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깨달음252

한국에 가면 남편이 젊어진다 서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30분, 전철을 타고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우린 바로 종로3가로 달렸다. 기내에서 어디를 갈 것인지 정해둔 덕에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익선동 한옥마을에 가야 된다던 깨달음이 사진을 몇 장 찍더니 여기저기서 맛난 냄새를 맡고서는 배가 고프다며 저녁을 먹자고 한다. [ 뭐 먹어? ] [ 여기 줄 서 있는 거 보니까 맛집인가 봐] [ 보쌈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 [ 그건 내일 먹어도 되고, 오늘은 이거 먹을래, 얼마나 기다리는지 물어봐 줘] 약30분쯤 기다려 모듬만두와 새우완탕면을 먹고 있는데 옆테이블 짜장떡볶이를 보고는 먹고 싶다길래 주문을 하는데 직원분이 매운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괜찮을 거라 생각해 한입씩 먹었는데 깨달음이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 2019. 7. 23.
내가 몰랐던 남편의 걱정거리 [ 깨달음, 이 봉투 뭐야? ] [ 초대장 ] 노트북 위에 올려진 봉투를 열어보았다. 삿포로에 00호텔이 완공되었으니 시박회(시하쿠카이-試泊会)를 해달라는 숙박권이 들어있었다. 시음회, 시식회가 있듯이 호텔도 이렇게 시박회가 있다. 숙식은 물론 무료로 제공되는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퇴실을 할 때는 품평회를 해야한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자신이 하룻밤 묵으며 느낀 모든 것들을 애리하고 체계적으로 집어내야한다. 그렇게 문제점들이 접수되면 재수정과 보완, 이미지 변경등을 하게 된다. [ 다음달이면 좋은데...] [ 안돼, 시박회가 끝나면 바로 정식 영업을 해야 되니까 ] [ 아,,이거 당신 회사 거였어? ] [ 응 ] [ 아,,난 또 다른 회사가 시공한 줄 알았네 ] [ 요시다 군이 몇 달씩 출장다니면서 .. 2019. 7. 16.
돈 계산법이 남다른 남편은 역시 일본인 한국행 티켓을 한달전에 예약했다. 공휴일을 끼고 가지만 가는 날은 오후 비행기여서 밤에 도착을 하고 돌아오는 날은 아침 9시다보니 실제로 서울에 머무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특별한 계획이나 이벤트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닌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잠깐 다녀오자는 취지에서 예약을 했다. 하지만 광주에 계시는 엄마도 얼굴을 봐야하기에 하루는 광주에 내려가야한다.[ 케이티엑스 예약했어? ][ 지금 하려고,,,][ 첫차로 가자, 난 일찍 일어나니까 ][ 알았어 ][ 또 택시 타고 간다고 그러지 않을거지? ][ 택시? 아,,,그 택시..그 때는 그 아저씨가 가자고 했던 거였지..,]깨달음은 그 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고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계산법이 틀리지 않다면서 내 생각을 또 물었다.(다음에서.. 2019. 6. 30.
남편이 또 출장을 간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주말 아침,깨달음과 나는 하코네행 신칸센에 있었다.오다하라(小田原)에서 하차, 하코네등산열차로 고라(强羅)역에 도착했을 때는 12시를 훌쩍넘기고 있었고 빗줄기는 더 굵어져만 갔다.지난번 아타미(熱海)에 호텔부지를 보러 갔던 것처럼 이번에는 이곳 고라(强羅)였다.하룻밤 5만엔(약 오십만원)하는 온천여관의 자매호텔이라고 했다. 자신의 공사와 관계없는 곳이라할지라도언제나처럼 근처에 공사중인 곳은 모조리사진을 찍는 깨달음은 빗속을 뚫고 열심이다.[ 완전 숲이네,,,저 나무들을 다 잘라야 되나]혼자서 또 뭐라고 구시렁 거리며 부지런히움직이는 깨달음 뒤를 난 졸졸 따라다녔다. [ 깨달음, 여기야? ][ 응 ][ 역하고 가깝네 ][ 응, 그래서 숙박료가 비쌀 거야 ][ 여기 계단이 운치 있다.... 2019. 6. 24.
