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이 한국 결혼식장에서 놀란 이유

일본의 케이 2017. 12.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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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날 발견하고는 손을 번쩍 들고 웃는다.

너무 얄미워서 마중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역시나,, 모든 가족들이 한국어를 못하는

깨달음을 위해 나가는데 당연한 거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공항까지 오게 되었다.

제대로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이번 한국행은

순전히 조카 결혼식을 위해 온 것이기에

다음 기회로 잠시 미루기로 하고 

우린 동생집으로 향했다.

http://keijapan.tistory.com/1044

(상당히 건방진 남편의 생각들)

 

아침부터 서둘러 온 깨달음을 위해 엄마와

언니, 동생이 점심을 준비했고

깨달음이 막내조카를 위해 사온 초밥까지

점심 밥상이 거하게 차려졌다.

[ 깨서방이 전복을 좋아한께 생전복이랑

 찐전복으로 했는디..입에 맞을랑가 모르것네 ]

엄마는 깨달음쪽으로 연신 전복과 나물,

코다리찜 접시를 가깝게 밀어 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고민하던 

깨달음은 아주 천천히, 하나 하나 음미해가며

 과식을 했고 그 결과 쇼파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잠시 자더라도 방에 들어가 눈을 붙히는 게

 좋다는 가족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은 

꿋꿋히 소파에 기대어 꿀잠을 잤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신랑이 신부집에 

잠시 들린다는 소식에 우린 작은 언니네집으로

이동을 했고 깨달음은 첫대면이 될 신랑을

 몹시 궁금해 했다. 

결혼반지만 가지고 온다던 새신랑이 

이것저것 들고 와서 장모가 될 우리 작은 언니는 

적잖이 당황을 했고 깨달음도 무슨 상황인지

몰라 눈을 깜빡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옛날 같으면 함이 들어올텐데 요즘은

거의 생략을 하기에 반지만 전해준다고 했는데 

서운해서 

그냥 가져온 거라며 새신랑이 쑥쓰러워했다.

새신랑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깨달음이 잽싸게 내 귀에 속삭인다.

[ 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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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카방에서 둘이 한복을 미리 입어

보고나왔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생각지도 않게 결혼식 전날, 

부모님께 작별인사를 

드리는 분위기가 되어버렸고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다소곳이 

둘이서 인사를 하는데 다들 울컥 했고

 깨달음도 코끝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백일때부터 봐 왔던,,,우리 조카가,,시집을 간다.

참 많이도 예뻐하고 참 많이도 좋아했던 애인데

조카들 중에 처음으로 하는 결혼이여서인지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언니가 내놓은 차를 마시다 깨달음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며 내게 통역을 원했다.

 

[ 신랑분,,이렇게 예쁜 아내를 맞이하는 

 기분이 어떠세요? ]

[ 신부를 정말 소중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신부쪽 가족들은 가족애가 아주 강해서

자네도 결혼을 하면 과하다 할만큼 사랑을 받을

 것인데 받은만큼 신부를 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잘 살폈으면 합니다 ]

 깨달음의 얘기를 들은 가족들이 마치 아빠가 

딸을 시집 보낼 때 사위에게 하는 

멘트 같다면서 웃었다. 

하긴, 깨달음에게도 이 조카는 조금은 

남달랐을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일본에서 처음 봤었고

그 후로도 조카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해 왔으니.. 

다음날, 결혼식을 위해 아침부터 엄마는 한복을 

다림질 했고 깨달음도 넥타이를 매고

 거울 앞을 자주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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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고,,

난 기쁨의 눈물인지 서운함의 눈물인지 

알수 없는 눈물이 흘렀고 깨달음은 신부가 

아빠 손을 잡고 입장 할 때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20대의 신랑 신부는 참 아름다웠다.

젊어서도,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맑고 깨끗해서도 빛이 났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며 깨달음은 

한국 결혼식에서 보고 느낀 점들, 그리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왔다.

 [ 일본은 초대한 사람만 오고 좌석

 다 정해져 있잖아, 그리고 예식이 시작되면 

문을 닫고 늦게 온 사람들은 모니터를 

통해 보게 하는데 한국은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고,,

한국은 초대한 사람이 아니여도 자유롭게

결혼식장에 들어올 수 있나 봐,.]

[ 한국은 청첩장이라는 걸 돌리는 데

일본의 초대장하고 조금 개념이 달라서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은 꼭 청첩장을

 안 받더라고 오고,,그래서 몇 명이 올 것인지

대략 짐작은 하지만 일본처럼 정확한

인원수와 좌석을 확보해서 그들만이 하는

결혼식은별로 없어.. 

그렇게하는 집안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결혼식은 이렇게 해 ]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 결혼식은 조금 엄숙한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쉬웠어..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초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축의금 내는 것 보니까 좀 다르던데

일본은 짝수가 아닌 홀수로 내거든,,

1, 3, 5, 7, 9 처럼,,, 짝수면 나눠진다는 즉,

헤어질 수 있다는 뜻이 있어서 꼭 홀수로

축의금을 내는데 한국은 그냥 내는 거야?..]

 

[ 응,,홀수로 내려고 하는데,,그냥 성의껏 

축의금을 내는 편이야, 

친할 수록 많이 내기도 하고,,]

[ 일본에서도 친하면 많이 내기는 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객들이 너무 많아서..

그 사람들 식사대접 다 해야되잖아..]

[ 응, 예상했던 하객보다  두배 정도로

오셔서 좀 더 어수선 할거야,,]

[ 무조건 많이 온다고 좋은 게 아닌데...

게 신랑, 신부측 모두에게 부담이 되잖아..

역시, 형님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여서인지

 이런 애경사에 확연히 표가 나는 것 같애..]

[ 그러긴 하지...]

[ 그리고 폐백은 왜 신랑측만 참가하는 거야?

지금시대에 안 맞지 않아? 신랑측, 신부측, 

모든 친척들이 다 같이 폐백을 받으면 안 돼?

전통혼례복을 입고, 신부를 등에 업는 거랑

꼭 보고 싶었는데...그게 한국적이고

제일 볼거리라고 생각했는데...]

[ 음,,그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는데

폐백은 원래 신랑측만 받는 거래..,

내가 그 이유는 나중에 찾아서 알려줄게..]

[ 밤이랑 대추도 던져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전날, 인사 받았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어...역시,,치마저고리 입은 

신랑, 신부가 한국스럽고 가장 인상적이였어, 

다음에 큰 처형 아들이 결혼할 때는 꼭

나에게도 인사하라고 해 줘~ ]

[ 알았어..]

한국의 결혼식에서 꼭 해보고 싶었다는 

폐백 인사받기를 못해 못내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어릴적 성장과정을 지켜 봤던 

조카 결혼식에 눈물을 흘리며

축하해 주는 깨달음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일본과는 전혀 다른 한국의 결혼문화가

낯설은 점도 있고 800명이 넘은 하객들이 한꺼번에

축하를 해주는 것도, 서로 다른 축의금의 금액도

 놀랐지만 친인척들이 모두 모여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고 행복을 빌어주는 

잔치의 분위기가 참 보기 좋았다고 힌다.

깨달음 눈에는 너무 한국적이여서

좋으면서도  조금 아쉬웠던 부분들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