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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6

헤어지는 게 정답이다 대학원 동기를 만났다. 홋카이도(北海道)에 사는 아이짱이 남자 친구랑 같이 도쿄에 왔다가 잠시 시간이 생겼다며 내게 연락을 해왔다. 마침 나도 일하고 있던 중이라 점심 시간에 맞춰 중간지점에서 만났다. 테이블에 앉은 동시에 알바생이 와서는 명란젓 (明太子) 과 쯔게모노(漬物 장아찌)인 매운 갓절임 (からし高菜) 을 놓고 갔다. [ 오랜만이네 ] [ 어,, 진짜 오랜만이다 ] [ 무슨 일로 온 거야? ] [ 그냥,,,놀러...] 주문한 모츠나베(もつ鍋 곱창전골)가 나오고 끓는 동안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 정 상,, 식사하고 차 마실 시간 돼? ] [ 응, 괜찮아, 나한테 뭐 할 말 있지? ] [ 아니.. 없어..] [ 그냥 말해,, 얘기하고 싶어서 나 만나자고 한 거 다 알아 ] 그녀는 대답해서 피식 .. 2023. 10. 20.
결혼 10년이 넘으면 이렇게 변한다 3일 연속 여긴 비가 내린다.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빗속에서도사람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벚꽃 명소에 모여들었다. 우리 부부는 이번달까지 마감해야 할 일들이 많아 각자 자기 방에 꼼짝 않고 박혀서 일을 하다 해가 져서야 피로도 풀 겸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는 따끈한 소주 오유와리(お湯割り)가 제격이다. 눈앞에서 바로바로 구워주는 제철 야채들은 달달한 육즙이 터져나와 술이 물처럼 들어간다. 깨달음은 연이은 프레젠테이션이 있어 직원과 연습을 하는데 자기가 지적한 부분을 수정하지 않고 고집을 피워서 머리 아프다고 했다. [ 당신이 프레젠 하는 법을 알려주면 좋은데 ] [ 나는 내 일에만 잘해.. 건축은 몰라 ] [ 아니, 프레젠 방식을 모른 것 같애.. 아무리 설계디자인이 좋아도 오너에게.. 2023. 3. 26.
남편은 여러모로 부자다 오다이바(お台場)에 있는 회원제 호텔에 다녀왔다. 깨달음이 이번에 새로 설계할 호텔의 디자인을 참고하기 위해 견학 겸 조사차 오게 되었다. 회원이 아니면 입장을 할 수없어 소개장과 그 분과의 관계까지 우리들 신상을 공개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리조트 호텔 오너처럼 회원제 호텔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다르고 여긴 연예인 오너가 많단다. [ 당신한테 소개한 분은 여기 회원이야? ] [ 아니, 그분도 친구 소개로 들어왔었대 ] [ 근데 무슨 디자인을 원하는 거야?] [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런식으로 설계해주라는 거지 ] [ 그럼, 고바야시(小林) 상이 의뢰인이야? ] [ 응 ] [ 고바야시 상,,엄청 부자인가 봐..] [ 부자긴 하지..롯폰기(六本木)에 맨션을 몇 채 가지고 있으니..근데 알아보니까 여기 .. 2022. 3. 28.
결혼이란게 다 그렇다 건배를 하기 전, 스탭에게 양해를 구하고소트케익에 불을 붙였다 얼른 껐다.옆에서 슬쩍 보고 있던 스탭이 케익을 다시넣고 있는 우리에게 드셔도 된다고했지만 우린 조용히 집어 넣었다.깨달음이 잔을 부딪히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교론 추카하니다(결혼 축하합니다) ][ 벌써 8년을 맞이하네.. ][ 고마워, 케이씨~ ][ 뭐가? ][ 당신의 사랑에 감사, 앞으로도 잘 부탁해 ]사랑을 준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더니내게 눈을 흘기면서 또 와인잔을 부딪힌다.[ 깨달음, 모처럼이니까 서로에게 감사한 게 있으면 얘기해 볼까? ][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줘서 고맙고, 귀여워해줘서 고마워... ][ 그 두개 뿐이야? ][ 이 두개면 충분하지 않아? ][ .................................] [뭐든지 .. 2018. 10. 7.
결혼 기념일, 사랑과 돈에 관한 고찰 7년전, 3월 25일, 서로 퇴근하고 만나 우린야간 접수가 가능한 신주쿠 구약소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고, 그 시간부터 부부가 되었다. 마흔이 넘도록 공부만 해오다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갈등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이곳 일본에서 자리를 잡고 살 것 같으면 결혼을 하는게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그래서 혼인신고를 했고, 그 해10월에 결혼식을 올리고,,이렇게 8년을 맞이하게 되었다.신혼초에 자주 갔던 갓포요리집을 오랜만에( 割烹料理-고급일식 코스요리)찾았다.음식이 나오기 전, 깨달음이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없었다고 하트로 대신한다며 까불었다. [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나태해진 거 아니야? ][ 아니야,,,][ 바쁜 건 좋은데,,엉렁뚱땅 넘어가려는 건별로 안 좋은 거야,,,알지? .. 2018. 3. 27.
일본 독신남들이 바라는 아내의 조건 3월 25일은 깨달음과 내가 부부가 되겠다고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날이다. 월급날이였던 이 날, 서로 퇴근을 하고 만난 우린 신주쿠 구약소 야간접수처에 가서 혼인신고서를 내고 짱코나베를 먹으로 택시를 탔었다. 가게에 도착하는 약 15분동안,, 우린 서로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나는 나대로 무슨 생각을 했던 게 분명한데... 무슨 생각들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가게 점장은 언제나처럼 해맑은 미소로 추천메뉴들을 권했었고 우린 늘 그렇듯 그것들을 몇 개 시키고,,,,, 별다른 말이 오가지도 않았고 그냥 술을 한 잔씩 했다. 서너잔쯤 마셨을 무렵, 내가 후배에게 카톡으로 혼인신고 했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보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오늘은 혼인신고날 4주년 기념으로 .. 2015.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