나에겐 여전히 불편한 일본의 이 문화 도쿄돔에서 야구경기가 열렸다. 깨달음과 나는 솔직히 야구에 별 취미가 없지만 사업상 의리로 구매해야할 티켓이 매해 주어지기에 도쿄에서 시합이 있는 날이면 되도록이면 보러가려고 한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서 어느편도 응원하지 않는 중립을 지키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우리 앞에 앉은 아저씨 두명은 맥주를 파는 아가씨들에게 번갈아가면서 실없는 농담 따먹기를 했다. 고향이 어디냐, 아까는 다른곳을 보고 있어서 다른 브랜드 맥주를 샀다, 치마 길이가 회사마다 다르냐?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냐, 뒤로 한번 돌아 봐라, 저기 핑크옷 입은 아가씨랑 친하냐 등등 듣고 싶지 않아도 앞좌석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아니 아저씨들 목소리가 상기되어서인지 너무도 또렷이 들려왔다. 내 표정이 별로였는지 나를 쳐다보던 깨.. 2019. 6. 21.
일본의 아버지날, 남편의 속내를 처음 듣다 [ 깨달음,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 없어 ][ 아버지의 날이니까 선물 사줄게, 원래 자식들이아버지 날을 축하해주는 건데 우린 없잖아,그니까 내가 해줄게 ][ 음,,,아버지의 날이구나..]일본은 우리처럼 어버이날이 있는 게 아닌 같은 개념의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따로 있어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서 감사의 마음과 선물을 드린다. 아빠들이 자식들에게 받아서 기분좋은 선물로는패션관계 아이템이나 일용품이 가장 많고술이나 취미활동에 필요한 물건들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깨달음은 아무것도 갖고 싶은 게 없단다. [ 필요한 거 없으면 맛있은 거 먹을꺼야? ][ 응, 그냥 맛있는 거 사 줘, 근데비도 오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자 ]오다이바에 도착, 쇼핑센터를 둘러보는데깨달음이 모자 가게에 들어갔다. [ 난 머리가 커서.. 2019. 6. 16.
해외에서도 변함없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우린 출국심사를 마치고라운지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음 탑승 게이트에서 느긋하게 직원들을 기다렸다.이번 홍콩행은 매년 깨달음 회사에서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가는 행사중의 하나이다.각 나라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아주 단순하면서도 뜻깊은 연수이다.올 해 목적지를 홍콩으로 정한 것도 직원들이였고깨달음은 모든 걸 그들에게 위임했다.예전 같으면 공항에서 만나 일단 간단한 미팅을 하거나 지시사항등, 꼭 둘러봐야할 건축물을몇 가지 제시하기도 했을텐데 이번 홍콩행은 마지막날 저녁식사만 함께 하는 것 외에는미팅도 없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90% 자유연수로 했다.깨달음은 도면을 꺼내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체크를 했고 내가 사진을 찍는 다는 걸 알아채고는 얼른 뱃살을 감췄다. 탑승을 하고 깨.. 2019. 5. 30.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쳐야할까.. 우리 맨션의 대대적인 외벽보수공사가시작되면서부터 24시간 커텐을 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오늘도 아침 9시가 되자 왔다갔다 일하시는 분들의 발소리가 분주했다.[ 깨달음, 우리는 안 보이겠지? ][ 응 ][ 안 비치는 커텐이니까 괜찮아 ][ 그래도 왠지 불안하다...]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자꾸만 시선이 따라 움직여서 각자의 방에 커튼을 새로 하나씩 더 달기 위해 급한대로 이케야에 다녀왔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작업 스케쥴과 자재에 관한 2개의 판넬 게시판(안내판)이 놓여있다.전체적인 공사과정과 한달별,주간별, 그리고날마다 하는 일의 과정들이 공지되어 있다. 오늘은 어떤 작업을 하며 내일은 무엇을 할 예정이고, 세탁물을 베란다에 내 놓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도 각층, 각방별로 적어져있다.다른 게시판에는 페인.. 2019. 5. 20.
