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후생활19

나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아침을 먹고 깨달음은 사무실로 가 작년에 장식해 둔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하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로 향했다. 매년 쿠마노테를 구입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허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동선을 최대한 줄였다. 쿠마노테는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이 장식은 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이 곰발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마노테라 불린다. 11월 유일에 일본 각지의 절이나 신사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나이며 요즘은 자영업자들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이해서 풍요와 가정 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기 위해 작고 귀여운 쿠마노테를 사다가 집에 장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진자 (神社)에 도착했을 때 깨달음은 참배를 하기 .. 2023. 11. 24.
슬기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아침부터 축하 문자를 받고서야 내 생일임을 알았다. [ 깨달음, 오늘 내 생일이래 ] [ 그래? ] 출근하려고 넥타이를 매고 있던 깨달음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9월에 크루즈에서 양력으로 생일파티를 치뤄서 음력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후 미팅을 끝내고 들어와 저녁준비를 위해 양상추를 씻고 있는데 깨달음이 나오라는 전화가 왔다. [ 거기? 너무 먼데.. 그냥 집에서 먹자...] [ 당신 생일이라고 하니까 점장이 일부러 자리 만들어 줬어 ] 우리집에서 거리상으로 보면 그다지 멀지 않지만 전철을 두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는 게 귀찮았다. 내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먼저 들어가 기다릴 테니 천천히 준비해서 나오란다. 눈썹을 얇게 그리고 립클로스를 발랐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을 그만둔 후로는 원래부터 잘 하지 않았던 .. 2023. 11. 10.
새로운 직업을 찾은 남편 코리아타운은 언제나처럼 붐볐다. 이곳을 찾은 일본인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갈 때마가 느낀다. 짜장면은 그저 치즈핫도그처럼 간식에 불과하다고 선언했던 깨달음은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며 코리아타운에서 만났다. 가게 안은 나만 빼고 100%일본인이였고 모두가 20대 여성들로 가득했다. [ 당신만 남자네...] [ 나는 그것보다 어떻게 일본인들이 이렇게 짜장면을 먹으러, 그리고 이 집을 어떻게 알고 대낮부터 찾아와 먹고 있는지 놀라워 ] [ 당신이 여기와 있듯이 당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겠지 ] [참,, 대단하다.. 대단해.. 우먼파워..] 오랜만에 먹으니까 역시 맛있긴 하다며 짜장을 다 비비기도 전에 먹었다. [ 그렇지? 원래 짜장면이 그래.. 안 .. 2023. 10. 13.
우리의 노후를 남편이 결정했다 아침부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 성남 모란시장 장날에 남편과 함께 다녀왔는데 그날 하루종일 내 얘길 했었다며 날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고 허무하다며 푸념을 늘어났다. 우리 친구들 중에 가장 먼저 할머니가 된 이 친구는 올 해 초, 30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전업주부를 하기 시작했다. 일 손을 놓지 않고 살았던 탓인지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더니 손녀딸 돌보느라 딸 집에 왔다 갔다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버리고 만단다. [ 너랑, 그때 팥죽 먹었잖아, 이번에는 그 옆집에서 먹어봤는데 더 맛있는 거 있지..] [ 칼국수는 안 먹었어? ] [ 남편이 먹었어. 막걸리도 한 잔 하고 ] [ 재밌었겠다 ] [ 우리 남편이 일본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2023. 6. 1.
남편의 생각을 듣다가... 11시에 집으로 오겠다던 공인 중개사분이 20분 전부터 집 앞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열심히 창문을 닦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받은 후 차를 타자마자 바로 오늘 보게 될 네 곳의 맨션 정보가 상세히 적힌 파일들을 하나씩 훑어보았다. (일본에서 맨션 マンション 은 한국의 아파트, 아파트 アパート는 한국의 빌라를 칭함) 신혼이나 독신들이 살만한 평수와 역세권으로 포커스를 맞춰서인지 우리가 원했던, 아니 깨달음이 생각해 둔 위치와 평면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첫 번째 집부터 조망권을 시작으로 여러 질문을 계속하는 깨달음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공인 중개사분이 계속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지은 지 20년이 지나도 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다며 관리업체가 어디인지까지 물으니 하나하나 .. 2021. 10. 18.
