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주쿠14

나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아침을 먹고 깨달음은 사무실로 가 작년에 장식해 둔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하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로 향했다. 매년 쿠마노테를 구입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허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동선을 최대한 줄였다. 쿠마노테는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이 장식은 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이 곰발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마노테라 불린다. 11월 유일에 일본 각지의 절이나 신사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나이며 요즘은 자영업자들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이해서 풍요와 가정 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기 위해 작고 귀여운 쿠마노테를 사다가 집에 장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진자 (神社)에 도착했을 때 깨달음은 참배를 하기 .. 2023. 11. 24.
내가 일본에 살면서 생긴 습관들 영화 [ 理想郷]를 봤다. 한국에서는 [더 비스츠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합잡영화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커플이 스페인 시골 산토알라에 정착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영화한 것으로 2016년 상영된 다큐 [Santoalla]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2022년 스페인 고야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도 3관왕을 차지한 수작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식인인 프랑스 부부는 평화롭고 소박한 삶을 위해 스페인 북서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유기농 작물을 팔며 여가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마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문제로 주민과 반대의견을 내며 이 마을의 토착민 형제와 갈등이 시작된다. 시골의 텃새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라고 하기엔.. 2023. 11. 17.
애정결핍이라고 하니... 신주쿠역(新宿駅) 개찰구를 나오자 온통 북소리와 경쾌한 음악소리가 도로를 점령한 채 축제열기가 뜨거웠다. 4년 만에 열린 신주쿠 에이사(エイサー) 축제가 있는 줄 모른채로 미션 임파서블을 보기 위해 나왔는데 사람들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거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에이사 축제는 유명한 오키나와(沖縄) 전통행사로 크고 작은북을 치면서 남녀춤꾼들이 오키나와 민속악기인 산신(三線)에 맞춰 거리를 돌며 북과 함께 춤을 추는 축제이다. 둥, 둥 울리는 북소리도 그렇지만 그에 맞춰 절도 있는 춤을 선보이는데 음악도 그렇고 보는 이들도 같이 신명이 나게 만든다. 3시간의 긴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린 일단 북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팀이 되어 창의적인 춤을 추기도 하고 익살맞은 춤도 추는데 .. 2023. 7. 31.
궁금한 게 너무 많은 남편 5월 6일, 쯔키지( 築地)수산시장에서 열리는 봄축제 마지막날이었다. 내가 일본으로 돌아온 날부터 이미 황금연휴가 시작되어 있었지만 우린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편히 쉬는? 시간들을 보내다가 축제 마지막날은 아침 일찍 나갔다. 이 날은 외국인, 내국인들이 넘쳐날 게 분명해서 오픈시간보다 10분 빨리 도착할 수 있게 전철을 탔다. 주변 도로엔 외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전 세계의 관광객이 쯔키지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린 구입할 것들을 미리 체크해 둔 덕분에 헛걸음하지 않고, 사람들이 줄 서기 전에 모든 걸 구입할 수 있었다. 살만한 것들을 모두 사고 한 바퀴 돌아왔더니 그 사이, 다코센베(たこせんべい) 집 앞엔 길다린 줄이 생겼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 2023. 5. 8.
부모는 늘 자식을 후회하게 만든다 신주쿠에 볼 일이 있어 나갔는데 깨달음이 자기도 오겠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이세탄 백화점 지하로 내려갔다. 마른 생선을 좀 살 요량이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웬 사람들이 가득하던지 뭔 일인가 했는데 화이트데이였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자분들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매장에 다들 줄을 서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깨달음도 화이트데이인걸 이제야 알았다며 기웃거리더니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초코가 있는지 찾아보란다. [ 깨달음, 나 괜찮아, 우리 원래 잘 안 챙겼잖아] [ 그래도 왔으니까 하나 골라 ] 맛있게 생긴 걸로 하나 사자는 말에 뭐가 있는지 보려는데 사람들이 유리 진열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뭘 파는지 제대로 보기도 힘들어 그냥 괜찮다고 생선코너 쪽으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발렌타인이나 화이트.. 2023. 3. 15.
