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20년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일본의 케이 2023. 12.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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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던 건 

정확이 6개월 전 어느 새벽이었다.

잠결에 메시지 알림 소리에 비몽사몽

전화기를 들여다봤더니

[ 케이야,, 나,,, 경미야 ]라고 왔다.

경미.. 경미.. 아,, 고교 동창 경미..

2시 반이라는 이 새벽시간에..

미쳤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메시지로

오랜만이라고 무슨 일이냐고 보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경미를 본 지 20년이 지나서인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조금 주저했었다.

[ 케이가 맞는지 아닌가 긴가민가

했는데 정말 너였네 ]

[ 응, 전화번호가 그대로니까, 잘 살지? ]

[ 응,, 잘 살아 ]

뭣 때문에 전화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한 템포 늦췄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코로나로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었다는 얘기 했다.

20년 만에 하는 통화치고는 상당히 무겁다는

생각을 하며 얘길 들었다.

내 소식을 들은 건 12년 전, 

우리 아빠지가 돌아가셨을 때

일본인 남편이랑 광주에 내려왔었다는 얘기를

후배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아마 경미도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지

몰라 두서없이 이 말 저말 섞여 나온 듯했다.

 

[ 아픈 데는 없고? ]

[ 응,, 괜찮아, 너는? ]

[ 나도 그럭저럭 괜찮아,,]

어색한 공기가 몇 번인가 흘렀지만 그럴 때마다

경미가 말을 이어갔다.

고등학교 때 함께 몰려다녔던

혜미와는 연락을 하냐고 경숙이는

뭐 하는 줄 아냐고,,

허공을 떠다니는 듯한 질문들이 오갔지만

이렇다 할 대답은 서로가 얻지 못했다.

[ 나는 여기 있는데 걔네들 소식을 

더 모르지.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

[ 나,,, 너도 알다시피 얘들하고 잘 

안 만났잖아,, 근데 나이를 먹으니까

보고 싶기도 하고 궁금하고 그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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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는 지금도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50대 중반이 넘어가니까 인간이, 사람이

그립기 시작했다는 경미..

하 나뿐인 동생이 죽고 나니까 인생무상을

절실히 느꼈고 인가사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그래서 나한테도

용기를 내어 연락을 했단다.

[ 근데 왜 새벽에 했어? ]

[ 술 먹고 용기 내서 한 거야,,]

 

첫날은 약 20분 정도 통화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부터 그녀는 거의 날마다

내게 전화를 해왔지만

나는 거의 받지 않았다.

아니 회피했다.

무어라 정리하기 힘든 감정들이 있었지만

그냥 그녀의 얘기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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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전화가 와서 받았다.

바빠서 다음에 통화하자고 했더니

저녁 몇 시에 하면 되겠냐고 물었다.

9시 이후로 전화하겠다고 했더니

자기가 하겠단다.

경미는 고교시절 때도 조금은 남다른 아이였다.

다들 개성 넘치는 고교생활을 했지만

그녀는 유난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우리 엄마는 그녀를 싫어한다.

그녀로 인해 당신의 딸인 내  청소년기가

흔들렸다는 책임전가를 하고 싶어 했다.

결코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부모는

어떻게든 자기 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 탓

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았다.

 

정각 9시가 되자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마치 고교 때처럼 

어릴 적 기억들을 꺼내서 그때가

좋았고 처음으로 동해바다에 놀러 갔던 얘기도 했다.

나는 정중히  말했다.

[ 경미야,,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었어? 

20년 만에 전화를 했을 때 무슨

특별히 할 얘기 있었던 거야? 근데 

난 솔직히 너랑 할 얘기가 별로 없는데..]

[ 난,, 그냥 니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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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이고

내 목소리를 들으니 고교시절이 떠올라

좋았단다. 단순히  자기가 좋아했던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했다.

순수하지 못했던 거 나였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상처를 줬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 번 뱉고 난 말은 주어 담을 수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국에 곧

들어가니까 한 번 보자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경미는 그 후로

내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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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뭘 염려했을까..

난 그녀의 전화가 왜 반갑지 않았을까..

왜 순수한 마음으로 경미를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고교시절 있었던 사건 사고들이

썩 좋은 것들만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그녀가 변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참.. 여전히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