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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6

중년도 청춘만큼 아프다 지난해를 끝으로 맡고 있던 협회직을 그만뒀다. 특별히 정리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어서 깨달음은 말렸지만 난 그냥 놓고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오늘처럼 아침부터 업무를 동행하곤 한다. 같은 단체에 속해 있다 보니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요령이 생기고 나면 더 이상 내 도움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늦은 점심시간 커피숍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눈을 감았다. 시간적으로 꽤나 여유로워질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어떻게 활용해야 잘하는 건지 연구 중인데 아직 적절한 그 무엇?을 찾지 못했다. 왜 갑자기 협회를 그만두는 건지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궁금증만 증폭시켜놓고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 2022. 3. 3.
반백년을 살아도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 깨달음은 러시아워를 피해출근을 했다. 일주일만에 맞는 혼자만의 시간을 좀 유용하게 쓰고 싶어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24시간을 그것도 일주일 내내 함께 있어야하는 시간들이 서로에게 부담스럽다는 건 사실이다.그래서도 이런 시간은 아주 귀하다.먼저 구석구석 청소를 깔끔히 마치고 차분히 머리를 말리는데 자꾸만 흰머리가 눈에 거슬린다. 언제 또 이렇게도 많이 자랐는지..머리를 좀 자른 후에 염색을 해야할 것 같아지난주 원장님과 통화를 해봤는데 역시나 코로나로 휴업중이라 하셨다. TV에선 아직까지 PCR검사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로시끌벅적대지만 이젠 그것도 식상해졌고 언젠가 종식되겠지..누군가가 백신을 만들겠지라고남의 일처럼 내 관심사에서 벗어나버렸다. 한두개 나던 흰머리를 거울에 얼굴을 바짝 .. 2020. 5. 12.
일본남편들이 아내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2년만에 보는 선배는 좀 늙어 있었다. 깨달음과도 알고 지낸지 벌써 10년이 되다보니 서로가 허물없이 사이이다. 노총각이였던 그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50이 넘도록 오직 작품에만 몰두하며 살던 선배라서 결혼과는 무관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식까지 낳았다는 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어쩌다 결혼을 하게 됐냐고 물었더니 10년이상 사귀던 여자가 결혼 얘기를 했고 못한다고 도망갈 수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 아이아빠가 된 소감은 어때? ] [ 귀여운데 좀,,귀찮아 ] [ 아이를 원했어? 선배가? ] [ 아니..생기면 낳는 거지 했는데 막상 낳고 보니까 내 일을 자유롭게 못해서...] [ 하긴 온 지구촌 다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살았던 선배가 적응하긴 힘들겠지..] 자기 자식을 귀찮다고 표현하는 선배.. 2018. 10. 27.
아줌마들에게 인기 있는 남편 올 해 들어 깨달음이 좀 바쁘다.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것도 있고 다른 계열의 회사도 겸임을 하게 되다보니 미팅도 많고 접대도 많고, 식사및 술자리도 늘었다. 늦은 퇴근을 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말없이 내민 건 꽃모양이 가득 박힌 작고 아담한 선물이였다. 풀어봤더니 야마나시의 명물인 신겐모찌(信玄餅)였다. 찹쌀가루와 설탕을 넣어 만든 떡에 콩가루를 묻힌 후, 흙설탕시럽을 부어 먹는 한국의 인절미 같은 것으로 맛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인절미류의 떡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요즘은 백화점에서도 쉽게 구입이 가능하지만 귀하다고 하면 귀한 선물이다. 아카사카에 있는000일식집 마마가 주셨단다. 그 가게라면 나도 자주 갔던 곳이기에 마마도 익히 잘 알고 있다. 비지니스상 필요한 술자리를 하.. 2015. 2. 7.
한달간 수고한 남편에게 사준 것. 지난 25일, 월급날이였다. 이날은 내가 깨달음에게 한달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한 턱 쏘는 날이기도 하다. 주말인데도 거래처와 미팅이 있어 외출했던 깨달음이 먹고 싶은 게 생각났으니 코리아타운에서 만나자고 문자가 왔다. 역시나 내 예상이 빗나가질 않았다. 늘 같은 코스인 슈퍼를 돌고 깨달음이 올 때마다 사고 싶어했던 양은냄비를 몇 번 들었다 놨다,,, 라면 넣어서 먹는 흉내도 내보길래 그냥 하나 사라고 그랬더니 한국가서 사겠단다. 그 다음 코스는 짜장면집,,, 오늘은 새로운 걸 먹어 보겠다고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 보더니 나한테 먹을 수 있겠냐고 묻는다. 따끈한 국물은 좀 먹을 것 같아서 난 우동을 시키고 자긴 많이 먹을 거라고 짜장면과 깐풍기를 주문했다. 먼저 짜장을 먹고 있던 깨달음이 내 우동이 나오자.. 2014. 9. 29.
실은 중년도 많이 아프다.. [ 메일 내용이 왜 그래?, 도대체 뭔 일이야?] [완전 자포자기던데,,,,뭐가 문제인 거야?] 중학 동창에게 보냈던 내 메일 내용이 너무 어두웠던 탓인지 전화가 걸려왔다. 그냥,,,사는 것도 귀찮고, 인간들도 귀찮고, 모든 게 싫어서... [좀 구체적으로 얘길 해 봐, 그래야 알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 부부문제? 돈 문제? 아님 뭐가 문제인지 자세히 좀 얘길 해 봐~] 아니,, 그냥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사람들도 싫고,,,, 요즘 같아선 머리 빡빡 밀고 절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 너처럼 사람 좋아하는 애가 어딨냐? 니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해서 탈이지만.... 맨날 휴먼드라마나 다큐만 보고, 눈물 질질 짜면서 저런 거야말로 진정한 삶의 참 모습이라고, 인간은 저래야 하네마네, 맨날 그런 얘.. 2014.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