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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12

일본에서 또 추석상을 차리다. 좀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우리집 발코니에서 한참 작업중이였다. 대대적인 외벽보수공사가 시작된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공사가 시작된 날부터 온 집안에 있는 창문엔 커튼을 닫아두고 지내고 있다. 일주일에 2,3일은 발코니 이용이 가능하다는 공지가 있지만 작업하시는 분들이 때때로 왔다갔다 하시기 때문에 커튼은 계속해서 쳐두는 수밖에 없다. 발코니도 자유롭게 나갈 수 없어 빨래를 24시간 거실에서 말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작업이 끝나는 5시 이후엔 노을진 하늘을 볼 수 있어 다행이긴 하다. 내가 12월까지 빨래를 꼬실꼬실 말릴 수 없어 불편하다고 투덜거릴 때마다 깨달음은 공사가 끝나고 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로 위로아닌 위로를 했다. 오늘처럼 이렇게 아주 가깝게 눈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 2019. 9. 13.
일본에도 엄마의 집밥 같은 곳이 있다. 저녁약속이 있었던 깨달음은 저녁 9시가넘어서 집에 들어왔다.난 내 방에서 일을 하다가 들어왔냐는 인사를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있는데똑똑 노크소리가 나고 문을 살짝 열어뭔가를 통로 바닥에 놓고 갔다.[ 이거 뭐야? ][ 응, 받았어, 아마 냉장고에 넣어야 할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깨달음은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고 난 쇼핑백을 열었다. 프랑스과자와 비닐에 쌓인 정체불명의 음식..반찬 냄새가 풍기는 걸 봐서는 음식이 분명한데 누가에게서 받아올 걸까..하나씩 조심스레 풀어봤더니 생선조림, 죽순나물, 족발이 들어있었고 생선조림에는 작은 비닐에 국물까지 따로담겨져 있다. 다시 두껑을 닫고 샤워를 마친 깨달음에 물었다.[ 응, 그 신주쿠 요리집 마마가 줬어, 당신이 족발 좋아한다고 그랬던 걸 아직도기억하는 것.. 2019. 4. 11.
일본의 어버이날, 부모님이 진짜 받고 싶은 것 [ 다음달 어머니날에 선물 뭐 해드리지? ][ 5월달에 가니까 선물 필요없어 ][ 그래도 뭐 사가지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 ][ 아니야, 가서 좋아하시는 거 사 드리면 돼,얼굴도 보여드리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그것보다 더 좋은 게 없지 ][ 그러긴 해도,, ]이번 주말부터 이곳은 황금연휴에 들어간다.주말부터 스케쥴이 꽉 차있는 우리는시간이 오늘밖에 나질 않아 둘이서 퇴근하고 대형마트에 들렀다.각 매장에는 어머니의 날을 위한 각종 선물세트가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괜찮은게 있으면 미리 보내드릴 요량으로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솔직히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앞치마 사드릴까? ][ 필요없어..][ 그럼,,잠옷을 사드릴까?][ 잠옷도 많아 ][ 그럼, 가방은? ][ 가방 들고 갈 때도 없어 ][ ............ 2017. 4. 28.
