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아픈 건 자신의 몫이다

일본의 케이 2023. 8. 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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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 대상포진이 걸려 통증으로

이를 갈았던 아픈 기억을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아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맞았다. 

맞기 전에 효과와 부작용을 일단 숙지하고

맞았는데  맞은 날 저녁부터

고열이 나고 몸에 잠들어 있던 혈관들이 

백신과 싸우는 중인지, 백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인지 

온 몸이 쑤시고 저리고 열이 올라

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으로 한 숨을 잘 수 없었다.

 

급하게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원래 발열이

있는 거라고 코로나 백신 때처럼

몸에서 면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니

2,3일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땐  어깨가 

약간 무거운 느낌만 들었을 뿐 아무렇지

않았는데 대상포진 백신이 이렇게

보대끼고 힘들 거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얼음주머니를 두 개나 끌어안은 채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차라리 잠이 들면 좋으련만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온몸이 

펄펄 끓었다. 저녁이 되면서 38도까지

올라가고 정신이 몽롱해질 무럽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온

깨달음에게서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고열로 비몽사몽 하고 있는 나와

술로 해롱해롱 한 깨달음과는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서 외국인 취급을 당한 이유

난 재래시장을 참 좋아한다. 20대에도 마음이 심란하고 사는 게 무언지 갈피를 못 잡을 때면 자연스레 재래시장으로 발길이 옮겨갔다. 그곳에 가면 농, 수산물을 펼쳐놓고 목청 높여가며 땀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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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떴는데 

땀인지 물인지 알 수 없는 체액들이

빠져나와 시큼한 냄새가 나서

다시 샤워를 하고 나왔다.

깨달음 방에 불이 켜져 있어 봤더니 양복만

벗은 채로 바로 떨어져 잤는지

속옷차림 그대로였다.

다음날, 이른 아침 깨달음 발소리가 나서

눈을 떴는데 주방을 갔다가 베란다를 갔다가

바지런히 움직이는 듯했다.

 

병상일기-4 시간이 약이다.

장마가 끝난 덕분에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기분이 상쾌하다. 목발을 짚고 병원을 다닐 때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야속했었다. 우산을 쓸 수 없어 바로 앞에서 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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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이 들었다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출근하겠다며 어제 퇴근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 오늘은 일찍 들어올게 ]

[ 깨달음, 나 오늘 오후에 세미나 있어..]

[ 그래? 그럼 끝나고 전화 줘 ]

[ 알았어 ]

집을 나와 먼저 병원에 들렀다.

선생님은 아마도 내가 2년 전에 대상포진이

한 번 걸려서 백신이 더 강하게 반응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3개월 후에 다시 한번 

맞아야 되니 체력을 좀 더 든든하게

만들어놓으라고 했다.

해열제나 진통제가 필요하면 처방해주겠다고

했지만 난 버터 보겠다고 병원을 나왔다.

약 3시간의 세미나가 끝나고 

깨달음과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기만큼 좋은 게

없지 않냐며 고깃집으로 나를 부른 

깨달음이 어젯밤 늦게 온 것에 대해

다시 사과했다.

거래처 사장님이랑 프랑스 요리를 먹었는데

코스 요리가 너무 천천히 나오는 통에

얘기하다 보니 술을 많이 마시게 됐다며

성질 급한 자기는 느긋하게 프랑스 요리를 

못 먹겠더라며 묻지도 않은 말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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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고기를 굽는 걸 보다가

 어젯밤부터 주스와 녹차로만

배를 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병원에서 뭐래? ]

[ 그냥,,2,3일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네 ]

[ 지금도 열 있어? ]

[ 응,,37도,, 그래서 머리가 멍 해 ]

[ 코로나 백신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 아마도 내가 한 번 걸려서 그런 것 같다네]

[ 그래?.. 3개월 후에도 맞을 거야? ]

[ 두 번  안 맞으면 항체가 안 생겨..]

[ 부작용이래? ]

[ 아니, 부작용까진 아니래..]

[ 그럼 3개월 동안 백신을 잘 받아들이게

몸을 만들어야겠네 ]

[ 응, 나도 그럴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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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오늘부터 오봉야스미(お盆休み)에

들어가서 쉴 거라며 내 스케줄을 물었다.

[ 벌써, 추석이네..(일본은 8월 15일이 추석)

나도 스케줄 없어.]

[ 나는 16일까지 쉬고 직원들은 그다음에

쉬는 걸로 했어. 어디 갈까? ]

[ 응, 가까운 곳으로,,]

 

올 추석 상차림은 의미가 달랐다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할 작품이 있어 서둘러 재료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수정을 거듭하고 거듭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색을 다르게 입혀보려는데 잘 될지 걱정이다. 화방을 천천히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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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달달한 걸 먹으며 우린

5개 월남은 2023년을 어떻게 보낼지

 서로의 생각들을 나눴다.

[ 근데..어제 당신,,아플 때 내가 옆에

없어서 화 났지? ]

[ 아니..화가 나고 그럴 상황이 아니였어.

그냥 응급실에 갈까 생각했지 ] 

[ 그러고보면 당신은 아플 때도 나한테

의지를 안 하더라..]

[ 아픈 건 그냥, 온전히 그 사람 몫이잖아,

누구도 대신 아파해 줄 수 없으니까..]

[ 역시..냉정한 여자야,,] 

[ 어차피 며칠 있으면 나을 거니까,

굳이 당신에게 기댈 게 없지..]

[ 당신은 항상 씩씩해서 좋아, 그래도 

내가 아프면 당신은 날 케어 해 줘..]

[ ........................... ]

내가 깨달음에게 기대지 않는 건  냉정하고

씩씩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움직이는 게

훨씬 빠르다른 걸 경험한 뒤로 몸이 아파도

깨달음에게 일체 도움을 청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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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로서 책임과 의무

골절되었던 뼈가 완전히 붙었다는 기쁜 소식은 들었지만 걸을 때마다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골절 부분이 아닌 발바닥, 발등, 그리고 쪼그려 앉지를 못할 정도로 발목이 뻣뻣해져 있어 집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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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와 난  다시 얼음주머니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깨달음은 마트에서 사 온 반찬거리를

냉장고에 넣고 내일 아침에 먹을 

자신의 아침식사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내일이면 나아져 다시 움직이겠지만

연휴가 시작된 게 한편으론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8월 15일 추석날에 주꾸미랑 명태전이

먹고 싶다는 깨달음이 

내일은 코리아타운에 가잔다.

가는 김에  낙지도 좀 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