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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나를 위해 남편이 한 기도

by 일본의 케이 201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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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도리노이치(酉の市)를 다녀왔다.

도리노이치는 11월 유일에 각지의 절이나 신사

불각에서 열리는 개운초복과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축제로 애도시대부터 이어져왔다.

한해의 무사함에 감사, 오는 해의 개운, 수복, 

풍요와 다산, 재해를 막고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축제의 하나이다.

이 날은 복과 부를 긁어모으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의 

 구마노테(熊手)를 사서 회사나 집안에

걸어 놓기 때문에 사업자들 뿐만 아니라

가정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해년마다 온 가족, 연인들이 함께 나와

각양각색의 갈퀴를 산다.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각종 포장마차에서는

추위를 달래기 위해 오뎅과 따끈한 정종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깨달음은 내게 가방을 맡기고

신사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줄을 섰다.

늦은 밤까지 방문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갈쿠리에는 금화, 벼, 매화, 도미, 대나무, 

고양이, 쌀자루, 학 등등 복을 부르는 

오카메 가면까지 가게마다 서로 다른 모양과 

색상으로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구마노테를 구입하면 가게 주인의 구령에 맞춰

3.3.7박수를 치며 성대하게 사업번창을 외쳐준다.

우린 작년보다 두배나 큰 갈쿠리를 구입하고

인파속을 빠져나와 커피숍으로 갔다.




[ 차가 맛있네..오늘 아침, 고마웠어..]

[ 다행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그래도

 다른 곳에서 한 번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애 ]

[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침 일찍, 깨달음과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늘 찾는 병원인데도

특히, 이렇게 결과를 들으러 오는 날이면

 쉼호흡을 거듭해봐도 별로 효과를 못느낀다.

 6개월전부터 왼쪽 가슴에 통증이 있었다.

지난달, 의사가 촉진을 하는데

분비물이 나와서 갑자기 머릿속이 하해졌었다.

그래도 분비물에 피고름이 섞여있지 않아

다행이였지만 검사가 필요해 맘모그라피와 

초음파를 하고 병원을 나서며 나도 모르게 

하늘을 쳐다보고 왜 나한테 자꾸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거냐고? 뭘 그렇게 내가 잘못했냐고?

따지듯이 혼잣말로 울분을 토해냈었다.

그런데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검사 결과를 오늘 받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 내가 지난번 한국 절에서도 기도하고

오늘 신사에서도 기도했어..

우리 아내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

[ 고마워..]

[ 진짜야, 당신을 위해 특별히 길게 기도했어..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어머님도

신경 쓰시잖아, 물론 당신이 얘길 안 하겠지만,,

 난 당신이 이번에도 수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괜히 걱정 했거든,.,] 

[ 그니까,,나도 각오를 했었는데 다행이야..]

검사 받고 오던 날, 깨달음이 괜찮다고 혹

 나쁜 결과가 나와 수술을 하게 되면

전복죽과 녹두죽을 맛있게 끓여주겠다고

농담처럼 가볍게 웃고 넘어갔었다.

[ 당신이 한국을 떠나 이렇게 해외에서 살다가

아프면 모든게 내 책임인 것 같아서

 더 기도했어..당신의 건강을 지키지

못한 것을 용서해달라고,,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으니 나한테 벌을 내리시라고,,

당신이 또 아프면 내가 장모님 볼 면목이 없잖아.

그니까, 더 간절하게 기도했어..]

[ 고마운데 당신 책임이 아니야~]

[ 근데,왜 당신만 자주 아픈 걸까? 역시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서 그런가? ]

[ 오늘 병원에서도 그랬잖아, 갱년기장애와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여러 질병을 몰고 온다고]

홍차를 마시며 날 뚫어지게 보는 깨달음.


[ 내가 당신을 위해 뭘 해야 될까? 

나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게 조심할게

그리고 내가 대신 아플게..]

[ 그러지마,,당신 때문이 아니잖아,

나이탓도 있고 호르몬 바란스가 망가졌다고

하니까 그걸 개선해야지..]

이번에 한국 가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머님에게 건강하고 멋진 딸 모습을

오랫도록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내가 당신에게 잘해야겠다고.....]

[ 당신은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내가 내 건강을 잘 챙기면 돼 ]

[ 당신 건강에는 내 삶도 함께 있다는 거 알지? ]

[ 알았어. 미안해~ 안 아플게~]

[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아주 심플하지만 내가 정말 바라는 소원이야.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사는 것...]

두 눈을 지긋히 감고 고개까지 흔들

귓가에 대고 또 같은 대목만을 부르는 깨달음.

[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깨달음을 위해서라도, 깨달음이 나 대신 

아프지 않게 내가 건강해야한다.

정말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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