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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252

일본 방송에선 요즘 이런 게 소개된다 [ 케이짱, 잘 있지? 나 지금 코리아타운이야 ] 상기된 목소리도 내게 전화를 건 우에노 상(上野)은 마치 엊그제 통화를 했던 것처럼 안부인사도 생략한 채 익숙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코리아타운에 나왔는데 내 고향, 전라도 김치를 파는 곳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생각이 나 전화를 했단다. [ 케이짱,여기 내가 처음 보는 한국식품이랑 김치들이 엄청 많은데 알고 있었어? ] [ 아.. 저도 그 마트 최근에 알았어요. 한국 가야 살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 [ 예전에 케이짱 집에서 먹었던 말린 나물 같은 거도 팔고 있어. 완전 한국 같아. 내가 사진 보내줄게 ] [ 아니..괜찮은데...... ] [ 근데 케이짱은 이런 마트를 알았으면 나한테도 말해주지 그랬어 ] 내게 한국어를 6개월 정도 배웠던 우.. 2022. 3. 17.
한국사람인 나도 어렵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깨달음은 열심히 한글책을 펼쳐놓고 쓰기 연습을 하는데 한숨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깨달음은 완벽한 발음과 암기를 하려는 자기만의 고집스런 공부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진도가 더디게만 가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난 되도록 참견을 하려하지 않고 있다. 그 많은 교재중에서도 자기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골라 자기만의 공부방식대로 풀어가고 있으니 난 그냥 한발 떨어져 응원만 하고 있다. 지금 깨달음은 받침이 없는 간단한 단어를 외우는 중이며 공부가 끝날 무렵이면 내게 문제를 내게 하고 얼마나 자신이 외웠는지 확인 하곤한다. 아이들이 하는 낱말카드와 같은 원리로 어머니, 아버지, 오이, 누나, 아이, 우유, 여자, 나무, 사자. 나비, 라디오, 이마, 카메.. 2022. 3. 10.
이 블로그는 남편 것? 365일 영업을 하는 우체국 본점 덕분에 오늘도 집에서 바로 소포를 보낼 수 있었다. 한국으로 보내는 소포는 무게가 있어 이런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다. 깨달음은 아저씨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지켜보고 현관문을 닫았다. [ 무사히 잘 도착하겠지? ] [ 그러겠지, 전화번호를 몰라 적지 않아서 좀 불안한데 지금까지 별 문제없었으니까 괜찮겠지..] 예정에 없던 소포를 보낸 건 온전히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저께 아사쿠사(浅草) 현장을 다녀오는 길에 샀다며 블로그 이웃님들께 보냈으면 한다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사왔다. 지난 연말, 이웃님들께 연하장을 보낼 때 다 보내고 없을 것 같아 또 사 왔다며 손거울, 손지갑들을 내밀었다. 내가 괜찮다고 사 오지 말라고 해도 사 온다는 걸 알기에 더 .. 2022. 2. 21.
요즘, 남편이 자주보는 유튜브 코로나 감염자가 10만을 넘으며 우린 집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책을 읽거나 런닝머신을 타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며 자유로우면서도 약간은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아침부터 깨달음은 거실과 자기 방을 왔다 갔다 했고 어렴풋이 노랫소리도 나고 영화 속 총소리 같은 것도 들려와 부산스러웠다. [ 깨달음,,뭐 해? 드라마 안 봐? ] [ 다 봤어 ] [ 그 학생이 좀비 되는 거 지금 인기래 ] [ 벌써 봤어.] 넷플릭스에서 인기있는 영화, 신착 드라마는 주로 퇴근해 저녁을 먹으면서 시작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약 5시간씩 시청을 하다 보니 웬만한 드라마도 2, 3일 정도면 모두 보고 만다. 그런데 요즘, 넷플릭스에 불만이 생겼는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사극 드라마가 생각보다 너무 없어서 예전의 n.. 2022. 2. 7.
처음부터 착한 사람은 없다 매달 월급날 하는 둘만의 파티를 오늘에서야 했다. 코로나 감염자가 늘어 전국적으로 8만을 찍었지만 스테이 홈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와서인지 이곳 도쿄는 여느 날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분위기이다. 깨달음과 나, 위드 코로나 생활에 적응돼서 어떤 동요도 하지 않고 각자의 일에 충실하며 지내고 있다. 불가피하게 외식을 할 경우엔 조금은 방역이 철저한 호텔에서 하자는 룰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깨달음이 미팅이 있어 양복차림을 했으니 나도 드레스 코드를 맞춰야 될 것 같아 정장을 입었는데 건배할 때 어깨가 모여드는 걸 보니 군살이 쪘는지 나잇살인지 몸에 변화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 당신은 정장이 잘 어울려.. 아주 멋져 ]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깨가 넓어서..] [ 남자한테 나는 멋짐이.. 2022. 1. 31.