남편이 추석 때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이유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싱글거리며 내놓은 여행 찌라시. 이곳은 다음주 8월 15일이 추석이여서 13일부터 추석연휴에 들어간다. 다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깨달음도 떠나고 싶은 모양이다. 국내여행 할 것없이 아시아, 유럽도 아주 싼 가격에 나와 있다. 내가 유럽, 남미쪽을 보고 있자 깨달음이 나보고 자세히 보라고 펼친 곳이 한국행 페이지였다. 두 사람부터는 반액이고 롯데호텔에서 묵는다고 날짜 한 번 잡아 보잔다. 그렇지 않아도 8월 말에 깨달음과 잠깐 들어갈 생각이였는데 추석이 9월초라고 하니 이왕이면 추석에 가야할 것 같은데,,,,,스케쥴이 맞지 않았다. 추석에 맞춰서 가면 좋은데 우리 서로 스케쥴이 안 맞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얼른 언니한테 카톡 보내 보라고 재촉을 한다. 카톡 보여주며.. 2014. 8. 9.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도 아닌 남편 깨달음 회사에서 미팅이 있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 잡다한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정리 좀 하라고 그랬더니 정리 된 상태라고 만지지 말란다. 물레방아처럼 생긴 명함집...저번에 왔을 땐 없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몇 장의 명함들인가,,,,깨달음 테이블에도 2개나 올려져 있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고,,,, 깨달음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 있다. 일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왠지 멋스럽게 보였다. 잠시 후, 거래처 분이 오시고 무사히 프레젠이 끝났다. 점심시간이 되자 뭘 먹을까 고민했더니 회사 뒷편에 새로 생긴 중화요리집이 있는데 그 곳에 탕수육이 한국 탕수육하고 맛이 비슷하다고 그걸 먹으러 가잔다. 좋다고 따라 갔는데 메뉴를 보니 짜장면도 없고,,, 그냥 오리지날 중국집이였다. 일단 한 개 먹어 봤더니 맛이.. 2014. 5. 28.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남편 치료를 시작한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오후 늦게 깨달음과 함께 잠시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주치의와 개별상담을 했다. 투약중에 발생되는 증상들은 어쩔 수 없으니 힘들더라도 좀 참으라고 그러시며 다음주부터 약의 양을 좀 늘려보자신다. 다른 환자분들에 비하면 아주 잘 참고 계신다고 대단한 정신력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시자 듣고 있던 깨달음이 피식 웃는다. [ ...................... ] 원장실을 나오며 왜 웃었냐고 물었더니 그 어떤 독한 약도 당신 앞에서 맥을 못춘다는 걸 의사도 눈치 챈 것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단다. 아까 주사 맞을 때도 보니까 고개도 안 돌리고 주사바늘을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고 남자인 자기도 주사바늘을 못 보는데 역시 당신은 달랐단다. 그러면.. 2014. 5. 24.
역시 한국식 집밥이 최고이다. 요즘 바쁘다는 이유로 외식이 잦았다. 집에와 만들면 금방인데 밖에서 먹는 버릇을 하다보니 주방에 서서 뚝딱거리는 게 귀찮아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집맛이 최고라는 걸 우리 서로 잘 알고 있기에 지난주부터 저녁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깨달음이 좋아해서도 그렇지만 주로 메인은 한식위주다. 청량고추 빼놓고는 왠만한 매운 것도 아주 잘 먹어주는 깨달음 덕분에 메뉴선택에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어젯밤엔 심플한 찜닭을 했더니 당면을 더 넣어 달라고 그래서 추가해서 넣어줬다. 깨달음은 모든 면을 너무 사랑한다. 아니 밀가루 음식을 진짜 좋아한다. 라면, 소면, 소바, 우동, 쫄면, 비빔면, 국수, 짜장면, 냉면, 수제비 등등,,, 당면을 후루룩쩝쩝 맛나게 먹더니 요즘은 날이 더워졌으니, 내일은 삼계탕이나 .. 2014. 5. 16.
해외생활하며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것 이곳은 다음주 일요일이 어머니 날(매해 5월 둘째 일요일)이다. 뭔가를 보내드리기 위해 간단하게 쇼핑을 했다. 늘 입버릇처럼 옷이며 뭐며 아무것도 필요없다 하시니 우린 음식을 위주로 선택한다. 평소 좋아하셨던 것, 자주 드시는 것들을 위주로 보내드릴려고 애를 쓴다. 서랍속에 넣어 둔 지난번 전표를 챙겼다. 예전 전포와 함께 가져가면 50엔이 디스카운트 되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 신주쿠 중앙 우체국에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저마다 서로 다른 사연들을 담아 줄을 서 있었다. 소포를 보내고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아서 아버님 핸드폰으로 걸었더니 통화가 된다. 생선 보냈으니 맛있게 드시고 저희가 더워지기 전에 또 한 번 놀러 가겠다고 그랬더니 우리 아버님, 늘 하시는 말투로 저승사자한테.. 2014. 5. 8.
