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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8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는 남편 전날 밤, 소주를 두병 가까이 마신 깨달음은 의외로 팔팔했다. 아침으로 해장국이 좋겠다는 했더니 전혀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선이 먹고 싶다길래 아침식사가 되는 곳을 찾아 생선구이를 시켰다. [ 여기.. 맛집이라고 나왔지? ] [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이야] [ 근데, 반찬도 그렇고 생선구이 맛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다. 초벌구이를 해 둔 생선은 기름기가 다 빠져 퍼석퍼석했고 생선 고유의 풍미가 나질 않았다. 남들은 맛집이라해도 우리 입에 안 맞을 수 있고 처음 가보는 곳은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실패 없이 우리가 검증했던 곳을 가야 한다고 이 생선구이집을 들어서기 전부터 얘길 했는데 직접 우리 입으로 확인해보자고 해서 왔더니 역시나 만족하지 못했다. 솥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나온 깨.. 2022. 10. 15.
귀찮아도 먹는 건 즐겁다 2021 마지막 날,, 우린 쯔끼지(築地) 시장에 다녀왔다. 싱싱한 야채, 생선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연말분위기를 느끼려 심심해서 나왔는데 직접 와 보니 생각보다 물건들이 좋은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들을 사기로 하고 골목골목을 다니는데 예상대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내가 좋아하는 조림전문집에서 다시마조림을 살까했는데 신정에 필요한 조림반찬들만 즐비할 뿐, 평소 때 팔던 조림들은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점심시간까지 겹쳐 어딜 가나 기다리는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깨달음은 그 틈을 비집고 내 뒤를 졸졸졸 잘 따라왔다. 사람들이 많아 물건들을 제대로 보기 힘든 정도였지만 깨달음은 행여나 꼬막을 못 보고 놓칠까봐 생선가게 앞에서 목을 길게 빼고 유심히 관찰했다. 돌고 돌아 마지막에 들른 생선가.. 2022. 1. 3.
남편과 한국의 교양프로를 보다가 ,,, 코로나로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된 지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다. 2월 7일이면 해제될 거라 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2월 말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유튜브를 통해 한국 재래시장 투어를 하고 있다. 광주에 내려가면 필수코스처럼 항상 갔던 말바우시장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 장날의 모습들을 보며 한국을 느끼고 있다. 또한, 한국 프로도 열심히 보고 있고 특히, 깨달음이 즐겨보는 음식, 요리 관련 프로는 과거 편까지 되돌려 가며 보고 있다. 허영만의 백반 기행, 한국인의 밥상,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전국의 맛집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둘러 볼 수 있어 깨달음은 좋단다. 오늘도 밀린 저번 주 편부터 보고 있는데 출연자 둘이서 남은 떡볶이 국물에 김밥을 찍어 먹는 .. 2021. 1. 29.
남편이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작은 꿈 어제는 깨달음이 먹고 싶다는 돌솥비빔밥을 준비해 동그랑땡과 된장국도 함께 보기 좋게 세팅을 했다. 너무 뜨거워서 깨달음이 돌솥집게를 잡고열심히 비비며 누룽지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돌솥 안쪽면에 밥을 넓게 펴서 붙이는 작업을 계속했다. [ 역시, 비빔밥은 돌솥이야~, 진짜 맛있어 ][ 많이 먹어..][ 봐 봐, 누룽지가 아주 두껍게 잘 됐어 ~][ 나는 이에 끼여서 싫던데 당신은 좋아? ][ 응, 씹는 맛이 최고잖아~고소하고~]오도독,오도독, 누룽지 씹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그리고 오늘 저녁, 현관에서부터 종종걸음으로달려와서는 아주 밝은 미소로 내게 뭔가를 쭈욱 내밀었다.[ 뭐야? ][ 봐 봐, 꼬막이야, 꼬막~][ 왠 꼬막? 어디서 샀어? ][ 백화점에서 팔길래 사왔어? 나 잘했지? ][ 진짜네,,,.. 2018. 1. 20.
