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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19

역시, 남편은 사장님이었다. 청소를 하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얇은 코트만 걸쳐 입고 집을 나왔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깨달음은 주말에도 열심히 회사에 나가 입원 중인 직원의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평일처럼 출근을 했고 난 온전히 혼자서 주말을 맞이했다. 나 혼자 가는 곳은 항상 루틴처럼 정해진 코스와 장소이지만 난 그래도 집에서 가까워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오다이바(お台場)는 바다라고 하기엔 바다스럽지 않은 곳이긴 한데 날이 좋아서인지 스텐드업 패들을 하고 있었다. 수질이 안 좋기로 유명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2년 전, 오키나와(沖縄)에서 카누를 탔을 때 그 짜릿함이 상기되어서인지 갑자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스.. 2023. 10. 29.
결혼은 미친짓이다. [ 축하해, 케이 ] [ 축하해, 깨달음 ] 건배를 하며 우린 약속이나 한 듯 뭘 축하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3월 25일은 우리가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날이고 부부가 되었다는 걸 서류상으로 입증받은 날이기도 했다. [ 깨달음, 그 날 기억해? ] [ 응, 저녁에 서로 퇴근하고 만나서 신주쿠 구약소 야간창구에 가서 제출했잖아] [ 그다음은? ] [ 창코나베 먹으러 갔었지 ] 엊그제 일처럼 너무도 생생한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 은빈은 정말 9월에 결혼하는 거야?, 신혼집은 어디래? 신혼여행은 어디로 간대? ] 깨달음은 조카 은빈의 결혼에 궁금한 게 많았다. [ 날 잡았다고 했잖아 ] [ 그때까지 코로나가 잡히지 않겠지? ] [ 그냥, 못 간다 생각해 ] 결혼날을 잡아두고 여러 가지 신혼.. 2021. 3. 26.
남편의 짐을 조금 덜어주다 아침을 먹고 난후 출근을 하려던 깨달음이 무표정으로 프린트물을 내밀었다. 2020년,굿디자인 어워드에 깨달음 회사에서 완공한 아파트가 디자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디자인컨셉과 포인트, 그리고 설계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 당신 사진은 없네? ] [ 나는 안 내지...직원들이 나와야지..] [ 그래도 축하해~~] [ 축하할 일 아니야, 100선에 들어야 하는데 100선에 못 들어서 별로야 ] [ 그래도 상 받았으니까 좋은거지 ] [ 하나도 안 기뻐 ] 정말 기쁘지 않다고 했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자기 생각대로 디자인변경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고 직원(디자이너) 의견을 존중해 주다보니 수정하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참았단다. 조금만 더 수정을 했으면 100선에 들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 2020. 10. 9.
이혼에 관한 일본 아줌마의 명쾌한 조언 10일간의 긴 황금연휴가 시작된 이곳은왠지모를 설레임이 술렁거리고 있다.깨달음은 회사, 난 모임이 있었다. 연휴 첫날부터 중년 아줌마 4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기로 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말대로 여자들끼리 식사를 하는 시간을갖자는 것이였다.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 임상미술사라는 공통점에서 공유할 게 많았다. 사는 곳도 제각각이고 시간내는 것도 쉽지않았는데 오늘은 장소와 시간도 만장일치였다.다들 50대, 60대이여서 자녀가 결혼을 한 분도계시고 내가 제일 어려서인지 날 항상 젊은 세대라고 부른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모두 맥주로 건배를 하고모두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허기진 배를 채워갔다. 뒤늦게 임상미술을 배워 새로운 길을 열어보려고했는데 .. 2019. 4. 28.
결혼 전, 일본 커플들이 동거를 하는 이유 [ 깨달음, 올 한 해도 잘 부탁해. 근데 우린 왜 그 날 혼인신고를 했을까? ] [ 서로 시간이 맞는날이 그 날 뿐이였고 그 날은 손 없는 날이여서 결정했을 거야 ] 바쁜와중에도 손 없는 날을 택했다는 걸 보면 역시 깨달음다웠다. 2010년, 3월 25일, 퇴근을 하고 난 우린 24시간 업무를 보는 신주쿠구약소(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이곳 일본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였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3월에 혼인신고를 하고 그 해 10월2일 결혼식을 올렸다. [ 지금 생각해보면 좀 살아보고 결혼해도 괜찮을텐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혼인신고를 했는지 모르겠어, 일본은 동거도 흔하게 하고, 한국에서도 결혼을 해도 1,2년후에 혼인신고를 한다고 하던데 지금 .. 2019. 3. 30.
