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커플들 이야기

상당히 건방진 남편의 생각들

by 일본의 케이 2017. 12. 25.
728x90
728x170

[케이씨~이리 와 봐]

[ 왜 불러? ] 

[ 빨리 와 봐 ]

깨달음 방에 들어가보니 침대 위에 옷가지를

내놓고 결혼식에 뭘 입고 가는게

좋은지 골라달라고 했다.

[ 당신은 양복 입으면 돼 ]

[ 당신은 뭐 입어?]

[ 나도 정장 같은 거 입지..]

[ 크리스마스 날은 뭐 입어? ]

[ 크리스마스 날 ? 그냥 입어~ ]

[ 모처럼 크리스마스를 한국에서 보내니까

크리스마스처럼 입어야지..]

[ 다시 말하지만, 결혼식 때문에 가는 거야

크리스마스와는 아무 상관없어 ]

[ 그럼, 어디에도 안 가? 뭐 먹을 건데? ]

[ 몰라,,일본하고 똑같애~,

당신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 아니,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한국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서 그래..]

[ 교회 가서 예배 보기도 하고,,그냥 

별다른 거 없다니깐..]

[ 그래도 이쁜 옷 입고 가야지..]

[ ............................. ]

곱게 셔츠를 접어놓고 다음은

 와이셔츠를 봐 달라고 했다.



[ 이렇게 버튼색이 다른 걸로 할까? 

아니면 파란 줄 들어간 걸로 할까?]

[ 입고 싶은 거 입어..]

[ 넥타이는 이게 좋아? ]

부지런히 여러색의 넥타이를 양복에 대보고

뭐가 좋은지 몇 번이고 물었다. 

[ 파란색이 젊어보이지 않아? ]

[ 아니야, 빨간색이 내 얼굴에 더 잘 맞아]

[ 그럼 빨간색으로 해 ]

[ 아니, 파란색으로 젊게 보이게 할까? ]

[ ........................ ] 

당신 맘대로 하라고 난 내방에서 짐을

챙기는데 또 부른다.



[ 왜? ]

[  정종은 두병 가져가면 되겠지? 

부족하지 않을까?]

[ 면세점에서 사면 되잖아,

이 오징어는 언제 샀어? ]

[ 히히,,백화점에 잠시 들렀어 ]

[ 사지 말라고 했을텐데....]

[ 당신이 뭐라고 해도 사고 싶은 건 살거야]

[ .......................... ]

다시 내방으로 와 짐을 챙기고 있는데 깨달음이 

들어오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 내가 생각해 봤는데 크리스마스니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찜질방이

좋지 않을까? ]

[ 왠 크리스마스에 찜찔방이야?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라니까 ]

[ 아,,그런가,,,]

[ 그럼, 그냥 맛있는 거 먹는 게 낫겠지?

생오리구이 먹을까? 꽃게찜? 음,,강남에서

지난번에 먹은 생갈비도 먹고 싶고, 

이번에는 칼국수랑 만두는 안 먹을거야]  

[ 먹는 얘긴 그만하고, 내가 내일 떠나고

당신이 하루 늦게 오잖아, 

그니까 당신은 모레, 혼자 동생집까지

와야 돼, 그 날은 바빠서 당신 데리러 공항까지

못 나가,.모두가 시간이 없어..

5호선 타면 바로 오는 거 알지? ]

[ 알아,,,]

 [ 지난번에 주소 적어준 거 잘 챙겨서 

헷갈리지 말고 와야 돼, 올 수 있지? ]

대답을 안 하고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 갈 수 있어..알았어,, 갈 게..

근데,,당신 야단 맞을 걸? ]

[ 무슨 야단을 맞아? ]

[ 깨서방을 혼자 공항에서 오게 했다고

마중 안 나갔다고 어머님한테

야단 맞을 것 같은데? 당신...]

[ ..................... ]


정말, 이 말을 듣는 순간 깨달음 군밤을

세게 한대 먹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얼마나 알밉던지..우리 엄마가 자기를

예뻐하는 줄 알고, 완전히 머리위에서

놀고 있다는 생각에 얌체같고

꼴보기 싫던지...

[ 아무튼, 야단을 맞든, 뭐하든 절대로

안 나갈 거니까 혼자서 와, 알았지? ]

[ 알았어, 갈 게..근데 정말 잘 생각해 봐

분명,,걱정하시고 그럴 걸,

내가 한국말 못하니까,,,]

더이상 저 소리를 들으면 정말 못 참고

한대 쥐어박을 것 같아 내 방에서 나가라고

밀어냈더니 나가면서 뭐가 좋은지

킥킥거리며 웃는다.

 순진한 듯, 순진하지 않는 께달음..

남자가 어쩌면 저렇게 얄미운 짓을 잘하는지

이런 남자는 세상에 별로 없을 것이다.

결혼식보다는 크리스마스에 신경을 쓰고

한국가족들에게 받은 사랑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

절대로 마중 나가지 않을 것이다.

 

---------------------------

한국에 잠시 다녀 오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길 바래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