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일본 회사의 근로기준과 노동시간의 실태

by 일본의 케이 2017. 4. 7.
728x90
728x170


내 블로그에 자주 등장했던 

후배에게 회사로 소포를 보냈다.

사무실 뿐만 아니라 집이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포를 보내야하는데는

후배가 밤낮이 없이 일을 하다보니 

만날 시간이 없어서였다.

물론 집에는 거의 못 들어가고

매일 회사에서 밤을 새다시피한다고 했다..

김치와 밑반찬은 보낼 수 없어  

그냥 인스턴트 음식 등을 좀 넣어 보냈다.


[ 후배한테 소포 보냈는데 감기약을 

넣는다는 게 깜빡했어, 당신 방에 있어서,,

 휴일도 없이 일 했대..집에도 못 가니까

근처 사우나에서 씻고 또 일 하고 그러느라

감기 걸릴 틈도 없을 정도래..]

[ 그 회사 이름이 뭐라고 했지? ]

깨달음은 이 후배 얘기만 하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 진짜 못 된 회사야, 일을 너무 시키고 있잖아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일은 몇 배로 시키고

진짜 못 되 먹은 기업들이 너무 많아..

디자인계가 원래 그렇지만 일을 시켰으면

 그만큼에 보상도 해 줘야하는게 당연한데, 

돈은 안 주면서,,해도 해도 너무해..

저러다 쓰러지면 나 몰라라 할 거 아니야 ]

[ ....................... ]

깨달음이 이렇게 흥분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작년, 후배 회사에서 개최한 운동회에서

게임을 하다 동료의 부주의로 다리의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했다.

그 당시 내가 후배랑 카톡을 하다가 

너무 화가 나서

목발을 짚고 출근을 해야하는 아이에게

일을 시키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산재처리는 물론, 치료비도 일절 해줄 수 

없다는 회사(자세한 사항은 중략하겠음)가 

제정신이냐고 노발대발 깨달음에게 화풀이를 

하며 후배의 다리 상태를 보여줬다. 

  


깨달음이 후배 다리 사진을 보고는 

당장 입원시켜야 된다고,

 저렇게 다친 직원을 출근시킨

회사가 도대체 어디있냐며 직원이 80명이 넘은

회사에서 상식적으로 저럴수가 없다고

본인도 회사를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써

형편없는 그들의 대처에 화가 난다며

열변을 토해냈었다. 

[ 요령껏 일 하라고 그래..그렇게 몸 상해가면서

해봐야 전혀 소용없는 회사니까,,

아니,,정말 노동청에 전화 한통만 하면

그 회사는 끝이야~너무 일을 많이 시키잖아 ]

같은 일본인으로써 자기가 대신 후배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정말 미안하다며

지금도 저런 기업이 있다는 게 부끄럽고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 근데 후배뿐만이 아니라 선배, 동료들도

다 같이 밤을 새고 일을 하니까 후배만 

안 할 수 없어서 그러는 거래...]

[ 그니까 그 회사가 잘 못 된 거지,

지금껏 그런 식으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다들 그대로 일을 하는거잖아,

밤샘 한다고 능률이 더 나아지는 게 아니거든,

 덴츠 직원이 왜 자살을 했는데? ]


2015년, 일본의 대기업 광고회사 덴츠에서 

근무하던 20대 신입사원이 크리스마스에 

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다.

휴일 출근은 기본이고 하루 20시간 넘게 일을 

했으며 한 달동안 잔업시간이 

130시간을 초과했으나

회사측에서 70시간에서 69시간 근무한 걸로 

 조작했음을 조사결과 밝혀졌다.

실제로 우리 후배도 지금의 회사 뿐만 아니라 

 이 전의 회사에서도 출근부를 조작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달, 장시간 노동을 구제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의 

노동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만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임금 차이가

발생시 회사측에서는 노동이 

다른 부문을 설명해야 한다.

시간외 노동시간은 원칙적으로 

연 360시간 이하로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연 720시간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추가된 잔업시간에 따른 

고정된 시급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성과에 따라 임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하는

제도이기에 사실상 암묵적인 초과근무수당이 

제로인 법안인 것이다.

특히, 바쁜 달에는 월 100시간까지 시간외 

노동을 허용한다고 했다.

회사가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수천만엔의

벌금과 징역형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1,734시간이지만 지난해 일반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2,026시간을 넘었고 

근무시간을 회사내에서 

조작하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어 

좀처럼 개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덴츠회사에서 자살한 직원은 

동경대를 나온 엘리트였다.

이 자살사건 이후 덴츠 경영자측에서는 

잔업을 줄이고 노무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밤 10시에 건물전체에 

소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덴츠 사건이 있은 후 회사에 변한 것은 없었냐고

물었을 때 후배는 반응은 무덤덤했다.

[ 일찍 퇴근 하라는 말은 하지만

일이 안 끝나는데 퇴근을 다들 못하지..

조심해야된다고는 해도 별로 변한 건 없어,

어느 회사나 비일비재하니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 하는 건

다 똑같애.그냥 그러러니 하는거지.,, ]

누군가는 잠을 줄여가며 청춘을 바치고 일을 하고

그로인해 과로사, 자살빈도가 높아가고 있지만

경영체제및 고용개선에 대한 실행은 

아직도 멀고도 멀기만 한 게 현실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진 후배의 다리를 볼 때면

아직까지도 울화가 치밀어 온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