부모의 자격, 그리고 자식의 아픔 [ 너는 안 미워? 원망스럽지 않아? ] [ 아니, 그래도 날 낳아줬잖아, 그리고 뭐 원망해봐야 뭐 해,.지금에 와서, 다 지나간 일이고 본인들이 모르는데... ] [ 낳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했잖아, 솔직히 너 혼자 큰 거나 마찬가지인데 무슨 얼굴로 널 보러 온다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 ] 말을 좀 가려서 했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 머릿속은 순화된 단어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 공항에 나가야하는데 회사에서 시간을 내 줄지 모르겠어. 우리 회사가 좀 그러잖아, 10년만에 보는건데 얼굴은 알아볼련지.. ] [ 몇 시야? 그럼 내가 대신 나갈까? 아니, 나기지도 마, 얄미우니까 ] 나가지도 말라는 내 말에 후배는 피식 웃는다. [ 자격 ]이라 말했던 건 기본적으로 부모로서의 의무와 자격이 없다는 뜻이라.. 2019. 1. 27.
혼족이 일본에도 자꾸만 늘어가는 이유 깨달음 후배를 만났다.실내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후배로깨달음 일에도 자주 참여했던 분이다.10분쯤 늦게 도착한 후배는 배가 너무 고프다며샌드위치와 커피를 두개씩 주문했다. 허겁지겁 빵을 먹는 후배에게 깨달음이 디자인 컨셉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스케쥴을 천천히 하나씩 설명했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눈으로 대답을 했다. 그렇게 1시간쯤의 설명이 있었고 필요한 서류파일들을서로 주고 받고, 전화를 몇 통 하고 나서야우린 사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가 편찮으신데그 이유가 자기가 결혼을 안해서 생긴 것 같다며후배가 헛웃음을 보이자 깨달음이 물었다.[ 어머니가 아직도 결혼 하라고 하지? ][ 응,,지치지도 않나봐..아들 나이는 생각지도 않고, 결혼하는 것 보고 죽는다고 하시고,,이제 포기할 때.. 2018. 4. 25.
일본인들이 외도를 하는 가장 큰 이유 그녀는 오늘도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한다며 내게 하소연을 했다. 이혼하고 나면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데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구체적인 부탁도 함께 해왔다. 연애때부터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그녀의 남편은 결혼 후에도 자주 바람을 폈다고 한다. 지금도 분명 여자가 있을 거라고 그동안에 있었던 자잘한 의심들을 내게 털어 놓았다. 스무살에 결혼한 쥰짱는 아직 30대 후반이며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 쥰짱,,내가 예전에도 얘기했듯이.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인지..약간 의부증같은 게 느껴져..아직도 여전히..] [ 아니야,..작년전부터는 핸드폰도 잠궈두고 나한테 감추는 게 많아졌어..점을 볼 때마다 여자가 동서남북 어딜 가도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 작년에는 우리 부부 이별수가 있다고 .. 2018. 1. 23.
나를 위해 남편이 한 기도 올해도 도리노이치(酉の市)를 다녀왔다.도리노이치는 11월 유일에 각지의 절이나 신사불각에서 열리는 개운초복과 사업번창을 기원하는축제로 애도시대부터 이어져왔다.한해의 무사함에 감사, 오는 해의 개운, 수복, 풍요와 다산, 재해를 막고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축제의 하나이다.이 날은 복과 부를 긁어모으기 위해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의 구마노테(熊手)를 사서 회사나 집안에걸어 놓기 때문에 사업자들 뿐만 아니라가정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해년마다 온 가족, 연인들이 함께 나와각양각색의 갈퀴를 산다.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각종 포장마차에서는추위를 달래기 위해 오뎅과 따끈한 정종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깨달음은 내게 가방을 맡기고신사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줄을 섰다.늦은 밤까지 방문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 2017. 12. 5.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 오랜만입니다 ] 네명이서 건배를 했다. 7년전, 내 결혼식에 참석했던 후배와 그 여동생이 이번에 다시 도쿄를 찾은 것이다. 결혼식 이후, 이렇게 4명이서 술잔을 기울리는 것도 역시 7년만이였다. 그 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자잘한 사건, 사고들을 시작으로 여행, 갱년기와 건강 등등,,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보니 와인을 두 병째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미혼인 동생분을 앞에 두고 결혼이란 얘기가 나와 각자의 생각들이 오갔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결혼이지만 결혼에 대해 약간 부정적인 나는 그간의 결혼생활 체험담?을 먼저 얘기했다. [ 일단, 결혼을 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거야 정말 현실이라고,,이혼하는 커플이 주변에 참 많이 있지만 이혼이 쉬운 게 아니고,, 아무튼.. 2017. 11. 20.
