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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한국을 떠올린 음식 두가지

by 일본의 케이 2016.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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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부터 우린 한해 마무리 

대청소를 시작했다.

좀 이른감이 있긴 했지만 이번주부터

서로 너무 바쁘고 특히, 다음 주말은

망년회, 크리스마스가 있어 청소할 시간이 

없다는 걸 서로 알고 있어서였다.

오늘 하루 다 끝낼 수는 없겠지만

하는데까지 천천히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난 주방을 시작으로 냉장고 정리를 시작했다.

 자기 방을 먼저 하겠다던

깨달음이 조용하길래 둘러봤더니

방에는 없고 욕실에서 소리가 났다.

문을 빼꼼히 열었더니

깜짝 놀라면서 잽싸게 몸을 숨겼다.


문 뒤에 숨어서는 이렇게 외친다.

[ 속옷밖에 안 입었어 !!  하지마~]

[ 알았어,, ]

[ 빤스까지 찍는 건 너무 하잖아]

[....................]

그렇게 깨달음이 문을 꼭 닫고 청소를 하는동안

동생에게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20키로가 넘은 소포가 도착했다.

아이스박스에 얼마나 꼼꼼히 잘 담았던지

함께 넣어 온 아이스팩이

녹지 않은채로 그대로였다.


이번에 담근 김장김치부터 갓김치. 동치미

깻잎, 떡, 김, 달래, 호빵, 

어묵, 봄동, 풋고추, 애호박, 땅콩, 

깨달음 과자까지..,..

샤워하고 나온 깨달음이 입을 쩍 벌리면서

완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자기 과자를 챙겨서 방에 얼른 갖다 놓았다.

다시 나와서는 소포내용물들을 살피더니

 김밥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동생이 보내준 어묵을 넣어 김밥을 말고

 깨달음이 너무 너무 먹고 싶어했던

라면과 함께 저녁을 차렸다.

[ 김밥 안 먹어? 별로야? ]

[ 아니, 맛있는데 라면이 더 좋아, 

당신이 면 못 먹게 했잖아..

지금 얼마만에 먹어보는 신라면인데..

면이 불기 전에 얼른 먹어야 돼..]

[ 이 봄동으로 쌈 한 번 싸 먹어 볼거야? ]

 준비한 달래장과 된장을 밀어줬더니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난 그냥 라면 먹을래 라면에 파김치,,

너무 오랜만이여서

다른 건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내가 작은 봄동잎에 된장과 달래장을

조금 올려서 한 입 넣어줬다.

[ 어때? 맛있지?]

[ 음,,,상추하고 다른 풀맛이 나..] 

[ 그 풀맛이, 풋풋해서 좋지 않아? ]

[ 나는 그냥 그런데...근데 

아주 한국적인 맛이긴 하네...

 한국에 가고 싶은 맛이라고나 할까.. ]

[  한국에 가고 싶은 맛?..]

[ 먹으면 그리운 맛이라는 게 있잖아,

나는 이 신라면을 먹으면 한국이 떠올라,,

세계 어디를 가든 신라면 하나면

완전 한국을 제대로 느낄수 있다고 생각해, 

아, 그리고 묵은지를 먹어도

왠지 한국을 떠올리게 돼,,

묵은지는 한국 고유의 음식이잖아,

어느나라도 그건 못 만들거야. 

 근데 신라면은 왜 질리지 않을까?]

[ 매워서 그러겠지? ]

[ 세계 사람들이 신라면 다 좋아하잖아,

 광장시장의 마약 김밥처럼 

신라면도 마약라면 같은 느낌이야,

너무 잘 만들었어. ]

 [ ................... ]


그렇게 말을 하고는 김밥 하나 입에 넣고 

라면에 파김치를 걸쳐 먹는 깨달음 모습이

 이젠  전혀 낯설지 않았다.

실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족들 몰래

깜짝파티처럼 한국에 다녀가려고 했는데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 한국에 못가도 이렇게 처제가 보내줘서

너무 고맙다,  당신도 좋지? ]

[ 응, 오늘 청소하느라 수고했으니까 

많이 먹어 당신도,,]

우린 그렇게 동생이 보내 준 소포 덕분에 

한국을 만끽하며 따끈하고 포근한

저녁식사를 마쳤다.

깨달음은 신라면과 묵은지를 먹으면

한국을 떠올린다고 하지만 

  봄동과 동치미를 먹을 때면

 미치게 한국이 그립다.

코리아타운에서도 쉽사리 구할 수 없어서인지

내게는 귀하디 귀하다.

해외 거주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내 나라 음식이 뭐든지 그리운게 사실인데 

특히, 이렇게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자기만의 음식들이 하나씩은 

분명 있는 것 같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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