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

사람은 누구나 아픔이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6. 6. 1.
728x90
728x170

 난 책방에서 긴 휴식을 취한다.

 기본 두시간은 그곳에서 이런저런 책을 보다가

윗층 커피숍에 올라가 따끈한 코코아를

 한잔하며 새로 산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아이디어 구상도 하고,,또 내려가서 

다른 읽을 거리를 사곤 한다.

오늘은 넉넉하게 시간을 내서 화방까지 들렀다.


 

 

 필요한 도구와 캔트지도 사고,,,

대학 때부터 해 왔던 이런 일상들이 난 지금도 행복하다.

올해는 조금 큰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장르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그래서 참신하면서도 조금은 많이 독창적인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잘 풀리다가도 막히고,,그렇다.

 

그리고 나는 미술 치료사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부터 연세드신 노인들을 대상으로

오감으로 즐기고 표현하며 미술을 통한

치유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색을 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찢기도 하고, 붙히기도 하고, 뭉치기도 하며

조금은 추상적이면서, 평소 때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을 테마로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그런 평가가 아닌

마음에 담긴 것들을 내 멋대로, 내 맘대로

색으로, 선으로, 형태로 자유로운 표현을 하게 한다.

내 것으로 풀어내가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 끝나면 자기 작품을 가지고 스스로가

얘길 나누고, 다음은 같이 참가한 사람들이

그 작품에 대한 감상을 말한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사진)

 

그래서도 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들 모두 가슴 한켠에 묵직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살아온 과정에서

입은 상처들이 모두 다른 색깔로 나타나고 있음이

그들의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초딩 때부터 아빠의 폭력에 시달려

매사에 의욕상실에 빠진 여고생...

어느날, 집에서 엄마가 모르는 아저씨와 침대에

뒹굴고 있던 모습을 본 중학생...

교통사고로 함께 탔던 친구의 죽음을 보았던 20대 아가씨..

결혼 후, 남편의 무시와 멸시로 정신적으로

약 없이는 하루를 못 버티는 30대 주부,,

첫사랑을 못 잊고 자살을 시도했던 50대 독신여성,,,

실은, 누군가에게 내 얘기, 내 슬픔, 내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 많다는 걸 알았다.

쉽게 털어 놓지 못했던 상처들을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며 상처의 골이 서서히 아물며

아주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과정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요즘은 서로가 자기 마음을 다치는 게 싫고

두려워서 쉽사리 나를 보여주려 하지 않지만

허기진 정을 채우고, 아픈 가슴을 쓸어주는 것도

실은 바로 사람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기에 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중하게 연결된 인연들을

못본 채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 분들이 그려 놓은 작품을 통해 아팠던 과거의 시간들을

들으며 일상적인 얘기를 무심하게 나누면서

본인 잘못이 아니였다고,,더 이상 아파하지 마시라는

조심스런 위로를 건네 드리곤 한다.


심리치료사가 아닌 이상, 의학적인 치료에 도움이

될 순 없지만 가슴에 묵혀두었던 짐들이

아주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래서이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언정 함께 나눈 마음들을

소중히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오히려

내가 많이 고마울 때가 있다.

요즘처럼 삭막한 세상,,,

혼자가 아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속에

함께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게 참다운 삶인 것을,,,

삶속의 아픔은 치유의 대상이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혜민스님은 말씀하셨다.

부정하면 할수록 잊으려면 잊을수록 더 생각나고

더 올라오기 때문에 부정하거나 저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허락하라고,,,,

나를 더 힘드게 하는 것은 아픈 마음에 대한

저항이라고 하셨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개 정도 남에게 털어놓기 힘든

아픈 기억들, 아픈 시간들이 분명 있다.

받아들이기 싫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픔들,,

누가 건드릴까 조심스럽고, 누군가가 엿볼까 조바심이 나고,,

하지만, 예고없이 불쑥불쑥 그 아픈 기억들이

튀어나와 가슴을 후벼파고 가버리곤 한다.

그래서도 난 그들에게 잠시나마 그 아픔들을

잊을 수 있는 아니,,그 짐을 함께 들고 가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상처를 억지로 잊으려고,

덮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내가 그들과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건

나 역시, 상처투성이기에 남의 아픔을

민감하게 느끼는 것일 게다.

앞으로도 그냥 편한사람, 그냥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