한일커플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들 초밥집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내가 미리 예약을 해 두었고, 10분전에 들어가 테이블 번호를 알려줬다. 작년에도 그녀와 이곳에서 만났다. 새로 생긴 일본인 남자친구와 함께... 올 해 마흔후반에 접어든 현주씨(가명)를 알게 된 건 내가 가입된 자원봉사 협회에서였다. 주변에 또래 친구가 없다며 내게 말을 걸어왔고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한 번 결혼에 실패했다는 것과 고향이 경주라는 것,,그리고 사는 집이 도쿄가 아닌 사이타마라는 정보밖에 알지 못한다. 나도 이것저것 묻지 않았고 그녀도 많은 걸 내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2시 정각에 가게로 들어왔고 간단한 안부를 묻다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초밥 접시를 돌려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날 보고 그녀도 인스타에 올린다며 몇 장 찍었다... 2017. 9. 12.
깨서방님, 수고하셨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난 깨달음은 여느날과 마찬가지로호텔 화장대 스텐드에 불을 켜놓고도면체크를 했고, 유명하다는 죽?두유전문집에서30분이상 줄을 선 다음 식사를 마친 뒤,우리 노장팀(이사 포함)은 직원 3명과 함께 고속철도를 타고 약 2시간쯤 달린 뒤 깨달음이 보고싶어 했던 곳에 도착했다.창립 30주년 기념으로 전 직원과 떠난타이완 여행 이틀째 되던 날도 실은 스케쥴이 있었다.하지만 자유로운 영원들의 직원들은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도록출국날까지 자유여행을 하게 했다.그래도 우리와 움직이기를 원한 직원들은함께 동행을 하게 되었다. 서울의 디자인센터와 흡사한 곳에서깨달음 외에 다른 분들은 또 분석을 하기 시작했고 문제점들을 제시하며 실란하게 토론을 했다. 다음은 낙서처럼 그린 벽화가 화제를 일으킨 할아.. 2017. 5. 31.
실은 사장도 많이 피곤하다 공항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직원 한명이 구여권을 가져오는 바람에 그를 두고 우리만 먼저 출발을 했다.깨달음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직원들,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타이완으로 떠났다.도착해서 바로 옛 건축물 보전이 잘 되어있다는 곳으로 향해 건축용어들을 사용하며연신 셔터를 누르는 직원들과 관계자들을 난 조금 먼 발치에서 관찰했다.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이지만 깨달음이 짜 놓은 스케쥴을 보았더니방문해야할 곳들이 건축과 관련된 건물과장소들로 즐비하게 짜여져 있었다. 나는 건축에 문외한인 것도 있고, 그들의 대화에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기에있는 듯 없는 듯 움직였다. 요즘, 급부상중인 곳도 찾아다니다4시간이 흐른 뒤, 오후 비행기를 타고 합류하게 될 그 직원을.. 2017. 5. 29.
애국가가 이렇게 슬픈지 몰랐습니다 지난 주말 오후, 잠시 커피숍에 들러 차와 샌드위치를 시켰다.실은 결혼기념일이 한달이나 지났는데 올해도둘이 서로 모르고 그냥 넘어갔다가쇼핑이라도 하자며 밖에 나와깨달음 옷을 사고 잠시 쉬러 들어온 것이다. [ 왜 당신은 아무 것도 안 사?][ 응,,필요한 게 없어,,][ 이상하네..여름부터 당신 뭐 안 샀잖아,,][ 응,,늙었는지 물욕도 없어졌어,]내 말을 듣던 깨달음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재차 물었다.[ 왜 물욕이 없어진거야? ][ 그냥, 필요한 게 없어,,웬만한 건 다 있고,,굳이 산다면 차나 한 대 살까? 근데,,차가 필요했으면 진작에 샀겠지..][ 정말 살 것 없어? 가방 같은 거.][ 응,,정말 아무것도 없어,,] 그렇게 난 코코아를 마시며 잡지를 보고 깨달음은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2016. 11. 23.
마음을 담아 드리다 오후 5시, 맨션 열쇠를 받기 위해 지난번 잔금처리 때와 같이 관계자들이 또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우리가 해야할 일은 처음 계약시에 기재되었던 물건들의 갯수및 상태들은 양호한지 하나씩 체크하는 거였다. 먼저, 전등은 문제 없이 잘 켜지는지 에어컨도 잘 되는지, 방충망은 갯수대로 맞는지... 주방 오븐기의 집게는 제대로 있는지,,, 그냥 키만 주고 받고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욕실의 샤워기 작동까지 확인하는 걸 보고 난 또 놀랬다. 이 모든 장비들의 기능이 우리들이 이사하고 일주일 동안에 문제가 발생 되었을 시 전주인이 모든 책임(수리및 교환)을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의의를 제기하면 배상및 책임을 지지 않으니, 이사하고 일주일동안 점검을 한 번씩 해보라는 어드바이스를.. 2015.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