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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9

10년간 언니에게 민폐를 끼쳤다 깨달음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난 후, 나는 매일처럼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번갈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청국장이었던 만큼 날마다 한 끼씩 먹는데도 아직까지 물리지 않았다. 오늘은 뭐 먹었냐고 내 끼니를 걱정해 주는 자매들에게 청국장 사진을 올리면 날마다 청국장만 먹고 다니냐며 핀잔을 듣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은 누가 뭐래도 계속해서 먹을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 같은 게 있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져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던 허허로움을 된장찌개와 청국장으로 채워가고 있다. 어느 날은 시장에 들러 번데기를 한 컵 사서 컵 채로 입에 털어 먹기도 했다. 깨달음이 유일하게 못 먹는 한국 먹거리 중에 하나인데 난 가끔씩 먹고 싶을 때가 .. 2023. 4. 23.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간절히.. 저녁부터 입술이 이상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 깨달음,,,입술이....또,,..] [ 또 생겼어? 왜 그러지? 지난주에도 생겼었잖아, 어디 봐 봐 ] 지난주 아랫입술에 났던 물집이 다 나아가자 오늘은 윗입술 정중앙이 부풀어 올랐다. 거기에 오른쪽 콧 속에도 물집이 잡혀 있었다. 구순포진, 입술 헤르페스이었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지금껏 물집이 생길 때마다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콧속까지 생긴 걸 보니 올여름 생겼던 대상포진과 연관성이 있는 .. 2021. 12. 21.
한국의 재래시장에만 있는 것 5월 8일, 어버이날, 그리고 일본의 어머니날(母の日)에 맞춰 깨달음과 함께 선물을 준비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이 좋아하는 과일젤리, 카스텔라와 앙코 빵, 민트 사탕을 똑같이 포장을 하고 약간의 용돈도 넣어 우체국에 들렀다. 시아버님과 떨어져 시설을 옮겨가신 어머님은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시고 예전보다 활동량이 늘었다고 한다. 두 분을 정기적으로 진료하시는 담당의께서 서로의 안부를 알려드린다고 하셨다. 아버님은 여전히 2.3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하시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자식들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없음을 알고 계시기에 이젠 언제나 올 수 있는지 묻지 않으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카톡이 왔다. 제주도에 언니와 서울에 있는 동생이 엄마를 보러 광주에서 잠시 모인 모양이었다. 오일장에 들러 장을 보.. 2021. 4. 23.
아침부터 남편이 기분 좋아진 식단 이곳은 지금 급속히 확산되는 코로나 감염자수로 의료 체계의 붕괴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어제는 2,500명대에 이르렀고 누적 확진자는14만3천여명이 되었다. 오늘 도쿄에서만 418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우린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고다시 착실히 스테이홈을 하고 있다.출근 이외에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하고급한 전달사항이 아니면 대면하지 않은방식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다.그렇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세끼를 챙겨 먹는 게 이젠 당연한 일이 되었다.https://keijapan.tistory.com/1395(삼시세끼, 그래서 열심히 차린다) 늘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들이야 그리 많은변화가 있진 않지만 끼니때마다뭐가 좋을지, 뭐가 먹고 싶은지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아침은 주로 .. 2020. 11. 30.
한국에서 온 추석 선물 이번주말, 이곳은 500명이 넘은 감염자가 확인되었고 어제는 643명이였다. 코로나발생이후부터 우린 주말이 특별하지 않게 되었고 늘 즐기던 외식이며 문화생활은 단절하다시피 살고 있다. 모든 걸 집에서 해결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이젠 서로에게 자연스러워졌고 익숙해져가고 있다. 아무 일정을 만들지 않은 주말이면 깨달음과 나, 서로 자기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보낸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며 영화를 보다가 스르르 단잠에 빠질 때도 있다.오늘은 점심을 먹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깨달음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청소를 한다거나 정리를 하는 거라 추측이 되는데 어젯밤 추웠다는 얘길 했던 게 생각나 방문을 열어봤더니 역시나 가을용 이불로 바꾸고 있던 찰나였다. [ 이불 커버는 있어? .. 2020. 9. 28.
