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

한국과 노스페이스의 관계

by 일본의 케이 2015. 2. 23.
728x90
728x170

 

 후배가 커피숍 문을 열고 내 쪽으로 향해 걸어왔다.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후배에게서 진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

유난히 큰 가방을 의자에 올려 놓으며 잘 지냈냐고 묻는 후배.

2년 전에 본 후배와는 분위기가 너무도 달라 잠시 얼떨떨 했다.

새로 옮긴 디자인 회사일도 묻고, 한국에 차린 사무실에 관한 얘기도 나누고,,

한국엔 한 달에 한번씩 간다고 한다.

2년 전부터 한국에 디자인 사무실을 차려 왕래가 잦다고 한다.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하자,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이정도는 되야한다고 흘러 넘겼다.

2백만원이 넘은 가방, 로X스 시계, 신발까지..,,,,

점심을 간단히 초밥집에서 런치세트를 먹고 헤어졌다.


 

후배는 일본에 온지 12년이 되어간다.

아내와 딸 둘은 한국에 있다.

오늘 나를 보자고 했던 건 내게 새 사무실에 투자를 하지 않겠냐는 내용이였다. 

 이 후배,,,연구실에 있을 때도 내게 돈을 빌려 간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를 지켜 본 일본인 친구들의 얘기들 종합해 본 결과

한국에 회사를 차린 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친구 사무실에

싸게 인쇄를 맡기거나 그런일들을 하는 거라고 귀뜸을 해주었다.

그리고 하고 다니는 게 마치 사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를 하고 다녀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다고 했다. 

도대체 월급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아님,,, 알바를 하는 건지...

 후배의 연봉으로는 저 정도의 명품으로 변장하고 다니기엔 턱없이 부족할텐데....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이 정도는 입어야 한다는 후배의 말이 가볍게만 느껴졌다.

내 주머니가 내 사정이 [나이키]밖에 안 되면 [나이키]를 신으면 되고

내 월급이 [고무신]밖에 살 수 없다면 과감하게 [고무신]을 신을 수 있는 당당함은 없는 것일까..

자신 분수 어울리지 않는 필요 이상 겉치레 외관상 화려함이

얼마나 허허로운 건지 아직 후배는 모르는 것 같았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거리에 스치는 남녀노소가 노스페이스를 입고 다니는 걸 봤다.

엄마와 내장산에 올라 갔을 때도 어른부터 아이까지 그 브랜드를 입고 다니길래

동생에게 교복처럼 왜 다들 똑같은 걸 입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회사에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국 어느 가정에도 노스페이스 한 벌씩은 있을 거라고 웃었다.

2년전에도 친구가 아들녀석 옷 사입히느라 힘들다고,

육비보다 애들 치장하는 값이 더 들어간다고 못살겠다는 소리를 했었다.

옷도 브랜드 아니면 안 입을려고 하고 그 장단에 맞춰주려면 돈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그 때도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명이 나왔다.

 

한국은 왜 노스페이스에 열광하는지 난 이해가 안 된다. 

 뒷동산에 올라가는데도 수백만원짜리 등산복을 입고 다니시고,

출근도 그 복장으로 하는 분도 계신다더라.

알라스카 가는 것도 아닌데 산악용 방한패팅 입고

수백만원하는 자전거로 여의도 거리를 돌고만 다니시는 분들,,,..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낭비이고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어떻게 생기고 어떤 옷을 입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왜 모르고 사는 것일까...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그 알맹이를 중요시한다는 걸 내가 살아 보니까 체험하게 되었다.

자기 분수에 맞지 않은 겉치레로 허리가 휘어지고 있음을 보는 이들은

말을 하지 않을 뿐 다 알고 있다.

명품으로 나를 만드는 게 아닌, 내 스스로가 명품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고 내 실속이 중요하며

남을 위해 보여주는 삶이 아닌 내 자신에게 당당함이 묻어 있는 게 진정한 삶이 아닌가 싶다.

살아가면서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후배에게 투자에 관한 내 의견과 함께 이 글을 함께 메일로 보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일 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만큼 진정한 가치,

진정한 그 사람의 알맹이가 아닌가 싶다라고,,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