삼재는 미리 피해야 하는 것. 연식으로 따지면 12년이 지난 내 자전거가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부품 교체 및 대수술?을 한번 했는데 올 해도 삐그덕 거리고 있다. 오늘은 앞 바퀴에 문제가 있어 교환을 부탁하고 나오려다 새 자전거를 둘러보고 그냥 돌아섰다. 자전거가 말썽을 피울 때마다 깨달음은 전동식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난 필요치 않았다. 아이들과 태우고 다니는 엄마들에게는 전동식이 꼭 필요하지만 자전거가 가지고 있는 묘미를 느끼고 싶은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였다. 번호표를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다 전철을 탔다. 수리가 끝날 때까지는 2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느긋하게 물건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 화방을 찾았다. 미술용품 외에도 작고 귀여운 문구용품을 함께 파는 세카이도(世界堂)는 미대생 뿐만 아니라 쇼핑.. 2022. 1. 17.
자기 인기에 취해 사는 남편 깨달음 겨울용 양복을 맞췄다. 크리스마스 선물 겸 깨달음이 현역 생활을 하는데 마지막 양복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가장 좋은 원단으로 골랐다. 옆에서 보고 있던 깨달음이 너무 비싸다고 망설이길래 마지막까지 멋진 양복 입고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고했더니 그런 뜻이였냐면서 순순히 수치를 쟀다. 재단사분이 작년 여름에도 한 벌 맞추지 않았냐며 허리둘레가 1센티 줄였다고 하자 허리는 다이어트하느라 줄은 것이고 재난지원금 나왔을 때 여름용으로 한 벌 맞췄는데 이젠 양복 맞추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자기 취향에 맞는 버튼과 안감까지 고르고 수납장이 배달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바로 백화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릇 욕심이 많은 것도 있고 파티용 그릇들을 세트로 사다 보니 수납공간이 부족해 새로 주.. 2021. 12. 10.
자식들도 실은 조금 힘들다 새벽 4시 반부터 깨달음 방에서 소리가 났다. 불이 켜진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출장을 가기위해 가방을 미리 싸 둬야 했는데 피곤해서 그냥 자버린 바람에 아침에 짐을 챙기는 중이라고 했다. [ 아침은 어떻게 할 거야? ] [ 역 앞에서 먹을 생각이야 ] 속옷과 양말을 넣고 있는 깨달음 얼굴이 살짝 부어있었다. 현관을 나서는 깨달음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자 [알았어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했다. 히로시마에서 (広島) 오픈을 앞둔 빌딩의 최종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검사를 마시면 바로 시골( 이가-伊賀)로 내려갈 예정이라 했다. 시댁 집이 팔린 이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서방님과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뭐가 시원치 않은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오전이면 검사가 끝날 거라 했는데 오후가.. 2021. 12. 6.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고봉밥을 받기 전에 미리 반 만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깜빡 잊였다. 남기면 되는 일이지만 직원을 불러 반 만 부탁한다고 했다. 깨달음과 가끔 왔던 곳인데 오늘은 혼자 들어와 느긋이 점심을 즐겼다. 임파선 정기검진이 있었다. 그리고 부인과에 들러 선생님과 좀 긴 대화를 나눴다. 갱년기가 이제 끝나갈 무렵이어서 잠잠해졌다 싶었던 홍조와 발한 증상이 한 달 전부터 두시간 간격으로 나타나는데 그 때마다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땀이 나고 몸이 더워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갱년기에 겪는 호르몬 이상으로 잠시 그러고 말겠지했는데 발한이 너무 심했다. [ 선생님, 요 몇 달간 밤에 잘 잤었는데 새벽에 또 한번씩 깨기 시작했어요 ] [ 깨고 나면 어느정도 있다가 다시 잠이 드세요? ] [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 2021. 11. 18.