일본 가정에서 월동대비로 꼭 준비하는 필수품 쾌청한 가을하늘이였다. 최고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갔고 우린 자전거를 타고 집 주변을 달렸다. 새로 생긴 레스토랑도 있고 문 닫은 소바집도 있고 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변해가고 늙어가고 있었다. 한시간쯤 달리다 공원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했다. 간간히 이름모를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꼬마들이 깔깔대고 웃는 소리에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기다리다 깨달음에게 내가 물었다. [ 이번에 한국 가서 뭘 먹을 건지 당신이 미리 생각 해 둬, 그러면 내가 장소랑 예약여부도 알아볼게, 뭐 먹고 싶어? ] [ 음,,,,청국장,,,] [....................................... ] [ 당신 좋아하는 강남에 갈비집.. 2018. 10. 29.
한일커플이기에 더 감사할 부분이 있다 2주전, 블로그 이웃님이 너무도 귀한 물건을 보내주셨다. 직접 농사지으신 오미자액과수세미액, 건오미자였다.깨달음이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해잔기침을 많이 한다는 걸 블로그를통해 읽어보시고 이렇게 보내주셨다. 기침에 좋다는 도라지액기스, 생강즙, 양파즙,배즙, 무우, 당근도 갈아 모두 마셔보게 했지만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오미자는 처음 마셔보는 거라고 했더니 복용방법까지 아주 상세히 적어 보내주셨다. 주말 아침, 장마시즌에 접어든 이곳 일본은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한차례 시원스레 뿌리는 장대비가 끝나고 나면습도가 높아져 온 몸이 끈적끈적, 불쾌지수가 아주 높다.피곤한 우리 둘은 집에서 각자 뒹굴거리다점심 때 거실에 나온 깨달음이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알았어..만두랑 같이 구울게 ][ 한국 .. 2017. 6. 26.
한국의 김장날을 기다리며 깨달음이 공항까지 같이 따라 나섰다. 피곤하니까 그냥 집에서 쉬라고 해도 나를 배웅하고 자긴 회사로 들어가면 된다고 아침부터 서둘러 공항에 오게 되었다. 공휴일이니까 그냥 쉬라고해도 자기 혼자 있을 때 회사에서 일하는 게 딴 생각도 안나고 좋다며 회사에 갈 거란다. 아침을 같이 먹으며 깨달음이 물었다. 한국에서 뭐 먹을 거냐고... 청국장 먹을 거고,, 다른 건 특별히 없다고 추석 보내고 바로 돌아 와야하니까 시간도 없고,, 일 처리하고 조사하는라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고 그랬더니 아무튼 뭘 먹든 자기 몫까지 먹고 오란다. [ ............................... ] 추석 저녁에 친척들이 모이면 재밌겠다면서 일본 들어 올 때 간장게장이랑 양념게장 사가지고 오란다. 알았다고 그 외에 필.. 2015. 9. 25.
해외 거주자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 매달 같은 시간대, 같은 날이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내 이름이 불리워질 때까지 초조했다. 늘 환자가 많아 예약시간보다 30분정도 미루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은 20분 빨리 병원에 도착을 했다. 그냥 마음을 가다듬고 싶어서였다. 오늘이 재발의 여부및 완치가 확인되는 날이기 때문이였다. 긴장을 하지 않기 위해 쉼호흡도 해보고 행여,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여유롭게 생각하자고, 그 때도 버티었으니까 잘 버틸거라고 내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또 위로를 하며 마음 다지기를 반복,,, 그래도 번호표가 울릴 때마다 눈을 떴다, 감았다,,,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는데 마음의 안정이 되질 않아 그냥 눈을 뜬채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 모습들을 멍하니 지켜보며 저 사람은 어디가 아파서 온 것일까,,,,,, 혼자 상상도 해보고.. 2015.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