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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영화를 보고 눈물로 사과 한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17.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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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7주년 기념으로 휴식을 떠났다.

두바이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난 부족한 잠을 청하기 위해

탑승하자마다 블랑켓을 목까지 올려서

취침 모드를 만들었다.

아침형 인간인 깨달음은 시차를 의식하지 

못한 건지 전혀 피곤해 하지 않았다.



이륙을 하고, 채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승무원 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살며시 뜨고 옆 좌석 깨달음은 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오만 인상을 찌뿌리고 있다가

내가 일어난 걸 알아채고는 

잽싸게 화면을 가르켰다.

[ 뭐? 영화? ]

[ 응,,한국영화..]

[ 근데, 왜? ]

[ 슬퍼,,,]

그러더니 영화 카다로그를 펼치며 제목 

[덕혜옹주]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 응,,,나는 봤어,,]

승무원이 뭘 마실 거냐고 묻는다.

[ 맥주 주세요 ]

깨달음은 와인을 주문했다.

배도 더부룩하고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깨달음이 내 식판을 펼쳐 놓아서

저녁인지, 아침인지 알 수 없는 식단을 

받고 다시 눈을 감았는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흐흐흐,,,흐흐흑,]


[ 울어?]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깨달음이 

마스크를 눈까지 가리고 눈물을 닦았다.

[ ......................... ]

[ 뭐가 슬퍼? ]

[ 크라이막스,,,,한국에...못 가고...]

말을 못 잇더니 마스크로는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급기야 손수건을

꺼내 닦기 시작했다.

[ 뭐가 그렇게 슬퍼? 이 영화 그렇게 안 슬픈데

그만 울고 밥 먹으면서 봐,,,]

[ 당신은 밥이 넘어 가?]

[ .............................. ]


[ 나는 너무 슬퍼서,,,밥을 못 먹겠어..]

[ 나도 비디오 봤어..근데 별로 안 슬프던데,,

다른 한국사람들도 그렇게 안 울었을 걸,,.]

[ 역시,,,피도 눈물도 없어,,,당신은,

봐 봐,,지금 덕혜공주를 모셨던 하녀가 

만나러 찾아왔잖아,,죄송하다고,,,,]

[ .......................... ]


깨달음의 슬픔이 극에 달하면서

울음 소리가 커져가자 식사하던 

옆 좌석의 부부, 화장실 가던 아저씨가 

깨달음과 나를 번갈아서 애리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 조용히 좀 해,다 쳐다보잖아,,]

[ 조국에,,이제서야 갈 수밖에..흐흐흐,,]

이미 깨달음 귀는 막힌 상태였고

울면서 뭐라고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 ............................... ]


그렇게 하녀와 상봉 신이 끝나고,

 덕혜공주가 한국 생활할 수 있었던 모습,,

그렇게 영화가 끝나자 깨달음이

두 손을 이마에 공손히 모아 올리더니

[ 죄송합니다.한국,,죄송합니다.흐흐흑,,]

하면서  또 울었다..

[ 그만 울어...]

 왜 일본이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너무 못 된 짓을 했다고 하더니만

이번엔 내쪽을 향해 자세를 바로 세우고

 다시 두 손을 이마에 대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또박 또박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 한국, 죄송합니다. 케이씨,,미안합니다 ]

[ 알았어...당신 마음 알았으니까 그만 울어..

당신이 너무 우니까 나도 슬퍼진다...]

[ 일본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한국에서는 왜 안 받아줬을까..

대한민국의 마지막 황녀가

한국땅을 다시 밟기까지 37년이 걸렸어,,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그대로 느껴져,,

얼마나 조국에 가고 싶었겠어...

한일관계가 이렇게 뿌리깊게 뒤엉키고

섥혀있어서,,그래서 한국사람한테 한을 

만들었나 봐,흐흐흑,,한국사람의 한이 

깊어진 것도 다 그런 역사들이였겠지...

일본인인 한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흐흐흑,,]

[ 이해했으면 됐어. 당신이 눈물로 사죄를 하니까 

나도 여러 생각이 드네, 진정하고 이제 밥 먹어

[ 못 먹겠어,,,그냥 술 마실래...]


그 이후로 깨달음은 레드와인을 한 병 더 마셨고

깊은 한숨을 섞어가며 일본인으로써 미안한

 마음과 넋두리 같은 소리를 나에게 

계속해서 했던 것 같다.

내겐 그냥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 영화 한 편으로 느껴졌지만

깨달음에게는 한국의 역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가 슬프고도

아프게 다가온 듯했다.

난 그의 얘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던 것 같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다시 눈을 떴을 때

과자를 먹으며 와인을 마시고 있던 깨달음이

이번에는 [럭키]라는 영화를 

보며 킥킥 거리고 있었다.

[ 잠 좀 자야 되지 않아? .]

[ 이 영화 너무 재밌다,,웃겨 죽겠어.]

다들 잠을 청하기 시작했는데 

깨달음은 이번엔 너무 웃겨서 킥킥거리느라

잠을 안 자고 있었다.

아까는 그렇게 통곡을 하고 울더니

이제는 배꼽을 잡고 웃는 깨달음...

참 단순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하며

난 다시 잠이 들었다.

눈물이 범범이 된 얼굴을 하고 또렷한 한국어로 

[ 한국, 죄송합니다]라고 했던

깨달음의 슬픈 얼굴을 상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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