우린 한국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아침 일찍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코스트코에 들렀다. 이른 시간대는 쇼핑객들이 별로 없어 선호하는 우린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멈춰 서 올 해는 큰 통닭구이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애길 했다. 피자 한조각을 사려고 잠시 줄을 섰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도 좀 신경이 쓰였고 늦여름이 계속된 탓에 옷이며 침구류를 지금까지 바꾸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오늘 하기로 해서였다. 각자의 침대 커버부터 카펫까지 모두 가을 옷을 입히고 세탁기를 돌렸다. 1년 365일이 참 빠르다. 계절에 맞춰 침구를 갈아 덮고, 두꺼운 옷들을 꺼내 입었던 텀들이 점점 짧게만 느껴지는 건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매년 새로운 사계절이지만 습관처럼 반복되는 새 옷입히기가 엊그제 같은.. 2021. 9. 27.
남편은 내일도 열심히 뛸 것이다 산책을 나왔다. 주말이면 매번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날이 좋았다. 집 주변을 돌다 새로운 상가에 멈춰 괜스레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목적지도 없이 뚜벅뚜벅 걸었다. 그렇게 서로가 상념에 젖어 말없이 걷다가 빵집에 들러 빵도 사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뭘 봐도 흥미롭지 않고, 그냥 무작정 걷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깨달음은 팔을 휘저으며 걷기운동이 왜 우리 몸에 좋은지 몇 마디 하고는 또 열심히 걸었다. 만보기가 7 천보를 막 넘었을 때쯤 눈 앞에 전철역이 보였고 점심을 먹기 위해 전철을 탔다. 우리 둘 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꽤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스타일이지만 이렇게 무계획인 날엔 몸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런.. 2021. 4. 20.
생각이 많았던 남편의 주말 3월 7일이면 긴급사태 선언이 풀린다고 한다. 첫 번째 발령되던 때와는 달리 두 번째였던 이번 긴급사태는 모두가 코로나에 익숙해져서인지 외출과 외식을 자숙해 달라는 도쿄도지사의 당부 캠페인이 광고와 섞여 매시간마다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많이 지친 것도 있고 더 이상 참는데도 한계가 온 듯 주말이면 온 거리에 나들이 인파들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의료진에게 먼저 접종되면서 왠지모를 안도감에 지난 2주 연속 주말까지 외출을 했었는데 충분한 분량의 백신이 확보되지 않았고 주사기까지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접종시기가 점점 늦춰질 거라는 뉴스를 듣고 우린 다시 느슨해진 정신을 다잡고 착실히 스테이홈을 하기로 했다. 깨달음은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지금처럼 주 3일 근무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매일 회사에 출근.. 2021. 2. 28.
코로나 속, 우리 부부의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 코로나로 긴급사태선언 이후,날마다 일요일처럼 착각하며 살고 있는 오늘,아침에 눈을 뜨자 너무도 화창하고 맑은 날씨에뭔가를 해야할 것 같아 그동안 미뤄왔던 수조 청소겸 열대어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아쿠아센터에 지금 있는 열대어들을 모두드리고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기로 했다.새주인에게 가는 동안 열대어들이 힘들지 않도록최단시간을 계산해 재빠르게 옮겨아쿠아센터에 가져다 드렸다.원래는 입양을 받지않는다고 하셨는데 우리집에 온 열대어는 웬일인지 번식을 너무 잘해 치어들이 자꾸 늘어 감당을 못하겠다고 했더니 특별히 받아주셨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여러 종류의 열대어를 키울수 있어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열대어를 드린 후, 집으로 돌아와 우린 청소를 바로 시작했다.특히, 이번에는 이름모를 조개류들의 번식도심해서 모.. 2020. 5. 3.
남편의 고마운 생각을 듣다 어젯밤, 우린 서로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지난 태풍 때, 각 방안에 설치된 환풍기에서강풍과 빗방울들이 먼지와 섞여 뿜어 나오는 바람에새벽에 둘이서 자다가 놀라 번갈아 각자의 방에 들어가 먼지가 섞인 검은 빗물을 닦느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환풍기를 막으면 되는데 바람이 세기가 너무 강해서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둘이서 졸린 눈으로 벽과 침대까지 튀어버린 검은 빗물을 닦고 시트를 바꾸느라 아침까지 왔다갔다하느라 분주했다.그 일이 있고 난후 오늘은 아침일찍 새로운 환풍기로 교환하는 작업이 있었다. 우리가 깨끗히 지우지 못한 주변의 검은 빗자국은자기네들이 어떻게 해 드릴 수 없다는 말을하시길래 알았다고 깨달음이 일하시는아저씨를 안심시켜드리고 작업하기 편하게 커튼도 떼어드렸다. 아저씨가 옛 환풍기를 뜯고.. 2019. 10. 29.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 주말을 이용해 잠시 오사카에 다녀왔다.깨달음이 꼭 보고 싶다는 현장이 있었다지난 입찰에서 자신의 회사를 이긴 곳인데 그 현장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했다.장소는 바로 도톤보리에 있었고 현장에 도착해서는 잠깐 둘러보고 금방 돌아왔다.[ 왜 금방 끝났네..나는 좀 걸릴 줄 알았는데 ][ 응,,이미 떠난 물건 봐 봐야 속만 상하고,,이곳에 멋지게 호텔을 지을 생각이였는데..]약간은 아쉬운 듯, 약간은 시원섭섭한 듯한애매한 표정을 하고는 다시 현장을 뒤돌아보았다. 좀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엔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한국사람이 진짜 별로 없네, 예전에 비하면]깨달음이 두리번 거리며 한국말이 들릴 때마다나한테 저기있다고 알려주었다. [ 굳이 나한테 알려주지 마 ].. 2019. 8. 27.
