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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여름의 끝자락, 남편의 착한 생각

by 일본의 케이 2018.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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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는 여름이 아쉬워  

우린 아타미(熱海)로 향했다.

도쿄에서 40분이면 도착하는 온천광광지 

아타미는 우리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나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자주 찾는 곳이다.

3년전, 한국 가족들과도 함께 왔을만큼

 온천휴양지로 유명하고 무엇보다 도쿄와 가깝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이 세컨드하우스를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온 목적은 끝자락에 여름을 만끽하자는

취지와 깨달음 동창이 5년전, 이곳에 맨션형

 별장을 구입해 매년 휴식을 취하는데

아주 좋다며 깨달음에게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에 한달살이를 하며 괜찮은

별장이 하나 있으면 편히 쉴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 참에 친구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매입을 할 깨달음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 탐색?을 하려는

그에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왜 당신은 관심 없어? ]

[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 ]

[ 그냥 제주도에서 알아볼까? ]

[ 그냥,, 당신 마음대로 해,,난 솔직히

별로 관심 없어..]

[ 왜? ]

[ 그냥,,필요할 때마다 빌리면 될 것 같아서,

당신이 그랬잖아, 그게 관리하고 세금내고

보수하고 그런 잡다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속편하다고... ]

[ 아,,그랬지...]


먼저 역앞에 있는 족욕탕에 발을 담근채로

어딜 갈 것인지 안내 팜블렛을 둘러봤다.

[ 오늘은 그냥 발길 닫는 데로 갈까?]

 [ 응, 난 어디든지 좋아 ]

[ 웬만한 곳은 다 가봐서 ,어딜 가야될지 모르겠어 ]

[ 그냥 조용한 곳에서 차를 

한 잔 하러 가는 게 어때? ]

[ 좋아 ]

택시를 타고 우린 아타미에서 경치가 제일 경치가

 좋다는 카페에 들어가 홍차와 크림퓌레 세트를

주문하고 꽤 오랜시간 바다를 응시했다.

[ 여긴 처음이네...좋다..]

[응,,]

[ 근데, 우리 집 거실에서도 매일 보는 

바다인데 당신은 안 질려? ]

[ 응,,날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잖아,,

그래서 안 질려,,,]

[ 광주에는 바다가 없어서 더 좋아하는 거야? ]

[ 아마,,그럴 수도 있겠지..그냥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 수영도 못하고, 물도 엄청 무서워하면서

바다는 좋아? ]

[ .............................. ]

대꾸할 말이 없어 다시 바다를 보며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있는데

또 깨달음이 묻는다. 

[ 당신은 더 이상 차분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너무 차분해서 그게 문제야,

옛날에는 너무 자유로워서 탈이였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애 ] 

[ 늙었다는 증거야,,그리고 늙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고,,,]


깨달음이 달달한 퓌레가 맛있다며  

작은 티스푼으로 조심히 떠서 나에게 권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생각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커피숍을 나와 목적지 없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걷다보니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추워서 덜덜 떠는 아이들도 눈에 띄였지만

여전히 햇살은 따가울정도로 뜨거웠다.

상점가에서 마른생선과 어묵거리를

 가득 사들고 뒤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시간 이상 줄을 서야하는 맛집에서도

우린 기분 좋게 줄을 서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도쿄행 신칸센에 몸을 실었다.


좌석에 앉아 깨달음은 신문을 나는 잡지를

펼쳐놓고 읽는데 여승무원이 차가운 물수건을

승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깨달음이 손을 닦으며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 역시 그린석은 넓고 편하지? ]

[ 응 ]

[ 사람이 간사한 게 맛있는 걸 먹으면

더 맛있는 걸 먹고 싶고, 좋은 곳을 가면

 좀 더 근사하고 멋진 곳을

가고 싶어진다니깐,,.]

[ 당신도 그런 생각 해? 당신은 

그런 생각 안 할 줄 알았는데.. ]

내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보이자 깨달음이

지난번 해외출장 길에 비즈니스석을

타면서부터 역시 좋은 게 좋다는 

못된 생각이 들더란다. 역시 사람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 인간 본연에 있는

못된 근성이 고개를 내밀게 된다며

어제 자신이 사용한 영수증 지출내력을

 정리하는데 택시사용도 많아졌고, 회식했던 

가게도 비싼 곳이 많았으며 식사대금,

 접대비용 할 것없이 비싼 곳이 늘었더라면서

역시,돈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반성에 들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 그렇게 차이가 있었어? ]

[ 응,,지출이 두배가 넘었더라구..그만큼

수익이 있어서겠지만,.. ]

[ 당신은 괜찮을 거야, 이름이 깨달음이잖아

그리고 그렇게 인성이 변할만큼 수익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걱정 안해도 될거야]

이 말에 깨달음이 나를 어깨로 꾹 찔렀다.



[ 당신은 이름처럼 좋은 인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야, 원래 괜찮은 인성에 사람들은

돈이 얼마가 있든지 삶의 태도에 변함이 없고,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이나, 못된 돈으로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 이상한 갑질같은 걸

하고 그러잖아,,많이 가질 수록 겸손해 

져야되는데 인간이 그게 안 되서 문제지..

비싼 집, 비싼 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행동과 인품은 아주 저렴한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고,,진정한 부자는,

 그리고 뼛속부터 바른 인성의 

소유자는 기본이 달라, 당신은

부자라고 불리울 정도가 전혀 아니니깐 

걱정할 것도 없고 지금 반성중이니까

더더욱 당신은 안심해도 돼 ~]

내 말을 곰곰히 듣더니 자신을 믿는다는

말인지 알송달송하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 아무튼, 난 부자가 되면 받은만큼 모두에게

다 나눠줄거야, 한국이랑 일본에,, ]

[ 응, 당신은 나눠주고도 남을 사람이야,

그니까 걱정말라는 거야 ]

[ 나, 착하지? ]

[ 응, 착해..]

깨달음은 자신의 착함을 인정받고 싶은 아이처럼

 내게 확인받고 싶어했다. 

창가에 비친 깨달음이 피식 웃는다.

누가 뭐래도 당신이 착하다는 건

 내가 인정해줄게.....

우린 이렇게 올 여름을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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