남편에게 미안한 건 나였다. 내가 골절상을 입었던 두 달 전부터 우린 외출을 마음껏 하지 못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있고 코로나 감염자 수가 폭증하고 있어 외출은 물론 외식을 할 염두가 나질 않았다.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도 가끔해서 먹긴 했지만 집밥과 비교할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주말이면 좀 더 느긋하게 즐긴다. [ 역시,,집밥이 최고야 ] [ 깨달음,,반찬이 많아서 더 좋은 거지? ] [ 물론이지, 이렇게 먹으면 난 너무 행복해, 이 새우젓 무침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 ] [ 입맛에 맞는다고 하니 다행이네 ] 반찬이 많은 걸 좋아하는 깨달음을 위해 누룽지에 잘 어울리는 반찬들을 준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깨달음이 병원에 혼자 갈 수 있는지 물었고 난 .. 2021. 9. 6.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식 식사법 약간씩 걸을 수 있게 되었던 한 달 전부터 난 집에서 예전처럼 식사준비를 했다. 지난주 병원에서 아직 골절부분이 100% 붙지 않았다는 의외의 소견을 듣고 좀 쇼크였지만 시간이 약이니 조심하면서 기다리면 붙을 거라 믿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누룽지에 아침을 준비했고 그걸 말없이 먹던 깨달음이 나를 한 번 쳐다봤다. [ 왜? 하고 싶은 말 있구나 ] [ 아니야,,,] [ 반찬이 별로 없어서 그러지? ] [ 아니...꼭 그런 건 아닌데.. 왠지 허전해서.. ] [ 그렇지 않아도 식재료를 사야 되는데 일단 몇가지는 주문했어. 근데 마트를 직접 못 가서 재료가 다 떨어진 상태야 ] 담당의로부터 뼈가 정상적으로 빨리 붙을 수 있게 되도록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서 외출을 전면적으로 금.. 2021. 8. 25.
알면서도 못 고치는 병이 있다. 코로나 백신 화이자의 두 번째 접종이 지난 토요일 있었다. 접종후 병원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하며 부작용 여부를 확인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첫번째와 달리 접종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약간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하룻밤 자고 나니 부기가 가라앉고 두통도 사라졌다. 지난 주말은 일본의 추석이였지만 우린 서로 바빠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 오후에서야 둘이 마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꼬리뼈찜에 파를 듬뿍 올려 먹으며 한국의 추석날을 확인했다. [ 9월 21일야? 우린 못 가겠지? ] [ 못 가, 결혼식도 못 가는데..] [ 그렇지..올 해는 못 가는 거네...] [ 깨달음, 내가 포기하라고 했잖아 ] 깨달음은 언제쯤이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2021. 8. 18.
남편에게 내 카드를 줬더니.. 2주 전, 깨달음은 퇴근길에 열무김치를 사 왔다. 너무 반가워서 어디서 샀냐고 물었더니 거래처 다녀오는 길에 한국어가 적힌 작은 마트가 있어서 샀다고 했다. [ 여름에 열무김치 먹는 거 기억하고 있었어? ] [ 아니, 요즘 유튜브에서 비빔국수 많이 나오잖아, 보리밥에 넣어 먹기도 하고, 한국 맛과 같은지 궁금해서 사 봤어 ] 그날 저녁 우린 열무김치를 넣은 비빔국수를 먹으며 완전 한국 맛이라며 좋아했었다. 집 근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코리아타운에 가야만 했는데 깨달음 덕분에 즐거운 한 끼를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자기 방에서 오후 내내 공부를 하던 깨달음이 외출 준비를 했다. [ 내가 혼자 다녀올게 ] [ 깨달음,, 나도 가고 싶은데...] [ 알아,, 아는데 아직 당신은 완치되.. 2021. 8. 12.
요즘 남편이 외운 한국어 오전 시간이 끝나갈 무렵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지 물었더니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3번째의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이 되면서 황금연휴기간이지만 우린 착실히 스테이 홈을 잘하고 있는 중이었다. 영국형, 인도형으로 코로나 변종 감염자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데 작년과 같이 별다른 대책 없이 국민들에게 협조만 호소하고 있는 이곳은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이나 두려움이 엷어진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깨달음,, 어디 나가고 싶은데? ] [ 응,, 답답해서.. 산책하러 가고 싶어서.. ] [ 그래.. 그럼 나가자,,] 깨달음이 고른 오늘 코스는 오다이바 (お台場)의 레인보우브리지(レイン.. 2021. 5. 4.
남편은 내일도 열심히 뛸 것이다 산책을 나왔다. 주말이면 매번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날이 좋았다. 집 주변을 돌다 새로운 상가에 멈춰 괜스레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목적지도 없이 뚜벅뚜벅 걸었다. 그렇게 서로가 상념에 젖어 말없이 걷다가 빵집에 들러 빵도 사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뭘 봐도 흥미롭지 않고, 그냥 무작정 걷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깨달음은 팔을 휘저으며 걷기운동이 왜 우리 몸에 좋은지 몇 마디 하고는 또 열심히 걸었다. 만보기가 7 천보를 막 넘었을 때쯤 눈 앞에 전철역이 보였고 점심을 먹기 위해 전철을 탔다. 우리 둘 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꽤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스타일이지만 이렇게 무계획인 날엔 몸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런.. 2021.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