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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음식 궁합까지도 잘 알고 있는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1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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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인데 초인종이 울렸다.

요즘 퇴근이 빠른 깨달음이 춥다면서 얼른 들어 온다.

왜 빨리 왔냐고 물었더니 현장 조사가 이 근처여서 그냥 사무실 안 들리고 바로 왔단다. 

저녁 준비 아직 안 했다고 그랬더니 괜찮다고 하던 일 하란다.

그래서 난 다시 내 일을 하고 깨달음은 자기 책상쪽으로 갔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저녁은 배달시켜 먹어 보자고 제안을 했다.

뭘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손에 무슨 종이를 들고 흔들흔들 거리며

한국요리를 도시락으로 배달한다는 찌라시를 발견했다고 찌라시를 내쪽으로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일식, 초밥집, 피자집, 중화요리집 찌라시는 많이 봤는데

한국요리 도시락전문 찌라시는 처음이였다.

자기 회사 우편함에 들어 있었단다.

그러냐고 적당한 것 있는지 당신이 보라고 하고 난 다시 작업을 계속했다.


 

잠시 조용한 듯하더니 자기가 안 먹어 본 게 몇 개 있다는 말을 했었고

 세트메뉴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고 혼자서 뭐라고 뭐라고 계속해서 얘길 했었다.

난 내일까지 마감해 줘야 할 일이 있어 조금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

그래도 내게 묻고 싶었는지 메뉴를 소리내서 읽기 시작했다.

A세트가 해물파전, 쇠고기 도시락, 맥주, 막걸리, 소주인데 

왜 술안주 세트에 도시락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술안주 세트는 파전과 오징어 볶음, 아니면 지고기 볶음 같은게 있어야 한단다.

 B세트는  메뉴가 다른 도시락 3종이여서 식사를 위주로 하실 분이 필요한 세트이고

C세트는 닭백숙(삼계탕)에 김치, 사이다, 소주라면서 이건 무슨 궁합이냐고 묻는다.

 닭백숙에 떡국?

닭백숙에 미역국밥? 

닭백숙에 김치찌개?

닭백숙에 순두부찌개? 이런 세트가 원래 있냐고 묻는다.

[ ........................... ]

 

듣고 있다가 나도 잘 모르겠다고

그냥 닭백숙과 함께 주문하면 가격이 싸니까 그렇게 세트로 만든 것 같다고 그랬더니

이런 세트는 절대로 장사가 안 된다고 내 테이블로 찌라시를 가져온다.

한국음식 잘 모르시는 일본분들은 그런 세트를 시킬 수 있을거라고

매운 것과 안 매운 걸로 짝을 맞춘 것 같으니 그냥 그러러니하라고

별로 도움 안되면 그냥 버리라고 그랬더니

자기 회사에서 한 번 시켜 볼 생각에 찌라시를 간직해 두었단다.

[ ......................... ]

사무실 근처에 중식, 이탈리안, 소바집은 있는데 한식이 없었다고

가끔 매콤한 것 먹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 때 주문하면 괜찮을 것 같아

찌라시를 고이 간직해 두고 직원들이랑 같이

이것 저것 주문해서 맛 볼 생각인데 음식 궁합이 이상하단다.

그럼 3종류의 도시락 세트 B를 시키면 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자긴 해물 파전이 먹고 싶은데 그 세트에 술이 들었단다.

 

더 이상 얘기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 그냥 다음에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떡라면이 뭐냐고 묻는다.

라면에 떡 넣은 거라고 말했더니 저녁 메뉴는 그걸 해주란다. 안 먹어 봤다고,,,

떡이 없다고 그랬더니 그럼 아무거나 매콤한 걸 해달래서

치찌개를 만들고 있는데 오징어 볶음 먹고 싶단다.

[ ......................... ]

그럼 그냥 그 찌라시에 전화해서 주문하라고 그랬더니 아니라고

김치찌개랑 햄볶음 해달라면서 주방에 있는 날 향해

김치찌개에 햄 넣지 말고 파를 많이 넣어달란다.

 순수한 김치찌개 본연의 맛이 제일 맛있다고,,,

부드러운 계란찜도 준비해 저녁을 차려줬더니

계란찜하고 김치찌개 궁합이 맞는 걸 어찌 알았냐고 엄지손을 척 올리며 [최고]란다.

[ ......................... ]

막걸리엔 파전을 먹어야하고, 삼겹살에는 묵은 김치를 구어야하고

 튀김 먹을 땐 떡볶기 국물에 찍어야하고, 

낙지볶음에는 소면을 비벼 먹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깨달음.

내일은 주말인데 또 뭘 먹고 싶다고 할지,,,

내가 찬찬히 쳐다봤더니 내일은 떡라면 해주란다. 안 먹어 봤다고 찐만두와 함께... 

이런 깨달음을 볼 때마다 내가 길을 잘 못들였구나하는 후회를 잠깐 할 때가 있다.

잘 먹어 줘서 고마운데 저렇게 궁합을 따져가면서

 한식을 먹을려고 하니 내가 은근 피곤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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