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 처갓집에 적응을 잘했던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6. 6. 4.
728x90
728x170

광주행 출발은 1시 30분이였다.

점심 준비를 하고 계실 엄마를 생각해

우린 공항 편의점에서 마실 것만 사 나왔다.

깨달음은 커피우유와 팥빵, 난 베지밀,,그렇게 들고 탔는데

내가 마시는 베지밀을 한모금 마셔 보더니

맛있다며  자기 주란다.

[ ................................ ]


 

공항에 도착,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엄마집에 도착 했더니 큰 언니가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내려와 주었다.

엄마와는 허그로 인사를 하고 큰언니하고는

자연스럽게 [ 반갑구만, 반갑구만]으로 인사를 하는 깨달음.


 

늘 같은 메뉴이긴 하지만 깨달음이 좋아하는

세발낙지, 돼지갈비, 갈치조림, 오징어무침, 각종나물들을

맛있게 먹고, 잘 익은 수박을 후식으로 

가져오신 엄마가 수박을 상에 놓더니만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깨달음 전용? 반달쿠션을 건네주자

사양도 하지 않고 입을 벌리고 좋다고 바로 누웠다.

내가 째려봤더니 어젯밤도 새벽3시에 잤다고

자긴 지금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눈을 감고 잠자는 흉내를 냈다.

실은 콤페가 다음주로 다가온 탓에 매일밤

늦게까지 도면을 치느라 수면 부족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노골적이라고 한소리했더니

계속 눈을 감고 자는 척 했다.

그런 깨달음에게 엄마는 피곤회복에 좋은 박카스를

두 병 상에 올려 놓으셨고, 우리는 일본에 가져갈

물건을 사기 위해 집 앞 슈퍼에 다녀오기로 했다.

박카스 마시고 있어라는 내 말에 눈을 번쩍 뜨더니

박카스를 얼른 자기 품으로 숨기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깨달음.

 

엄마랑 언니, 이렇게 세명이서 집 앞

작은 시장과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들어와 봤더니

옷까지 갈아입고 아주 자기집처럼 티브이 보느라 

눈만 말똥말똥했다. 

 

 

저녁식사는 깨달음이 또 채식뷔페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난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같이 가서 먹고

집에 돌아와 마늘까기와 파를 다듬는데

내가 깨달음에게도 좀 하라고 시켰더니

큰언니, 엄마가 괜찮다고 못하게 말렸다.

그런데 깨달음이 자기를 위해 파김치와 마늘장아찌

담그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자기도 하겠다며

장갑을 끼고 언니를 도왔다. 


 

주방에 계시던 엄마가 그걸 보고는 

 한국까지 오느라 피곤할 것인데 신랑한테

별 것을 다 시키고 나한테는 사진만 찍고 있다면서

  깨달음이 끼고 있던 장갑을 뺏어 벗기셨다.

남자한테는 이런 것 시키는 게 아니라고

몇 번 얘기해도 저것이 말을 안 듣는다고 엄마가

계속해서 내게 야단을 쳤다.

그 때다 싶은 깨달음이 매웁다며 눈을 비비면서

날 한번 쳐다보더니 씨익 웃었다. 

[ ........................... ]

 

[ 아니야, 엄마,, 깨서방 완전 여자야,여자,,

하는 게 얼마나 여자같은데..말도 많고

눈물도 많고,,,나이 먹으니까 점점 더 여자같다니깐..

그리고 여자일, 남자일이 요즘 어딨어~그냥 다 하는 거지.. ]

질세라 엄마에게 나도 한마디 했더니 듣고 있던 깨달음이

[ 아니야, 난자, 난자 ]라고 했다.

자기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라는 얘길 하려는 건데

[남자]라는 발음이 안되서 난자라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웃기던지 다들 배꼽잡고 웃었다.

엄마는그런 엉성한 깨달음의 한국발음조차도

 너무 귀엽다면서 그냥 쉬어라고, 매울테니까

방에 들어가 쉬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그렇게 여자일?을 마친 깨달음은 또 누워서 빈둥빈둥,,,

주방에서 우린 엄마와 김치를 담그고,

마늘도 깨끗이 씻고 다음날 떠날

여수에서의 일정들을 다시 한번 얘기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고 다들 씻고 각자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있던 깨달음이 눈을 살며시 

뜨더니 일본에 돌아가면 어머님 말씀대로

자기에게 여자가 하는 일은 시키지 말란다.

어머님이 남자들은 그런 일 하는 거 아니라고 했다고

어머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단다, 자기는 남자니까,,,

아주 옛날 조선시대 때는 남녀 구별이 확실했지 않냐면서

자기도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란다. 

[ ........................... ]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처갓집에만 오면 자기를 극진대우 해주는 장모님이

계신다는 걸 알고 있는 깨달음은

 혼자 이렇게 광주에 오는 걸 좋아한다.

 형부들이나 제부가 함께 모이면

오롯이 자기 혼자 장모님을 독차지 할 수 없고

장모님의 관심이 모두에게 나눠지는 게 싫다고 했었다.

당신은 자기 엄마한테는 안 그러면서

왜 우리 엄마한테 그렇게 자기 편하게 대하냐고 했더니

어머님도 자길 좋아하고, 자기도 어머님을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아들처럼 행동하게 되는 거란다.

깨달음이 이렇게 한국에만 오면 건방져진 이유가

우리 엄마가 길을 잘못 들인 탓인 것 같다.

우리 엄마 눈에는 깨달음이 외국인인데

한국음식을 뭐든지 잘 먹는 것도

한국어를 못하면서도 늘 밝고 천진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이 짠하게도 느껴진단다.

늘 말을 못해 답답할 것인디....

음식이 매워서 힘들 것인디...라고

걱정하시고 신경을 쓰셨다.

이렇게 사위 사랑이 너무 지나쳐서 깨달음은

아무런 불편함없이 자기집처럼 적응을 잘하게 된 것같다.

옆에서 깨달음은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잠이 들어있었다.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처갓집에 적응을

너무 잘해주는 건 많이 고마운데 

  잘못된 우리 엄마만의 한국 문화교육?에

 물들을까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