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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일본의 어버이날, 우리가 해드린 것

by 일본의 케이 201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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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마지막 날, 우린 시댁을 가기로 결정했다.

아버님 건강이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을 해도 좋다는

주치의의 설명이 있었고, 어버이날도 겸해서

시댁행을 택했다.

아버님이 계시는 요양병원에 도착했을 땐 점심시간이였고

어르신들이 다들 모여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우린 식사시간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버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우리를 보자,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보조보행기를 밀고 우리쪽으로 걸어오셨다.

물리치료 횟수를 늘린 덕분에 보행도 많이 좋아지고

혈당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직접 뵈니 정말 놀랄만큼 정상으로 돌아오신 듯했다. 

[ 어~아버지, 인자 잘 걷네~~

허리도 바로 펴지고~완전 다 나았네...]

깨달음 목소리가 하이톤이 되면서 아버님을 가까운

소파에 앉게 했다.

 

며칠전 어머님께 우리가 온다는 소릴 듣고

일찍 점심을 마치고 기다리셨단다.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셨던 지난 1월,,,,

어느 정도 치료를 마치고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요양원으로 들어와서 열심히 운동하시고,

 물리치료받은 결과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좋아지셨다. 

연세탓도 있고 원래부터 무릎 관절이 약하셔서

보행이 불편하셨는데 병원생활을 하다보디 더 걷기가 

힘들어서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으셨다. 

깨달음과 나란히 앉아 퇴원후의 생활습관과

음식관리, 재활운동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가

오늘 저녁에는 아버님이 드시고 싶은 것을

마음껏 드실 수 있게 외출을 할 거라고하자

날 향해 한마디 하셨다.

[ 케이짱에게 제일 민폐를 끼쳤어...

몇 번이나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미안하구나.케이짱..

퇴원하면 더 이상 신경 안 쓰이게

건강관리 잘 할생각이야,,..]

별 말씀을 다하신다고, 자주 이렇게 얼굴 찾아 뵐 수 있어

즐거웠다고 무엇보다 건강을 다시 찾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대답해 드렸더니 눈물을 훔치셨다.

 

그렇게 얘길 나누고 우린 어머님이 기다리시는

집으로 가서 안방 정리를 했다.

내일 아버님이 퇴원하시고 사용하실 침대가 

들어오기로 했기에 그 레이아웃을 해야만 했다. 

 

오후 5시, 요양센터 직원이 침대를 조립해 주고

우린 다시 병원으로 가서 외출 허락을 받고

아버님을 모시고 샤브샤브 전문집으로 향했다. 

 

원래 육류를 좋아하시는 아버님이

근 5개월만에 맛보시는 샤브샤브..

입에서 스르르 녹아내리는 샤브샤브가 너무 맛있어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버님이

잠시 젓가락을 멈추시며 우리 부부에게

정말 고맙다고,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또 하셨다.

당신 때문에 바쁠텐데 멀리 도쿄에서

몇 번이고 발걸음을 해 준 장남부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난다는 아버님..

며느리로서 귀찮았을 것인데

싫은 내색 없이 당신을 살갑게 대해주는 [케이짱]에게도

고마워서 눈물이 나고,,,,

이 나이에 이렇게 자식, 며느리에게

폐만 끼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속상해서 눈물이 나고,,,,

[ ........................... ]

 

듣고 있던 깨달음이 그런 말씀 그만 하라고

이렇게 맛있는 것 드시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면 우리 자식들은 바랄게 없다고

곧 어버이날이니까 불편해 하지말고

천천히 많이 드시라고 고기를 추가 주문해 드렸다.

두 분 모두, 고기 한 점씩, 드실 때마다

맛있다, 고맙다라는 말씀을 꼭 하셨다.

오늘 이 식사가 아버님, 어머님께는 분명 특별하셨을 것이다.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한다는 기쁨과

자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또 다른 기쁨을 느끼셨을 것이다.

이렇게 식사만 같이 해드려도 너무 너무 좋아하셔서

참 여러모로 가슴이 뿌듯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이곳 일본은 5월 8일이 어머니날(母の日)이다.

우리처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게 아닌

따로 따로 있다. 그래서 다음달 6월 19일은

아버지 날(父の日)이다.

작년, 모 기업에서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정말 받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앙케이트 조사한 결과가 있었다.

부모님 모두 첫번째로 뽑았던 것은

자식들과 함께 외식하는 것이였다.

엄마들은 편지나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두번째로 갖고 싶어했고

 아빠들은 술, 주류를 받고 싶어 하셨다.

다음으로는 함께 여행을 가거나 외출을 하고 싶어하는

 엄마들과 옷, 의류를 받고 싶어하는 아빠들이 계셨다. 

그 외에도 꽃, 현금, 상품권, 집안일 해주기 등등이

순위에 올라있지만 1위와 3위가 

자식과 함께 하는 시간을 원하셨다는 건

세상 모든 부모의 바램임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식사 한 끼일지라도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함께 식사하는 게 자식에게 받고 싶은

가장 행복한 선물이였던 것이였다.

전화 한 통하고, 밥 한 끼 같이 먹을 시간들,,,

아주 작은 일에 기뻐하신다는 걸 알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좀처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

자식을 5명이나 낳았는대도 늙으니 같이 밥 먹을

자식 한 명이 곁에 없다고 쓸쓸해 하셨던

 우리 엄마말이 떠올라 가슴이 알싸해진다..

어버이날만큼이라도 자식과 함께 하고픈

부모님의 바램을 이루워드릴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고 노력해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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