남편이 한국 후배에게 부탁한 먹거리 약기운으로 입맛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는 매일 매일 식사시간이 힘들어지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영덕 게집에 가도,,,유명 갈비집에 가도,,, 어디를 가든, 뭘 먹든 몇 점 먹질 못하고 젓가락을 놔 버릴만큼 식욕이 돌아오질 않았다. 저녁 무렵, 일 때문에 신주쿠에 나갔던 내게 깨달음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기다리라고 지정한 장소는 한국슈퍼(한국광장) 앞이였다. 가게에 들어서자 깨달음이 사달라고 조른 라면 붙은 양은냄비... 이 뚜껑에 라면 먹으면 더 쫄깃쫄깃하다고 상세 설명을 했지만 난 그냥 사진만 한 장 찍고 자리를 옮겼다. 입맛 없으니까 한국재료들 사서 요리해 먹자고 이곳으로 날 데리고 와 놓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고르고 있다. 가게를 빠져나와 다음으로 간 곳은 아니나 다를까 짜장면집.. 내 의.. 2014. 4. 8.
남편이 기겁하는 한국의 민간요법 저녁식사를 하고 30분쯤 지났을 때이다. 깨달음이 속이 더부룩하다고 탄산음료를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고 난 그러는가보다 하고 내 작업을 계속했다. 30분정도 또 지났을 무렵, 계속해서 속이 답답하다고 탄산음료를 하나 더 마셔야 될 것 같다고 그러길래 체한 것 같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길래 내가 낫게 해주겠다고 실바늘을 꺼냈더니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 당신도 내가 하는 것 몇 번 봤겠지만 체했을 때는 이것만큼 특효약이 없다고 피를 조금만 빼면 바로 시원하게 내려 간다고 그랬더니 자긴 절대로 못한단다. 그럼 당신이 직접 하라고 그러면 덜 아플 거라고 한 번 해보라고 바늘을 갖다 댔더니 [ 오메~~안 돼~ 안 돼~하지마세요~~!! ]라고 악을 쓰고 난리다. [ ......................... .. 2014. 4. 5.
남편의 한국어는 이 몇마디로 통한다. 오늘 아침, 깨달음이 출근하기 전에 나보고 읽어 보라고 내 놓고 간 3권의 책. 모두 알츠하이머 예방및 치료에 관한 책이였다. 식이요법부터, 매일 해야하는 간단한 운동 등등,,,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음료에는 녹차, 커피가 들어있다. 아침엔 바나나 우유를 마시라는 페이지도 있다. 올 초, 우리부부가 DNA로 치매발병 유전자를 검사했을 때 내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40%라는 검사 결과가 나와서인지 이런 책들을 산 것 같다. (날 울린 일본인 신랑의 노후대책 http://v.daum.net/link/52718031) 아직은 멀쩡한데 벌써부터 너무 호들갑이지 않냐고 그랬더니 지금부터 조심하는 게 좋아서 시간 나면 틈내서 자기도 읽을테니 나보고도 읽어 보란다. 그래서 물었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치매가 와서 일.. 2014. 3. 28.
당신의 딸이였기에 전 행복했습니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 집으로 들어 가면 꽁꽁 언 내 손을 두 손으로 꼬옥 감싸 따뜻한 입김을 불어 주시던 우리 아빠. 추운 겨울날 등교하는 자식들을 위해 연탄불 부뚜막에 5명의 신발을 가지런히 올려 따끈하게 데워 주셨던 우리 아빠. 모처럼 끓인 동태국에 몸통은 자식들 그릇에 덜어 주고 당신은 대가리만 빨아 드셨던 우리 아빠. 지각하는 날 위해 자전거로 학교까지 바려다 주시고 내가 교실에 들어 갈 때까지 계속 지켜 봐 주시던 우리 아빠. 소풍가는 날이면 집 근처 구멍가게에서 외상으로 과자랑 알사탕을 사와 엄마에게 욕을 한바가지 얻어 들으면서도 방긋 웃어 주셨던 우리 아빠. 중,고등학교 때 납부금을 못내 칠판에 내 이름이 적힐 때마다 능력없는 부모 만나 이런 쪽팔림을 당한다고 아빠를 얼마나 원망했던가,,.. 2014.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