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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주는 따뜻하고 특별한 생일선물

by 일본의 케이 2016.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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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 추카하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 생일? 아,,,음력은 아직 멀었는데 ?

그래서 나오라고 한 거였어?]

[ 응 ]

[ 음력에 해도 되는데....]

[ 매년 양력, 음력 두번씩 하니까 좋잖아 ]

[ 응,,고마워...근데 케익은 없어?]

[ 응, 케익 잘 안 먹잖아. 그래서 안 샀어.]

[ ........................... ]

[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 없어,,]

[ 진짜? 필요한 거 없어? ]

[ 응, 없어...]



[ 그래도 뭐 갖고 싶은 거 있음 말해 봐. ]

[ 아니야,,진짜 없어, 요즘은 그냥 어떻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노후를 맞이할까 

그 생각들만 가득해.. 죽을 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만 늘어가는 것 같애 ]

[ 맞아, 건강이 최고지, 오늘 케익 안 사오길 잘했지?

최근에 당신 음식에 엄청 신경쓰잖아 ]

[ 응,, 그래.. 잘 했어.. ]

[ 어디 갔다올까? 호텔 오픈도

 무난히 잘 끝날 것 같은데... ]

[ 음,,,지금 조금 정신이 없어..

몸 컨디션도 썩 쫗지 않고....]

[ 아,, 병원에서 뭐래? ]

[ 갱년기 증상은 어쩔 수 없다고 그랬고

복부 CT촬영(단층촬영)은 다음주로 예약 넣었어

간혈관종이래..여성에게 많은... ]

[ 간혈관종?]

[ 응,,,아직 사이즈가 2센치 정도이고 

원래 치료가 필요한 병은 아니래..

근데 5센치를 넘어가고 통증이라든가 출혈이 생기면

 수술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네 ]

대화가 잠시 끊어지고 둘이 약속이나 한 듯 

나온 음식들을 묵묵히 먹었다.     


깨달음이 입을 연다.

[ 한국 가자... ]

[ 왜 갑자기? ]

[ 그냥 한국 가야 될 것 같아서..]

[ 괜찮아, 어차피 12월에 학회 때문에 한 번 가야 돼 ]

[ 당신 생일파티를 한국에서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온 가족들 모아서 성대하게... ]

내가 아무대답을 하지 않자

다그치듯 또 말을 이어갔다.

 

[ 생일 선물은 한국행으로 하면 되겠다, 그지?]

한국에 가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가족들도 만나면 당신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 질거야.

요즘 많이 바빴고, 계속 공부하고 일 했잖아..

그니까 휴양한다 생각하고 한국 가자,,]

[ 아니야,,괜찮아,,]

[ 티켓이랑 호텔 모두 내가 예약할게,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고 당신은 그냥 따라 오면 돼 

 자기 나라에 가는게 제일 큰 힐링이 되잖아 ]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 내가 또 아플까봐 걱정되서 그래?

괜찮아, 간혈관종은 병이 아니라고 그랬어..

 특별히 무슨 증상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니까 정기적으로

사이즈를 확인하면 된다고 했어 ]

[ 알아, 그냥 당신이 힘이 없어 보이니까

에너지 충전할 수 있게 한국에 가서 

매운 것도 먹고 북적대는 시장에 가서

사람들 모습들도 보고, 당신 시장에 가면

힘이 솟는다고 했잖아..] 

[ 그래,시장에서 열심히 장사하시는 분들 보면

내가 이렇게 나태하고 배부른 소릴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를 각성시켜주는 곳이긴 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 그니까 이번엔 남대문 시장에 가자 ]

[ 알았어, 스케쥴 한 번 봅시다 ]

기분전환도 할 겸 간다고 생각해,

가서 충전 입빠이 하고 오자 ]

[ 고마워..]

[ 근데,,나 이번에 가면 3대천왕에서 나온 

짜장면이랑 만두집에 한 번 가 보고 싶은데..]

[ ...................... ]

잘 나가다 끝판에 자기 욕심을 살짝 말하는

깨달음이 귀여웠다.

아마도 깨달음은 내가 이번에[ 간혈관종]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항암치료가 끝난 2년동안

계속해서 병원를 찾아야했다.

오십견이네,악성빈혈이네, 자궁근종이네 하며

병원을 다녔고 지난달엔 갱년기장애라는 진단까지

받아서인지 옆에서 지켜보는 깨달음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휴식이라는 선물을 하려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번 생일 선물은 여러의미가 담겨진

내게 참 특별한 한국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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