새삼 내 블로그에 감사하게 된 날 2주전, 깨달음에게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는지 한국에서 아는 분이 오신다고 했더니 누구냐고 물었다. [ 블로그 이웃님, 5년 전쯤 한 번 만났어 ] [ 그래? 난 기억 안 나는데 ] 내가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던 다음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인데 볼 일이 있어 도쿄에 오시는데 혹 시간 되면 만날 수 있냐는 메시지를 받아서 당신 생각을 묻는 거라고 자초지종을 설명 했더니 자긴 괜찮단다. 깨달음이 흔쾌히 만나겠다고 해서 바로 카톡을 드리고 우린 괜찮은 식사 장소를 찾았다.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서 그리고 일본에 오셨으니 일본스러움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마련할 생각으로 폭풍 검색을 하는데 송년회가 시작된 도쿄는 어느 곳도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 깨달음, 여기도 꽉 찼대.. 1.. 2022. 12. 12.
뿌듯하고 행복한 남편의 하루 내가 예배를 보는 동안 , 깨달음은 사무실에서 작년에 산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했다.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먹거리를 사는 사람, 그 음식을 근처에서 앉아 먹고 있는 사람, 진풍경을 찍는 사람, 라이브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로 서로 얽혀 걸을 수가 없어 그냥 신사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작년까지만해도 진자 입구에 코로나 방역으로 손소독제가 올려진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올 해는 그런 문구조차도 없이 코로나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쿠마노테는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쿠마노테는 판매하는 곳마다 장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 2022. 11. 28.
요즘 남편은 행복하다 주말에도 깨달음은 회사에 나가 도면을 치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갑자기 일이 밀려들 때면 깨달음은 주말이나 휴일 상관없이 회사에서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다. 지금껏 휴일에도 바쁠 땐 일을 우선으로 하는 깨달음 스타일에 한 번도 불만을 갖지 않았던 나는 오늘도 샌드위치 도시락을 챙겨주었고 깨달음은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오후 4시, 나는 집에서, 깨달음은 회사에서 출발을 해 만난 곳은 토리노이치(酉の市)가 열리는 신주쿠(新宿)의 하나조노 신사 (花園神社)였다. 토리노이치(酉の市)는 애도 시대 때 중국에서 농민들을 위해 올리던 수확제를 기원으로 매년 11월에 진행되는 축제이다. 근대사회에 넘어오면서 사업번창을 목적으로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쿠마테 (熊手)을 판매하는 축제가 되었다. 복을 .. 2021. 11. 22.
그래서 결혼을 했다. 빗줄기가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고 흩날리는 오후, 우린 신주쿠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천천히 걸어가면 갈 수있는 거리였지만 갑자기 기온이 뚝하고 떨어진 탓에 찬바람이 매서웠다. 로비에 들어서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니 그 날의 기억들이 고스란이 떠오르면서 왠지 설레었다. 간단히 축하주만 한 잔씩 하고 나올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괜찮아 코스를 부탁했다. [ 왜 우리가 여길 그동안 안 왔지? ] [ 음,, 이쪽으로 올 일이 거의 없었지 ] [ 근데 하나도 안 변했다.., 그날, 입구에 우리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 우리가 결혼식을 올렸던 호텔을 정확히 11년 만에 다시 찾았다. [ 축하합니다 ] 와인을 한 모금 하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깨달음도 생각이 많아졌는지 아무 말 없다. [ 깨달음.. 2021. 10. 28.
일본에서 20년을 살아보니 [ 케이야, 괜찮아? 일본 또 심각해 지더라.. 어쩌냐?] [ 그냥 조심하고 있어 ] [ 한국에 나올 수도 없고,,정말 답답하겠다 ] [ 응, 이젠 그냥 포기했어..한국에는 언제갈지 기약을 못할 것 같애 ] [ 그니까..우리 만나서 여행가기로 했는데 ] [ 모처럼 너랑 긴 시간 가지려고 했는데 이렇게 하늘길이 막혔다...] [ 정말,, 코로나,,어떡해,, 깨서방도 잘 있지? ] [ 응,,잘 있어. 아 00은 언제 아이 낳아? 아들이야, 딸이야? ] [ 다음주가 예정일이야, 딸이래 ] [ 00닮으면 예쁘겠다. 미리 축하한다고 전해줘. 직접 가서 축하해줄 참이였는데...그리고 내가 직접 주려고 샀던 선물 그냥 보낼게 ] [ 맨날 보내기만 하냐,,안 보내도 되는데.. 보내지 말고 그냥 니가 가지고 오면 좋은데.. 2020. 7. 23.
