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뭐 먹고 싶어? ]
[ 응,,칠리새우]
[ 그럼, 그 집에서 먼저 기다려~
거기까지 걸을 수 있지?]
[ 응, 괜찮아 ]
[ 오늘은 생선 먹으러 가자,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야 빨리 회복할 수 있어.. ]
[ 오늘은 고기 먹자, 철분을 보충해야하니까 ]
[ 오늘은 더우니까 면으로 할까?]
[ 새로 생긴 인도카레집도 가볼까?]
[ 오랜만에 와인 한잔 마실까? ]
퇴원후, 내가 주방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만들지 못하다보니
거의 매일 외식을 하게 되었다.
퇴근할 때 도시락을 사가지고 와 같이
먹기도했지만 철분, 비타민, 단백질등을
골고루 섭취해야한다는 명목으로 집 주변의
모든 가게를 돌아다녔다.
어느날, 라멘집에서 깨달음이 한 숟가락
떠 먹어보더니 나에게도 권하며 물었다.
[ 이 집 라멘에서 이상하게 한국맛이 나네 ]
[ 그래? ]
[ 설렁탕 같은,,아니 감자탕 맛이 나,,]
[ 나는 잘 모르겠는데...]
[ 당신, 감자탕 안 먹고 싶어? ]
[ 먹고 싶네..몸 좋아지면 내가 해줄게]
[ 당신이 해주는 것도 맛있지만
감자탕은 가게에서 참이슬 마시면서
먹는게 최고 맛있지...]
[ 그럼, 코리아타운 갈까? ]
[아니, 코리안타운이 아니라 서울 감자탕 골목
같은데 가서 먹어야지 제 맛이야]
[ 당신,,한국 가고 싶구나,,]
[ 응,,찬바람이 부니까 한국에 가고 싶네.
난, 한국의 겨울이 참 맘에 들어..
아주 매섭고 차가우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따듯함으로 둘려 쌓였거든,,,]
[ ......................... ]
[ 포장마차도 가고 싶다..]
[ 이번 추석때 한국 갈까? ]
[ 안 돼...10월에 바빠, 스케쥴이 꽉 찼어 ]
이 날은 이렇게 대화가 끝이 났고 그 이후로도
며칠간 한국 얘긴 나오지 않았다.
어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와인을 주문했다.
[ 당신은 아직 마시면 안 되니까 입만 돼 ]
[ 응,,]
와인을 아주 맛있게 마시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 밖에서 이렇게 매일 외식을 하니까
편하기는 한데 좀 질리지 않아?
당신은 안 질려? 밖에서 먹는 거? ]
[ 괜찮아, 맨날 다른 거 먹으니까 ]
[ 솔직히 집에서 먹고 싶지? ]
[ 그러지, 집밥이 좋지만 지금 당신 몸이
움직일때가 아니잖아 ]
[ 다음주쯤이면 움직여도 될거야
그러면 그 때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뭐가 제일 먹고 싶어?]
[ 음, 한국에 가면 황태를 어머님이
하나하나 찢어서 북엇국을 끓여주셨잖아,,
그게 먹고 싶어.황태의 고소한 맛도 좋고
국물도 뽀얗고 진하잖아,.]
[ 황태,,한마리를 여기서는 못 구할 걸....]
[ 그러겠지..]
[ 그럼,, 미역국, 미역 귀 많이 달린 거..
어머니 집에서는 자주 먹었잖아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하고 국물도 아주 고소한데..]
[ 알아,,그 미역,,당신이 좋아한다고
산모용으로 국물 많이 나오는 걸로 엄마가
항상 준비해 주셨지..근데 다 먹었어....]
[ 그래?...]
[ 당신 집밥이 많이 먹고 싶었구나? ]
[ 응,,,어머니 집에 가서 먹었던 음식들이
먹고 싶어졌어..뜨끈한 된장찌개랑 계란찜,,
그리고 콩나물이랑 여러 나물들...
근데, 왜 어머님이 하면 같은 콩나물도
그렇게 맛이 다르지?
당신이 하면 그 맛이 안 나잖아,,]
[ ......................... ]
[ 그래서 한국에서는 손맛이라고 해..
엄마의 손맛을 딸들은 내기 힘들어....]
[ 손맛이라는 것은 손으로 열심히 뜯고,
다듬고, 데치고, 손으로 주물주물 하시고
시간과 정성을 다해 만드시니까
손맛이 나는 거 아니야?
간 보게 할 때도 꼭 손으로 집어서
입에 넣어주시잖아,,, ]
[ 나도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근데 사람의
손에 온도가 달라서 맛에도 조금
좌우를 한다고 말을 들었어..]
[ 그렇구나,그냥,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들을
먹으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먹고 싶은 가 봐]
[ 알았어, 내가 열심히 만들어 볼게]
피자를 입에 넣고 마지막 와인잔을 비우던
깨달음이 또 묻는다.
[ 갈치조림 해 줄거야? ]
[ 응, 갈치조림은 할 수 있어..]
[ 아니, 하지마, 갈치도 제주산이 맛있고
무우도 한국 무가 달고 맛있어..
여기 재료로 하면 한국맛이 안 나잖아,,]
[ 그럼 다른 거 해줄게 ]
[ 음,바지락 칼국수랑 김밥, 잡채가 좋아]
[ 알았어..다 해줄게.]
한국에서 식사를 할 때면 엄마는 깨서방을 향해
항상 같은 말씀을 하셨다.
[ 어째, 저렇게 나물을 잘 먹는가 모르것어,,
그럴지알고 내가 여러가지 만들기를 잘 했그만,,
아주 맛나게 먹는 걸 본께 기분이 좋네..]
깨달음이 좋아하는 각종반찬들을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준비해서 내주셨던
엄마의 정성과 마음을 깨달음이
그리워하는 듯 싶었다.
그냥, 북엇국이나 미역국 같으면 얼마든지
해줄텐데 재료가 다르니 그러지도 못하고
괜시리 미안해진다.
어쩌면 깨달음은 3주간, 외식을 하며
집밥도 물론 먹고 싶었겠지만, 어머니가 차려준
따끈하고 푸근한 그런 밥상 같은
사랑과 관심이 그리웠던 게 아닌가 싶다.
갑자기 시어머니가 입원을 하셨고, 나는 나대로
거동이 불편하니 이래저래 더더욱
마음이 허전했던 모양이다.
다음주엔 엄마의 손맛을 재현해서 따뜻한
한국 집밥을 한상 차려줘야 될 것 같다.
'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가고 남편은 남고,, (28) | 2017.09.24 |
---|---|
남편을 춤추게 만든 한국식 집밥 (43) | 2017.09.18 |
입원 하던 날, 남편에게 감사 (50) | 2017.08.22 |
이 은미씨를 향한 남편만의 사랑방식 (15) | 2017.07.30 |
남편이 책상밑에 숨겨 둔 것 (13) | 2017.07.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