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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시어머니의 주방과 며느리

by 일본의 케이 2015.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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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 언니, 나야, 추석 잘 보냈어?]

[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

이사를 하고 처음으로 통화하는 영애(가명)씨였다.

집들이 언제 할 거냐는 얘기,,

그리고 협회 상황도 얘기를 하고,,,

오늘 영애씨가 내게 전화를 한 이유는

시어머니 얘길 하고 싶어서였단다.

[ 언니는 시댁에 가면 밥 잘 먹어? ]

[ 응,,,나는 내가 요리해서 먹으니까 잘 먹어 ]

[ 뭐해서 먹어?]

[ 된장국 끓이고, 연어 굽고, 계란 후라이하고

김, 낫또, 오싱꼬(일본의 절임야채) 는

슈퍼에서 사 온 것으로 먹어,,, ]

[ 시부모님은 아무말 안 하시고 잘 드셔?]

[ 음,,실은 우리 시부모님은 늘 드시는 밑반찬이

따로 있어서 그거 꺼내놓고 드시니까

어찌보면 깨서방하고 내 먹을 것만

만들어 먹는 거나 마찬가지야.]

[ 언니네 시부모님이 깔끔하신가보다..

난 우리 시부모님댁에 가면 밥을 못 먹겠어, 지져분해서,,..]

행주며 스폰지며, 반찬통이며 갈 때마다 사드리는데

그 건 안 쓰고 더러운 걸 그대로 사용하시고,,,

그릇들도 기름끼가 그대로인 것 같고,,,

그래서 난 밥을 잘 못 먹겠어...] 

결혼 전에도 다녔으니까

벌써 6년이나 지났는데도 적응이 안 되네.....]


 

 30대 후반인 영애씨는 전업주부이다.

일본인 남편과의 사이엔 아직 자녀가 없다.

 결혼한지는 5년째 되는 신혼같은 커플이다.

남편분과 늘 손을 잡고 다녀서 우리 협회에서도

잉꼬부부로 소문이 난 부부이다.

[ 시댁에 가도 별로 우리 부부에게  터치를 안 하시니까

편하긴 한데 먹는걸 제대로 못 먹으니까

늘 배 고픈 상태야,,,음식 간도 내 입에 안 맞는 게 많고,,

주방에 들어가서 맘대로 씻고, 바꾸고,

만들고 그러기가 아직은 좀 그래서

그냥 어머님이 해주시는 걸 먹어야 하는데

진짜 이번 추석 때는 더 못 먹겠더라고... ]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실은 나도 시댁에 처음 갔을 때 밥을 못 먹었다.

지져분하다기 보다는

회를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아침부터

사시미를 올려서인지 생선 비린내가 많이 났었다.

그래서 그냥 난 속 편하게 내가 먹고 싶은 반찬들을

슈퍼에서 사 와 냉장고에 넣어 두고

식사 때, 우리가 좋아하는 것 사왔다고 한마디 하고

깨달음과 내 쪽으로 반찬들을 놨더니 

고맙게도 우리 어머님이

금방 눈치 채시고 다른 음식들은 권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식기가 좀 지져분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냥 다시 내가 씻어서 사용을 했다고

나의 대처방법?을 얘기 했더니

시부모님이 불쾌해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어른들은 눈치가 우리보다 빨라서 금방 알아채실거라고

시댁에 들어가기 전에 영애씨가

시부모님이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 사면서

영애씨가 좋아하는 반찬도 함께 사 들고 가면

서운해 하지 않으실거고, 식기는 새로 산 수세미로

깨끗이 몇 번 씻어서 사용하면 거부감이 덜 할거라 했더니

다음에 한 번 그렇게 해보겠다면서

 며느리가 뭘 사드리면 지져분하니까

바꾸시라고 사드리는 건데

부모님들은 며느리의 본심을 모르고

아깝게 생각해서 쓰지 않고 쌓아 두기만한다고

며느리 속 마음을 시어머니가 모르듯

우리도 시어머님 속 마음은 절대로 모를거라는 얘기도 하고,,,,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기 전에 영애씨가 웃으면서 한 마디 했다.

[ 케이 언니가 시댁 가는 일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각하라고

 했던 말이 시댁 문턱 들어설 때마다 떠올라서

웃겨 죽겠어 [효도 봉사],,, 

보란티어 생활을 열심히 했던 영애씨였기에 내가

그렇게 비유를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고 문득, 우리 엄마집에

새 도마가 2개나 놓여있는 게 떠올랐다.

새 언니가 사다 놓고 갔다는 ...

오래된 나무 도마를 쓰고 계셔서 위생상 별로 안 좋게 보여

새로 세라믹 도마를 사드렸는데

나무는 먹어도 되지만 플라스틱은 먹으면 몸에 더 해롭다는

엄마만의 고집?으로 아직까지

오래된 나무 도마를 쓰고 계신다.

나도, 언니들도 다들 입을 모아

도마, 행주에 세균이 제일 많으니까 제발

새 것 쓰시라고 했지만 고집이 센 우리 엄마가 말을 안 들으셔서

몰래 헌 도마를 갖다 버려야만이

 새 것을 쓰실거냐고 갖다 버린다고 해도 

우리 얘긴 귀담아 듣지 않고

 여전히 옛날 도마를 사용하고 계신다.

자식들에게는 고물로 보이는 물건에 대해서도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거나 마음의 안락을 찾기 위해서라는데

정작 며느리나 딸들은 좋고, 편한 것 쓰시라고

사서 보내드릴 때도 있지만

위생상의 이유로 바꿨으면 해서

 새 것을 사드릴 경우가 많은데

그걸 몰라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튼, 영애씨도 나처럼 시댁에서 잘 먹고

편한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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