여러분 부자 되세요, 감사를 나누며... 지난 일요일 교회를 갔다가 우린신주쿠에 있는 신사에 들렀다.매해 토리노이치(酉の市)에 가서 깨달음 회사에걸어둘 쿠마노테(クマの手)를 사기 위해서였다.토리노이치(酉の市)는 에도시대때 중국에서 농민들을 위해 올리던 수확제를 기원으로 매년 토리노츠키 (닭의 달 -11월 )토리노히 (닭의 날)에 진행 된 축제이다. 우리나라는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듯 중국과 일본은 닭을 올렸다고 해서 토리노츠키, 토리노히가 되었다.그렇게 전해져온 수확제가 근대사회에 넘어오면서 사업번창, 집안 안정을 목적으로 다음해에 모든 일이 원활하고 무탈히 지나가도록기념하는 통합적인 의미의 토리노이치(酉の市)가 자리를 잡았다.간단히 말하면 사업번창과 가내안전을 기원하며갈퀴로 복을 긁어 모은다는 의미에서 장식용갈퀴를 파는 축제이다. 쿠마노테(.. 2018. 11. 28.
남편이 새롭게 배워 온 한국어 신한은행 일본지점(신주쿠)이 코리아타운에 생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깨달음이 통장을 만들었으면 했고오늘에서야 시간이 나서 잠시 들렀다.굳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혹시나 모르니 미리 만들어 놓는게 좋지 않겠냐는 깨달음의 의견에 일리가 있어서였다. 깨달음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 초밥집에서 맥주를 한 잔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깨달음이 아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온다.어쩌면 이 남자는 저렇게 날마다 배용준 미소를지을 수 있을까...잠깐 헛생각을 했다.[ 통장 만들었어? ][ 응, 근데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기본적인 시스템은 일본 은행과 동일하대.그대신 한국으로 송금하거나 받을 때 수수료가 아주 저렴하다고 그랬어 ][ 그래? 잘 됐네, 여기서 돈 보낼.. 2018. 2. 9.
고령출산을 생각하던 날 신주쿠에 가기 위해 먹거리를 챙겼다. 난 쥐포와 물을, 깨달음은 한국과자와 땅콩을 각자 가방에 넣고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일본인 친구 히비끼상이 옥수수를 보내왔다. 막내 딸인 코유리짱의 편지까지 들어 있었다. 지난번 보내준 김치가 맛있었다는 내용과 코유리가 육상부에 들어갔고 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내용이였다. 깨달음이 읽어보고는 자기 얘기는 안 적혔다고, 지난번에 통화할 때는 보고싶다고 했으면서 편지엔 자기 안부도 안 물었다고 좀 서운해했다. 빨리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깨달음의 투정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일단 집을 나섰다. 먼저 미션 임파서블을 본 뒤, 상영관을 옮겨 한국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봐야하기에 시간이 촉박해 마음이 괜시리 바빴다. 이사를 .. 2015. 9. 3.
서서 먹는 일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동경의 카부키쵸는 환락가이다. 어른들만의 밤세계?를 즐길 수 있는곳이기도 하기에 세계각국의 남성 관광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의 하나이다. 음식점을 시작으로 유흥업소가 즐비하며 24시간 어둠과 함께하는 곳이다. 약간 변태적인 업소가 많아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많이 있지만 막상 가보면 유행에 민감해서 맛집도 많고 영화관, 볼링장, 서점, 각종 소매점까지 특히, 야행성 강한 분들에겐 편리하게 갖춰진 거리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찾아간 곳은 오레노이타리안(俺のイタリアン)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 가게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 초일류 쉐프가 음식을 만들지만 가격대는 이자카야 수준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단, 서서먹어야 (다치구이-立ち食い)하는 단점?이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일류 쉐.. 2014.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