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게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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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결혼이란게 다 그렇다

일본의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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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를 하기 전, 스탭에게 양해를 구하고

소트케익에 불을 붙였다 얼른 껐다.

옆에서 슬쩍 보고 있던 스탭이 케익을 다시

넣고 있는 우리에게 드셔도 된다고

했지만 우린 조용히 집어 넣었다.

깨달음이 잔을 부딪히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 교론 추카하니다(결혼 축하합니다) ]

[ 벌써 8년을 맞이하네.. ]

[  고마워, 케이씨~ ]

[ 뭐가? ]

[ 당신의 사랑에 감사, 앞으로도 잘 부탁해 ]

사랑을 준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더니

내게 눈을 흘기면서 또 와인잔을 부딪힌다.

[ 깨달음, 모처럼이니까 서로에게 감사한 게 

있으면 얘기해 볼까? ]

[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줘서 고맙고,

  귀여워해줘서 고마워... ]

[ 그 두개 뿐이야? ]

[ 이 두개면 충분하지 않아? ]

[ .................................] 

[뭐든지 감사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지,

 오늘 이렇게 혼인신고한 날을 무사히 맞이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해 ]


벌써 8년을 맞이한다. 오늘은 결혼식을 

올린 날이 아닌 구약소에 혼인신고를 한 날이다.

정식으로 부부가 된 날이기에 난 솔직히

결혼식날보다 이 날을 더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깨달음은 친인척들에게 결혼식을 통해 

부부가 되었음을 보여준 날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 결혼식만 하고 실제로 혼인신고 안하는 커플이

의외로 많이 있대, 그것보다는 역시 서류상으로

 부부가 되는 게 훨씬 더 책임감이 있는 행동이지,

그냥 결혼식만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호적을 깨끗히 해두는 건 좀 얌체 같지 않아? ]

[ 당신 말도 맞는데 대부분 결혼식을

 올리면 혼인신고도 하지 않아?] 

[ 안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문제지. 우리도 

그냥 살아보고 혼인신고 할 걸 그랬어 ]

나도 모르게 마음 속에 있던 말이 나와버렸다.

[ 그랬으면 절대로 당신은 혼인신고 안 하고

바로 헤어졌을걸? 근데 왜 지금껏 살았어? ]

깨달음에 질문에도 날이 서 있었다. 


나는 곰곰히 그 때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답했다.

[ 그 당시 마흔이 넘은 늙은 우리가 동거를 한다는

그 자체가 추하지 않아? 나는 한번도 동거라는 걸

생각해 보지 않았어, 결혼할 생각이 없었지만

만약에 한다면 제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했던 거야.... ]

[ 역시,,생각하는 게 남자야~

난 여자가 아닌 남자랑 결혼 한 것 같애 ]

[ ............................ ]

[ 아, 고마워할 게 또 있다. 결혼 초에 우리 둘이 

했던 약속을 지금도 잘 지키줘서 고마워]

[ 뭔데? ]

[ 아무리 크게 싸워도 다음날 내가 출근 할 때,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잖아, 그걸 보면서 역시 

보통의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남자인 나보다 통도 엄청 크잖아 ]

[ 그게 좋았어? ]

[ 응, 남자는 아침에 출근할 때 기분이

상당히 중요해. 그래서 당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 기분 나쁘게 보내는 것도

 그렇고, 부부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도

계속해서 질질 끌고 가는 게 싫어서였어, 

퇴근하고 오면 또 싸움을 하더라도,,]

[ 그니까,,대단하는 거지 ] 


우린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음식에 집중했고

스탭이 스키야끼를 준비하는 동안

좀 더 추워지면 게를 먹으러 홋카이도에 

가자고 깨달음이 제안했다.

[ 이젠 나이를 먹어서인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만 먹고 싶어져서 큰일이야, 

당신은 안 그래? 우리 너무 사치하는 건가? ]

사치라는 단어를 쓰는 깨달음이 웃겼다.

[ 그게 사치라면 사치지..근데 당신 말처럼

 우리 늙었으니까 좋은 것, 비싼 것만

 먹으면서 남은 여생을 보냅시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아 온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면 되잖아 ]

[ 그렇지? ]

[ 응, 당신 어느 누구보다 성실히 살았잖아,

그니까 이젠 여유 부리며 살아도 누가

욕하지 않을 거야 ]

내 말에 깨달음 표정이 아주 편해졌다. 


결혼을 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는

둘만의 약속 11가지를 만들었고 그걸 코팅해서

각자 지갑에 지금까지 넣어 두고 다닌다. 

많다면 많을 그 약속들은 살아가면서 의연중에 

잊여지고 흐트러졌지만 깨달음 말에 의하면

 중 4번에 적힌 약속을 난 아주 잘 지키고 있다.

출퇴근시 웃는 얼굴로 배웅하고 마중하기,,,

그 외의 약속들은 거의 못지킨 것들이 많지만

하나라도 제대로 꾸준히 행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 서로 만족하고 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우린 이혼서류를 작성 했었다.

서로 도장도 다 찍어 둔 상태로 지금까지

그 이혼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위기가 있었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그

 이혼서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서로 긴장?하며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온 가족과 친구가 모여서 축하인사를

 한마디씩 전해 주던 날.

우리 시어머니가 아들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던 날.

깨달음이 한복을 입고 눈물을 훔쳤던 날.

가족이 되었음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던 날,



나에게 결혼은 특별히 좋은 것도

그렇다고 특별히 나쁜 것도 없었다.

애초부터 독신주의였던 내가 결혼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깨달음도 나처럼 드센? 여자와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텐데

아직까지 잘 참고 살고 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결혼을 해 본 

나로서는 독신들에게 그렇게 추천할 만한

 제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굳이 한다면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하라는

말을 덧붙혀주고 싶다.

결혼의 형태는 우리네의 사는 모습과 같이

다양하고 각자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매일 이혼을 꿈꾸며 지금의 자리에서 이탈하고

싶은 충동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도

 그 자리를 아내와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지키고

 있을 때는 분명 그 나름에 이유가 있어서이다. 

인생이 별 게 아니듯, 결혼도 별 게 아니다.

왜 결혼을 했는지 지금에 와서 그 이유를

파헤치는 것도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활에 감사하고 충실하며 후회없는 

시간을 만들면 되는 것일 뿐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 기쁨을 내가 아닌

 상대인 배우자에게 먼저 감사해하고

당신 덕분이였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살아가면 10년이 지나고

또 20년이 지나서도 이렇게 

축하주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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