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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자식도 실은 많이 아프다

by 일본의 케이 201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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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머니, 다쵸소요?(다쳤어요) ]

[ 오메~ 일본까지 소문이 나불었는갑네~, 아니여~

쬐끔 넘어졌어~ 인자 괜찮아~]

[ 오머니~ 많이  아파요~]

[ 아니여, 아니여~~, 인자 다 나섰어요~

 우리 깨서방이 걱정해 준께 다 나서부렀네~~~]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톤이

생각보다 높고 밝았다.

[ 오머니, 이사하면 꼭 일본에 놀러 오세요]

[응, 감세, 가,,갈랑께 먹고 싶은 거 있으믄 뭐든지 말하소~]

[ 오머니, 조심하세요]

[ 인자, 괜찮은께 걱정하지 말고 이사 준비하느라 바쁠 것인디

이렇게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 오머니, 진짜로 조심하세요]

[ 알았네,,,인자 조심히 다닐라네~]

 

우리 자매 4명이서 카톡으로 대화를 했었다.

대출이자가 얼마인지..,,

집들이에 맞춰 일본에 언제쯤 올 것인지...

그런 얘기들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지난주 주말 엄마가 집 앞, 쓰레기 버리러 가시다가

화단에서 넘어지신 걸...

넘어진 첫 날은 가슴과 어깨의 통증으로 

오른손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식사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늘 우리가 전화를 드렸을 때는 병원도 다녀오신 후이고

약도 드셔서 한결 몸이 가벼워지셨다고 한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고 깨달음과 천만다행이라고

뼈에 이상이라도 있었으면 큰 일 날 뻔했는데

그래도 인대만 늘어난게 어디냐고

역시 자식이 가까이서 자주 들어다 봐야 한다는 얘길 했었다. 

넘어져 통증에 잠을 못 이루시던 밤,,,,

아들이 가까이 살고 있지만 신경 쓰이게 하는 게 싫어

연락도 하지 않고 끙끙앓면서

혼자라는 게 좀 서러워 눈물바람 하셨다는 우리 엄마... 

그냥 전화하지 그랬냐고 퉁명스럽게 쏘아 부쳤더니

뼈가 뿌러진 것도 아니고, 부주의로 넘어진 것을

뭐가 자랑이라고 전화를 하냐고

행여나 오빠한테는 말도 말라는 우리 엄마,,,

그렇게 참다가 큰 일이라도 났으며 어쩔뻔 했냐고

그냥 그럴 땐 오빠에게 전화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봤지만

그런 일로 전화하는 거 아니라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혼자서 하면 되는데

뭐하러 자식들 불편하게 하냐고 되려 나를 나무라셨다.

아파서 죽을지경이여도 새끼들에게

민폐 끼치기 싫다고 꾹 참았다는 바보 같은 엄마,,,

정말 바보스럽다...

 

깨달음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내민 시댁행

신칸센 티켓을 보며  여러생각이 들었다.

올해도 우린 이번 황금연휴에 시댁을 가기로 했다.

우리 시어머니도 작년, 택시 문에 손가락이 끼여서

피를 쏟고 6바늘이나 꿰매는 수술을 하셨을 때도

일체 우리에게 연락을 하지 않으셨다.

손이 불편해 아버님 식사 준비도 할 수 없는 상황이였지만

두 분이서 그냥 배달음식으로 일주일정도를 지냈셨단다.

뒤늦게서야 선명하게 남은 흉터자국을 보며

가슴을 쓸여내렸던 기억이 있다. 

참,, 왜 연세를 드시면 드실수록 자식들 앞에서

 점점 작아지시는 걸까...

 좀 더 당당하고 좀 더 억지스러워도 좋을텐데...

자기가 낳고 뼈가 빠지게 고생해서 키워놓은

 당신들 자식들 앞에서,,,

나중에서야 아프셨다는, 다치셨다는 얘기를 듣는

  자식들 마음도 많이 아프다는 걸 부모님은 알고나 계실까,,,,

왜 더 죄송하고, 더 안타깝고, 더 속상하게 만드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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