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이기에 더욱 감사함을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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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외국인 남편이기에 더욱 감사함을 느낄 때

일본의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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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매일 퇴근을 하면서 무언가를 사온다.

결혼초에는 전혀 그런 걸 할 줄 몰랐는데

결혼생활 2년 되던 해, 친정아빠가 돌아가셨고

내가 우리 아빠를 그릴 때마다 했던 얘기를

기억하고는, 그 뒤로 거의 매일 퇴근길에

뭔가를 사들고 온다.

처음엔 내가 안 먹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구별하지 않고 무작정 아무거나 자기 기분이

 내키는대로 사왔는데 요 몇년 사이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 사와서 바로 자기 앞에서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싶어한다.

[ 좀 있다 먹으면 안돼? ]

[ 응,,그래..]

그렇게 한시간쯤 지나면 먹어 보라고 또 권한다.


초밥은 물론 케잌, 크림빵, 찰밥, 닭꼬치, 

튀김, 군고구마, 각종 과일등 어느날은 

같은 걸 계속해서 사올 때도 있다.

[ 어제도 먹었잖아,,이 케잌]

[ 너무 맛있게 먹어서 또 사왔지..]



이렇게 달콤한 것을 주로 사오지만

가끔 자신이 먹고 싶은 반찬을 사 올 때도 있다.

지난번엔 꼬막을 사와서 해달라고 했고

제철생선을 사와 구워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다 오늘은 닭을 한마리 사왔다.

왜 사왔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엊그제 회사에서 기공 맛사지 치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삼계탕을 먹기 위해 간판메뉴에

[삼계탕]이라 적힌 곳을 두 군데나 갔지만 

한여름에만 판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었다. 

[ 작은 사이즈는 없고 이것 뿐이였어..]

[ 고마워..근데 이거 내가 해야하잖아,,]

[ 응, 나는 할 줄 모르지...]

[ 내가 하는 게 힘들어서 사 먹으려고 했는데]

[ 아,,그렇지,,근데,,삼계탕을 안 팔잖아,

먹을 수가 없잖아,,해먹을 밖에..,]

[ 이렇게 큰 닭은 삼계탕이 아니라 닭백숙을

해야되는데..녹두가 없어...]

[ 그냥 녹두 없이 하면 안돼? ]


 닭죽을 해야할 일이 괜히 까마득히 느껴져

주저주저하고 그냥 냉장고에 우선 넣어두었더니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었다.

[ 어렵지는 않아,,쉬운데...]

[ 내가 할 게. 지난번 전복죽도 내가 했잖아..]

주방으로 성큼 다가간 깨달음이 닭을 꺼내서

어찌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 깨끗이 씻어서 큰 냄비에 넣으면 돼? ]

[ 아니,,다 못 먹을 것 같으니까 반으로 잘라 줘,

닭이 너무 커서 시간도 걸리고 다 못 먹어..]

깨달음이 반으로 잘라, 뱃속도 깨끗이 씻었다.

 http://keijapan.tistory.com/1056 

(남편이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작은 꿈)

지난번 전복죽을 만들 때처럼 내가 말하는대로

냉장고에서 마늘도 넣고 김치냉장고에 있는

인삼이랑 대추도 꺼내 넣었다.

[ 또 뭐 넣어야 돼? ]

[ 그냥 뚜껑 닫고 1시간 정도 두면 될 거야 ]

난 약을 먹은 상태여서 반은 멍한 정신을 하고

거실에 누워있는데 깨달음은 삼계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궁금해서

 주방을 왔다갔다 떠나지 않으며 냄비 속

상황을 리포터처럼 하나하나 설명했다.

 [ 국물이 탁해졌어, 인삼 색이 변했어,,

마늘을 으깨는 게 좋을까?

완전 식당처럼 잘 된 것 같애... ]

[ 응, 그냥 만지지 말고 내버려 둬.. ]

내가 몇번 말을 했지만 깨달음이 혼자서 

냄비 앞에서 뭔가를 하는 듯 했고,, 

난 스르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깨달음 흥분하며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땐

벌써 1시간 30분이나 지났을 무렵이였다. 


주방에 가 봤더니 가스렌지가 엉망진창이였고

깨달음은 완전 한국 스타일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완성된 백숙을 조심스럽게 그릇에 담고 있었다.

[ 죽을 만들어야해서 그냥 밥 넣었어,

당신 자는 것 같아서 내 맘대로..

쌀을 넣으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

[ 응, 잘 했어..]

김치도 예쁘게 담아 백숙 한 상을 차렸다.



[ 내가 덜어 줄게, 삼계탕은 아니지만 

그래도 닭이랑 인삼이 들어갔으니까

삼계탕이라 생각하고 먹어..닭다리 줄게 ]

깨달음이 접시에 다리와 인삼 한뿌리까지

 올려 내게 내밀었다.

약에 취해서 반은 정신이 없었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삼계탕과는 약간 다른 맛이였지만

깨달음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백숙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데 충분했다.

[ 맛있지? ]

[ 응, 정말 맛있어. 기운이 나는 것 같애]

[ 역시,,인삼이 몸에 좋은 가 봐 ,

 다음에 한국에 가면 좀 많이 사 오자 ] 

[ 응, 당신 내일부터는 뭐 안 사와도 돼..

특히, 케잌은 이제 그만 사 와,,]

[ 당신, 어렸을 때 케잌을 배 불러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었다고 했잖아.

그니까 많이 먹으라고~,]

[ 그 때는 그랬지만,,지금은 아니야..] 

[ 나는 어른이 되면 참치회를 3인분시켜서

혼자 먹을거라고 생각했었어..그래서 어른이

 되고 월급을 받자마자 3인분 시켜서

정말 먹어봤더니 질려서 못 먹겠더라구.

 이번 주말에는 뭐 해 먹을까? 이렇게 집에서 

해 먹으니까 훨씬 맛있는 것 같애,

추어탕 먹고 싶다고 했지? ]

[ 그건 못 만들거야... ]

[ 일본에도 추어탕 같은 음식이 있는데

그것 한번 먹어 볼거야 ? ]

[ 아니...] 

깨달음은 퍽퍽한 가슴살을 제외하고 아주 깨끗이

 백숙 그릇을 비웠고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난 다음 좀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 나 괜찮은 남편이지? ]

[ ........................... ]

[ 장인어른이랑 성격이랑 하는 게

많이 닮았다고 어머님도 자주 얘기했잖아, 

자상하고 순하다고,,,,]

[ 그러긴 한데..다른 점도 많아,,그리고

걸 본인이 얘기하는 자체가 좀 그렇지 않아?]

[ 왜?  이 정도면 난 괜찮은 남편인 것 같은데

아마 장인어른도 멋진 남편분이셨을 거야 ]

[ 응,,]

[ 그럼 몇 점짜리 남편이야?100점 맞고 싶은데..

그래서 열심히 닭죽도 만들었는데...]

[ 계산적인 마음으로 했다면 100점을 못주지..]

[ 아니야,,계산은 없었어, 진심이였어~]

대답을 하지 않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배우자인 남편을 선택할 때 나도 모르게

친정아빠와 닮은 점에서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면 아빠와 닮은 부분이 싫어서 거부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난 전자쪽에 속해서인지 여러모로 우리 아빠와

 깨달음이 닮은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아내를 위해 닭백숙을 해주는 외국인 남편, 

그것도 일본인 남편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점에서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고마워요..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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