조금은 남다른 남편의 배려에 감사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친 깨달음이내가 샤워하는 동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혼자 앨범을 보고 있었다.[ 어디서 뺐어? ][ 저기 책장에 있던데..이게 당신이지?,,][ 응 ][ 역시,,사진 속에서 다 나타나네.. ][ 뭐가? ][ 이거 당신 고등학교 때 사진인 것 같은데눈빛이 너무 강렬해..어릴때부터눈에서 광선이 나왔어? 진짜 날라리 같애][ ............................. ] 아침을 먹고 구례로 향한 우리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첫눈을 보고 화엄사로 자리를 옮겼다. 초겨울 햇살이 아주 따뜻했고 절이 가까워질수록고스넉하고 고요한 산바람이 상쾌했다.평일이여서인지 인적도 드물고, 낙엽이 바람결에뒹구는 소리도 가끔 들려왔다.마침 김장을 하시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깨달음이 한걸음에 .. 2017. 12. 2.
한국 처갓집에 가면 다른 사람이 되는 남편 [ 오머니, 이고(이것), 이고(이것) ] [ 오메, 오메,,,많이도 사왔네~~] 가방에서 사 온 물건들을 계속 꺼내면서 깨달음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엄마에게 설명을 드렸다. [ 응,,이놈은 커피고, 이놈은 사탕이고,, 이것은 뭐신고? 생선 같은디? ] 연어라고 손으로 물고기 흉내를 내자 엄마가 바로 알아들었다. 내가 옆에서 설명을 해주면 빨랐겠지만 깨달음의 한국어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 난 잠자코 엄마와 깨달음의 대화를 들었다. [ 이놈은 빵인갑네..] [ 카스테라 이무니다(입니다) ] [ 오,,카스테라,,,많이도 챙겨왔네.. 사오지 마라고 해도 징허게 말을 안들어 우리 깨서방이...버스 타고 오니라고 고생했을 것인디 얼른 밥 먹세~] 하네다공항이 아닌 나리타공항으로 가기 위해 새벽 5시에 집.. 2017. 11. 29.
일본인이 좋아하는 한국 대중음식 지난 3월 한국관광공사가 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인 8만명을 대상으로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대중요리, 한국의 B급 구루메 콘테스트를 열어 베스트 텐을 공개했다고 한다. B급 구루메는 길거리 음식을 칭하는 말로 저렴한 가격으로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음식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그 결과, 1위가 김밥, 2위가 닭강정, 호떡, 계란빵, 쭈꾸미볶음, 부대찌게, 곱창, 빈대떡, 짜장면, 떡볶이 순으로 나왔다. 이런 조사결과가 있었는지 난 몰랐는데 깨달음이 오늘 자기 타블렛으로 뭔가를 검색하다가 발견했다고 계란빵이 뭐냐고 물었고, 자기는 안 먹어봤다고, 왜 자기가 안 먹어본 음식이 있는데 가르쳐 주지 않았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 ............................ ] 닭강정.. 2015. 8. 19.
남편의 식욕이 멈추지 않는 이유 지난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 우린 이른 저녁을 먹었고 엄마는 바로 저녁예배를 보러 가셨다. 저녁 9시무렵, 엄마가 곧 돌아오실 시간이 가까워질 시각,,, 거실에 앉아있던 깨달음이 수조 옆에 놓인 배달전용 카다로그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뒤적 뒤적하더니 어머님이 몇 시쯤 들어오시냐고 묻길래 9시 40분쯤이면 오실 거라 했더니 입이 심심하다면서 통닭 시켜 먹자며 나한테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한국에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되도록이면 깨달음의 모든 요구를 들어 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알겠다고 양념과 후라이드를 반반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에 맥주 있는지 확인해 보라면서 없으면 다시 통닭집에 전화해 맥주도 사오라는 말을 해달라고 했었다. [ ....................... ] 30분후, .. 2015.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