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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에서의 노후생활을 혼자서 계획한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1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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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카마쿠라(鎌倉)를 시작으로 에노시마(江の島)

요코하마(横浜) 그리고 다시 동경으로 우린 집을 찾아 헤맸다.

12월에 접어 들면서 매물이 나오지 않아 [집보러 다니기]를 잠시 쉬었는데

지난 8월에 거래했던 부동산측에서 연락이 왔다.

바다와 3분, 역과의 거리도 3분, 평수도 50평이상, 별장식 주택이 나왔는데

혹 동경에서 아직 집을 못 구했다면 한 번 보러 오시라는 전화였다.

 로망스카 안에서 팩스로 받아 본 물건 정보를 우린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말 그대로 별장식 주택이였다.

누군가를 불러 파티하기도 좋고, 천장도 높고, 벽난로도 있고,

안락하게 휴식을 취하기에도 참 좋은 집이였다.

지금의 집주인이 동경에서 사업을 하시는데 이 곳을 별장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깨달음이 도면을 보면서 갤러리 스페이스를 확보하려면

주방을 앞으로 당기고, 입구에 간이 계단을 만들고, 뒷문을 없애야 할 것 같다고,,,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

이 물건이 나오자마자 바로 우리 부부가 생각나더라도

이 집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분위기를 띄워주는 부동산 직원...

갤러리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필요한 구조였지만

 상태도 좋고 아주 깨끗하고 먼저 아늑해서 좋았다.  

그렇게 꼼꼼히 2층에도 올라가서 보고,, 마당에 있는 바베큐통이 새 것인 것도 맘에 들었다.

부동산 업자가 헤어지면서 공손하게 어제도 두 분이나 보고 가셨다고

반응이 좋아 임자가 바로 나타날지 모르니 

될 수 있으면 마음의 결정을 빨리 해주셨으면 좋겠고,,

확실히 결정하시면 가격조절도 한 번 해보겠다는 말을 덧붙혔다.

 

집으로 돌아와 우린 서로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난 주, 언니가 보내 준 서류에

우리가 서울에 사 둔 아파트의 재건축이 확정되었고

 2018년이면 입주가 된다는 소식이 있었기에...

처음에 한국에 집을 살 땐, 많은 생각없이 그냥 하나 장만해 놓으면 

편할 것 같아서 샀던 게 사실이였다. 

 

깨달음 생각은 대충 이러했다.

자긴 앞으로 10년이상은 일을 하고 싶은데 2018년도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일을 못하지 않냐고 그게 솔직히 답답할 것 같단다.

남자는 일 할 수 있을 때 일하는 게 좋고

뭐니뭐니해도 자긴 지금의 일이 너무 좋고 즐겁단다.

그래서 못해도 10년은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은 데,,,

3년후는 너무 빠른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국에서도 같은 계열의 일은 많으니까 할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랬더니

한국어도 못하는데 일을 하는 것도, 일을 시키는 것도 힘들다고 단호한 말투로 얘길 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그리고 자기가 한국에 가서 살 때는 회사도 정리를 하고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남은 여생을 즐기며 살기 위해 가고 싶단다.

좋은 생각이라고 편하게 쉬면서 여행도 하고 그러면 좋을 거라고 그랬더니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고  자기 나름대로 계획세운 게 있단다.

먼저,  한국어 학당 다니면서 젊은 학생들이랑 한국어를 배울 것이고

주말이면 전통 민속무용 공연을 보러 다닐거란다.

그리고 한달에 한 번은 각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특산물을 먹어볼 거란다.

한국어 학당도 정해 두었단다.연X대 한국어 학당으로,,,

[ ........................... ]

그러니 2018년도에 가는 것보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움직이는게

우리 부부에게 더 좋다고 그 동안 신축아파트는 임대를 내놓으면

이득이 된다고  손가락으로 돈 모양을 만들어 보이면서 실 눈을 뜨고 웃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3년후에 한국가서 살 것도 아니라면서 벌써부터 생각해 뒀냐고 내가 어이없어하자

한국 가서 할 일, 해보고 싶은 일,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너무 많다고 하나씩 대충 삶의 스케쥴을 정리해 봤단다. 

그러냐고 솔직히 3년후에 꼭 한국에 가서 살아야한다는 건 나도 아니였다고

생각지도 않게 재건축이 빨라져서 노후생활의 시기가 당겨지지 않을까 해서

 물어 본거였다고 그랬더니

그곳에서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동안은

이곳 일본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정리도 하고 스케쥴도 정해야한단다. 

그리고 한국에서 살게 되면 자기 혼자 다닐거란다.

말도 어느정도 하게 되면, 길도 익힐 것이니까 내 도움이 필요 없을 거란다.

[ ........................... ]

깨달음은 나름대로 한국에서 뭘하며 노후를 즐길 것이인지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3년후가 될지, 10년후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생활에서 보낼 남편의 노후 생활은 알차고 꽉 차있었다.

나한테는 상의도 없이 자기 혼자 노후를 계획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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