연휴기간 남편을 위한 한국식 밥상 길고 긴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끝났다.출근하는 깨달음을 위해 아침을 챙기면서 연휴가 끝났지만 변함없는 밥상차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실감했다.우린 이번 연휴, 아무데도 가지 않고집에서 뒹굴뒹굴 서로가 하고 싶은 일들을하면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매 끼니마다 식사를 해결해야해서은근 피곤했던 연휴기간이였다. 연휴 첫날, 매콤한 게 먹고 싶다는 깨달음을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었다.계란말이는 깨달음이 너무 좋아하는 메뉴여서서비스차원에서 소시지 넣어 만들고콩나물도 조물조물 무쳤다.[ 깨달음, 식사 하세요 ]자기 방에서 나오더니 밥상을 보고 [ 어떡해,,, 맛있겠다~고마워 ]라고 정확한한국말을 하고 큰 하트를 만들어 보냈다. 둘 다 늦게 일어난 어느 날, 간단히 빵을 구워 먹으려다 길거리 샌드위치를 좋아하.. 2019. 5. 9.
일하는 남자는 멋있다 [ 몸 컨디션은 어때? ] [ 응,,괜찮은 것 같애..] 실은 10일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던 날부터 미열이 계속 되었다. 콧물이 나오길래 꽃가루 알러지일거라 생각했는데 저녁이면 열이 더 났었다.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 가려고 연락을 했는데 역시나 휴가를 떠나셨고 일단 집에 있는 상비약을 복용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 집에 있을 거야? ] [ 응, 왜? ] [ 호텔 신축부지를 한번 봐야될 것 같아서 아타미에 가려는데 같이 갈까 하고,,] [ 그냥 집에서 책 볼래.. ] [ 당신 좋아하는 거 사줄게, 같이 가자 ] 내가 대답을 안 하고 잠시 생각에 빠져있자 이렇게 다그쳤다. [ 당신, 블로그에 올린 내용 없다면서, 그니까 같이 가면 적을 게 생기잖아 ] [ ............................... 2019. 5. 7.
일본의 황금연휴, 버스투어를 간 날 집합시간 7시 20분, 출발은 40분이였다.한명, 두명 사람들이 모였고 다른 쪽 가이드는 모든 승객을 버스로 이동시키고있는데 우리 가이드는 보이지 않았다.보다 못한 깨달음이 여기저기 가서 찾아봤더니 쪼그려 앉아 버스에 미리 붙혀 놓아야할 좌석표에예약자들 이름이 뒤섞인 명단을 보면서적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40분이 되어서도 움직이지 않자, 옆에서보고 있던 다른 가이드가 우리들을 버스쪽으로 인도해 주었다. 하지만 좌석표가 없으니 또 잠시 기다렸고허겁지겁 달려온 가이드가 좌석표를 붙히고서야우린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이번 10일간의 황금연휴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휴식을 하자고 했던 깨달음이 중반이 흘러가고 있는데 심심하니까 버스투어라도 가자고 해서급하게 빈자리가 남은 투어를 예약했었는데탑승부터 순.. 2019. 5. 4.
