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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내가 일본 시부모님을 존경하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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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신칸센 안에서도 도면 체크 중이였다.

우린 나고야와 오사카로 가는 길이였고

나고야에는 착공식에 참석을 해야했고

 오사카에서는 관계자 미팅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추석이기에(일본은 8.15일이 추석임)

겸사겸사 시댁에도 잠시 들릴 계획이였다. 

먼저, 나고야에 도착해 개찰구를 빠져 나가자

공사 관계자분이 우릴 향해 손을 흔드셨다.

무사히 착공식을 마친 우린 

시댁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을 청했다.

새벽부터 움직인 것도 있고 

요즘 이래저래 피곤이 많이 쌓인 상태였다.


정신없이 잤던 탓인지 금새 시댁에 도착을 했다.

[ 아버님, 어머님,, 저 왔어요]

안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렸는데

두 분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껌뻑 하시며 아버님이

어머님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 케이짱이지? 여보,,,케이짱 맞지? ]

[ 음...케이짱이네..,,,]

[ 아버님,,,저에요....]

[ 응,,케이짱 맞는데..어떻게 왔어?혼자 왔어? ]

[ 아,,지금 깨달음은 밖에서 전화 하고 있어요..]

그 때서야 아버님이 안도의 한 숨을 쉬시면서

깨달음이 일 관계로 이쪽에 오니까 

 잠깐 들리겠다는 전화만 받았을 뿐

나와 같이 온다는 얘긴 하지 않았고

들러도 저녁 늦게나 올 거라 해서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안 방으로 들어오니까

헛개비를 봤나 싶어 정말 죽을 때가 됐나 

싶으셨단다.

[ ............................... ]

대문이 열려 있어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들어갔던게 두 분을 놀라게 했던 것이였다.


아버님 고정의자 옆에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셨다는 약 봉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긴 통화를 끝낸 깨달음이 안방으로 들어와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리자

정말 헛 것이 보인 것처럼 멍하셨다며

기쁘면서도 조금 겁이 나셨단다.

어머님께 추석인데 준비할 게 있으면 장을 보러 

가겠다고 하자, 성묘만 잠깐 갔다오면 되니까

준비할 게 없다며 추석 안 지낸지 20년도

넘었다고 하셨다.


저녁식사는 두 분이 좋아하시는 

스테이크 하우스에 모시고 갔다.

예전처럼 입맛도 건강도 되찾은 듯

두 분 모두 육회사시미를 즐겨 드셨고

노릇노릇 구워진 안심 스테이크도

남김없이 아주 맛있게 드셨다.


다음 날 아침, 

오사카로 출발하기 전, 시댁에 들러

 아침을 준비해 드릴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땐 이미 식사를 시작하신 후였다.

 다시마, 참치조림, 야채절임, 콩, 우메보시, 

된장국, 그리고 흰 쌀죽,,,추가된 메뉴가 있다면

흰 쌀죽에 뿌려드신다는 후리가케였다. 

내가 결혼하고 처음 시부모님과 아침식사를 할 때

내 놓으셨던 반찬 메뉴가 그대로인게 

신기하면서도 참 변함없는 시부모님의 삶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신 아버님은 앞마당에 나가

화초와 나무에 물을 주시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신다.

매주 2회씩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계신 

덕분인지 지팡이를 짚고 계셔 불안해 보였지만 

예전보다 걸음걸이가 확실히 많이 좋아지셨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하자 방긋 웃으시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말라죽어 버린

화초가 몇 개 있어 속이 상하지만

해년마다 열매를 맺여주는 과일나무들이 있어

기분이 좋아지신다는 우리 아버님.


[ 케이짱, 이 포도가 보기에는 이래도 참 달다. 

하나 먹어 볼래? 아,,그리고 올해도 감나무에 감이

많이 열리지 않았어...그래도 크고 좋은 것으로 

골라 보내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 네...]

[ 저기 저 화초의 꽃 좀 보렴..동네 노인회에서 

얻어 온 건데 작년에 꽃이 피지 않아 걱정했는데

 올 해는 이렇게 예쁘게 꽃이 피었단다. 

곧 져버리겠지만... 식물들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삶이랑 별반 다른게 없어....

피고,,지고,,,또 싹이 나고,,, ]


아버님과 풀벌레 얘길 나누고 있는데

깨달음이 출발시간이 다가왔다며 날 부른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문을 나서는데

아버님과 어머님이 바쁜데 함께 와 줘서 고맙다고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셨다.

오사카행 신칸센 안에서 깨달음과 대화를 나눴다.

아침 식사하시는데 반찬이 

그대로인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

반찬을 좀 사드리고 올 걸 그랬다고 했더니

안 사드려도 당신들이 알아서 

챙겨드시니 걱정말란다.

그럼 용돈이라도 좀 넣어드릴 건데

 죄송하다고 하니까 두 분이 쓰실 용돈도 

충분하다고 지금까지 해 오시던대로 

내버려 두는 게 두 분을 위하는 거라고 했다. 

[ ............................. ]

며느리 앞이라고 애써 꾸미려 하지 않으시는  

우리 시부모님..

좀 더 있어 보이려고, 좀 더 가져보이려 하지 않고

시부모님 권위를 보이시거나 하지 않는다.

구멍난 양말도 꿰매서 신고

헐어진 무릎엔 오래된 내복으로 덧붙혀서 

또 입으신다. 조금은 소박하고 궁색하게

 보여질 그런 일상들을 미소로 편하게 

보여주시는 게 난 참 좋다.

먹는 것, 입는 것, 언제나처럼 보여주시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상대가 며느리든, 아들이든

 꼭 표현하시고 거짓없음에 감사하다.

당신 아들들은 명색이 사장이라는

직책에 사업을 거창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기대려 하지 않으신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는 한결같은 

삶의 자세가 참 존경스럽다.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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