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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본 깨서방

by 일본의 케이 2016.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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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우린 오랜만에 긴자(銀座)를 찾았다.

깨달음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한국영화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를 보기 위해였다.

 2015년 봄, 일본의 배급회사와 계약을 맺고

 상영 극장까지 결정된 상태였는데

당시 일본내 반한감정이 팽배해서 흥행에 지장을 우려한 

배급사가 개봉시기를 연기해 오다가 

지난달 지난 7월 30일 드디어 개봉을 하게 되었다.

민족의상인 한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정치적 이미지라는 억측을 내세워 개봉이

 늦여졌지만 노부부의 사랑과 부부애의

 절절함을 영화 관계자들은 절찬을 했었다. 



상영관 한 쪽 벽면엔 감독과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들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관객들은 주로 4.50대가 많았다.

영화의 첫장면은 할머니가 눈 밭에 혼자 앉아 

계시는 신이였다.

봄에는 꽃을 꺽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꼬마들처럼 물을 끼얹으며 

장난을 치고, 가을에는 떨어진 낙엽을 쓸어모아 

 던지며 까불고 겨울엔 눈싸움을 하다가 

사이좋게 눈사람을 만든다.


할머니 생신날, 자식들이 다 모여앉아 식사를 끝내고

장남과 여동생의 말다툼이 시작된다.

평소에 장남으로 해준 게 뭐가 있냐며 따지는

 여동생에게 그만하라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이별이 가까워짐을 알리 듯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는 

점점 심해지고 처마밑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할아버지 거친 숨소리와 오버랩 된다. 

할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고 할머니는 

생전에 미리 떠나보낸 어린 자식들 내복을 태우며

아이들 만나거든 꼭 건네주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의 묘를 매만지다가

집에 가겠다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는데 

몇 발자국 걷다가 또 뒤를 돌아보고,,,

다시 걷다가 또 뒤돌아보고,,,

그러다가 끝내 눈 밭에 푹석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흐리신다. 그렇게 영화는 막이 내렸다.


영화를 보는 동안 객석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옆에 있는 깨달은 우느라 제대로 영화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영화가 끝나고 깨달음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눈물을 바쁘게 훔치고 계셨다.

눈물을 주체 못한 깨달음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손수건으로 쉼없이 눈물을 닦아내며

너무 리얼해서, 더 아프게 다가왔다고 

한국사람의 사랑은 끝이 보이질 않아

감히 측량할 수 없어 더 슬프다고 또 울었다.


집에 돌아와 깨달음이 자기 방에서 뭔가를 

하는가 싶더니 내 노트북에 엽서를 조심히 내려놓고 

어색하게 날 쳐다봤다.

영화관에 비치 되어 있던 엽서인데 

 사랑의 고백이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라고 적혀 있어서 몇 자 적었단다.

난 못 봤다고 하니까 입구쪽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아줌마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길래 가봤더니 

그곳에 엽서가 놓여 있었단다.

[ 케이, 행복하자, 많이 많이 사랑해요]가 적혀있다.

고맙다고 그랬더니 나보고도 적으란다.

[ .......................... ]

다음에 적어 주겠다고 하니까

이 영화를 통해 부부는 서로가 많이 노력하며

 살아야야겠다는 걸 알았다며

어느 한 쪽만이 아닌 서로가 상대를 위해

이해하고 배려하고 실천하는 게 진정한 부부를

 만드는 것 같다며 행복이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신할 때니까 이제부터 오늘 영화의 노부부처럼

서로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받으며 재밌게 살잔다.

깨달음은 오늘 영화를 통해 

[사랑은 표현하는 것]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걸 

알았고 부부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 확인한 듯 했다.

나도 엽서에 한 줄 남겼다.

[ 행복하자,, 많이 사랑합시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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