남편이 반해버린 바로 이 맛 우리 맨션이 대대적인 외장공사를 시작했다.내가 봤을 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외벽 정비및 보수를 겸한다고 했다. 물론 작년부터 거주자들에게 몇 차례의 설문조사가 있었고 깨달음은 건축가 입장에서 봤을 때 몇 년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자신의 의견을 정중하게 제시하긴 했지만관철되지 않았고 다수의 의견에 의해공사가 시작되었다.그러다보니 베란다에 물건들을 놔 둘 수 없어잠시 철거를 하거나 별도로 지정한 장소에 이동을 시켜달라는 안내를 받고 여러가지로 미리미리 정리해야할 게 생겼다. 그래서 깨달음과 베란다에 놔 둔 물건들을거실의 다용도실에 넣어두는 작업을 하다가지난 2월,엄마가 주신 상추와 깻잎씨가떠올라 깨달음에게 얘길 했더니얼른 가져오란다.[ 왜 지금 말해? 좀 더 일찍 심었어야 하지않아? 배양토는 샀어.. 2019. 4. 18.
일본인 남편도 주말은 이렇게 보낸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우린 산책겸 운동을 나갔다.내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산책로 끝에서만나기로 했는데 도통 깨달음이 보이질 않았다.한국은 벚꽃이 한창인 것 같던데 이곳은2주전에 만개를 했고 지금은 야들야들한선홍빛 잎들이 모두 져버리고 푸른 이파리들이 보이고 있는데 이 산책길엔아직도 반 이상 벚꽃이 머물러 있었다.일본인답게 벚꽃을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에게 보여주려고 이름을 몇 번 불러도 조용하다. 지난주까지 없던 수상보트가 눈에 띄는 걸 보니여름이 꽤 가까이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깨달음은 어딨는지 카톡을 해봤더니 집으로 돌아갔단다. 배탈이 난 것 같다고,내 운동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레스토랑에서 만나잔다. 알겠다고 답을 하고혼자서 쉬엄쉬엄 산책을 하면서 주말이 주는 달콤한 휴식을 만끽하며 벤.. 2019. 4. 15.
일본에도 엄마의 집밥 같은 곳이 있다. 저녁약속이 있었던 깨달음은 저녁 9시가넘어서 집에 들어왔다.난 내 방에서 일을 하다가 들어왔냐는 인사를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있는데똑똑 노크소리가 나고 문을 살짝 열어뭔가를 통로 바닥에 놓고 갔다.[ 이거 뭐야? ][ 응, 받았어, 아마 냉장고에 넣어야 할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깨달음은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고 난 쇼핑백을 열었다. 프랑스과자와 비닐에 쌓인 정체불명의 음식..반찬 냄새가 풍기는 걸 봐서는 음식이 분명한데 누가에게서 받아올 걸까..하나씩 조심스레 풀어봤더니 생선조림, 죽순나물, 족발이 들어있었고 생선조림에는 작은 비닐에 국물까지 따로담겨져 있다. 다시 두껑을 닫고 샤워를 마친 깨달음에 물었다.[ 응, 그 신주쿠 요리집 마마가 줬어, 당신이 족발 좋아한다고 그랬던 걸 아직도기억하는 것.. 2019. 4. 11.
출장길에 남편이 사온 선물 코트를 말끔하게 입고 깨달음은공항청사 커피숍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삿포로에 출장을 가야했고 벚꽃 구경을 하느라 바쁜도쿄와는 달리 위치상 가장 위에 있는 그곳은아직도 눈이 조금씩 내린다고 했다.일주일에 한번씩 삿포로 출장을 가고 있는 여직원이추워서 얼어 죽는줄 알았다는 언질에 크리닝 해둔 겨울코트를 다시 꺼내 입은 것이다.[ 안 춥겠어? ][ 응 , 추우면 핫팩 사서 붙히면 돼 ]맞은편에 앉은 나를 한번도 쳐다보지 않고핸드폰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깨달음.몇시 비행기에 돌아올 건지 물으려다 그냥 말았다. 깨달음을 보내고 난 곧장 화방으로 향했다.작년, 제주도를 다녀온 뒤 다시 작품을 했고올 해는 개인전을 다시 해야할 것 같아서필요한 도구들이 몇가지 필요했다.내가 가장 잘 하는 것, 해도 해도 질리지 .. 2019.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