내가 몰랐던 남편의 걱정거리 [ 깨달음, 이 봉투 뭐야? ] [ 초대장 ] 노트북 위에 올려진 봉투를 열어보았다. 삿포로에 00호텔이 완공되었으니 시박회(시하쿠카이-試泊会)를 해달라는 숙박권이 들어있었다. 시음회, 시식회가 있듯이 호텔도 이렇게 시박회가 있다. 숙식은 물론 무료로 제공되는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퇴실을 할 때는 품평회를 해야한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자신이 하룻밤 묵으며 느낀 모든 것들을 애리하고 체계적으로 집어내야한다. 그렇게 문제점들이 접수되면 재수정과 보완, 이미지 변경등을 하게 된다. [ 다음달이면 좋은데...] [ 안돼, 시박회가 끝나면 바로 정식 영업을 해야 되니까 ] [ 아,,이거 당신 회사 거였어? ] [ 응 ] [ 아,,난 또 다른 회사가 시공한 줄 알았네 ] [ 요시다 군이 몇 달씩 출장다니면서 .. 2019. 7. 16.
한국에서 장사하길 원하는 일본 아줌마의 사연 나를 만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던 유키 상은 오늘도 행복한 미소로 기다리고 있었다. 배용준을 좋아하면서 한국사랑이 시작되었고 일본에서만 활동했던 한국 남성그룹의 한 맴버를 응원하며 3년이상 정성을 쏟다가 요즘에는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모임에 들어간 유키 상은 날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한국 연예계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유키 상은 요즘 코리아타운에 가면 10대 20대가 장악을 하고 있어 아줌마들이 들어갈 틈이없어졌다며 한류팬들의 세대교차를 썩 반가워하지 않았다. [ 거기 치킨 집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돼. .맛집들을 얘들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지난번 치즈 핫도그 먹으려고 기다리는데 아줌마는 나뿐이고, 중고생 딸들이랑 같이 온 30대 엄마들이 몇 명 있었다니깐 .. 2018. 8. 9.
일본의 미혼여성이 결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 협회 회원인 나오미 상(가명)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30대 후반의 아가씨다.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던 날부터같이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제의를몇 번 했지만 서로 스케쥴이 맞지 않았다. 오늘도 내게 말을 걸어왔고사무실 근처에 있는 파스타전문집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함께했다. 그녀는 자신이 최근에 봤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얘기부터 시작했다.몇 년 전, 늦은 시간대에 위성방송에서 방영되는 [호텔리아]라는 드라마를 처음 보고 너무 재밌어 그 때부터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꽤 유명한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는 37살의 그녀가 사는 곳은 긴쟈(일본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곳)의원룸이고 귀여운 애완견과 고양이를 키운다고 했다.[ 나오미 상, 피겨스케이팅 아사다 마오하고많이 닮았단 소리 듣죠?][ 아..... 2016. 12. 3.
국제커플에게 건강이란... 오후. 5시,,초음파실로 향했다. 깨달음은 보이지 않았고,,,30,40분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환자복차림으로 나왔는데 표정이 무표정이였다. 옷을 갈아입고 담당의 앞에 나란히 앉았다. 2미리 정도의 폴립이 3개, 8미리 정도의 폴립이 1개 발견이 되었고 이 8미리 필립은 수술을 해야한다는 결정이 났다. 안 하면 안 되냐고 깨달음이 물었고 악성은 아니지만 사이즈도 그렇고 수술을 권한다고 하셨다. 혹, 식사나 음식물을 주의해야 할 게 있냐고 어쭈었더니 특별히 조심할 건 없다고 하셨다. 병원을 나오면서부터 깨달음은 [배고프다]는 소릴 계속했다. 하긴, 내시경검사를 위해 2틀간 거의 먹질 못해서 안타깝긴 했다. 뭐가 먹고 싶냐고 했더니 기름진 걸 먹을 거란다.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폭풍흡입을 했다.. 2016.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