할수록 직장내 이지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이지메의 유형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가장 많은 이지매 형태는 언어 폭력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은 따돌림, 그리고 뒷담화, 무시, 책임 떠넘기기등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흔히들 왕타를 주로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질투심이 강하고, 경쟁심, 자기 과실을 은폐하려는

비겁함과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왕따의 형태인데

이렇게 왕따를 당한 피해자들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이지메를 당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40%을 차지했고

 다음은 믿는 친한 친구에서 상담하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휴직을 하기도 한다고 답을 했다.

부모, 형제나 상사에게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10%로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일본에서는 이런 직장내 왕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지메 증거를 상세히 기록해 두거나 상사나 회사에 보고하기,

노동청에 신고하기,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하기 등등

 나름 해결방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

같은 업계에 소문이 돌아

이직을 하기 힘들기도 하는 문제들이

부각되기에 쉽게 법적대응의 해결방안을

 선택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은정이가 제일 힘들었던 건

일본인 특유의 비야냥, 칭찬인 듯 하면서

사람을 얕잡아 보는 말투가 너무 너무 싫었단다.

그리고 집단 그룹을 만들어 가며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합류를 하고 몰아세우는 데 미칠지경이였다고 한다.

은정이 상처는 상당히 크고 깊었다.

내 나라에 살아도 이지메는 있다.

하지만 이곳이 타국이라는 것과,

 상대가 같은 이성동료였다는 것이

은정이 상처를 더 깊게 만든 요인이였던 같다.

난 조금은 냉정할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이 그들에게

어떠한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라는 말과 더불어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과 재일동포가 원장이신 신경정신과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전화번호를 받아 스마트 폰에 입력하는 은정이를 보며

정작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실직적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감이 밀려왔다.

그냥, 한국으로 귀국하는 방법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그게 최선이고 최고의 선택이라고 어느 누구도

확신있게 얘기할 수도 없어 더 안타까웠다.

명쾌한 답을 못찾고 있는  이 가슴 아픈 현실이

하루내내 내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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