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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11

지금 남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8월 15일, 이곳은 추석이었지만 우린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실은 11일부터 연휴였고 언제나처럼 공휴일에 연연하지 않고 우린 자신의 시간에 충실했다. 어딘가를 가고 싶은 마음보다 질식할 것 같은 폭염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게 컸었다. 몸에 수분을 모두 말려버릴 듯 내려쬐는 태양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집에서 보양식을 먹으며 나름의 피서를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마음 한켠엔 언제 요양원에서 전화가 올지 몰라 대기조처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심란한 마음으로 놀 기분이 아니였음이 더 솔직할 것이다. 매일처럼 전화를 하시고 곧 죽는다, 곧 죽는다 하시던 아버님이 급하게 입원을 하셨다. 퇴원하시고 지금 안정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연휴 시작되던 날 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어젯밤, .. 2022. 8. 17.
시아버님이 하신다는 이별연습 아침 6시, 잠결에 바스락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신문까지 챙겨들고 모든 준비를 마친 깨달음이 손을 흔든다.[ 일어났어? 갔다올게 ][ 응, 어머님 아버님께 안부 전해 줘 ][ 알았어. 내일 늦게 돌아올 거야 ][ 음, 조심해 ]나고야 출장을 가는 길에 시댁에 간다고 했다.나도 같이 가면 좋았을텐데 나는 요즘 할일이 많다. 정신없이 오전시간을 보내고 간단히 점심을먹는데 깨달음에게서 현장사진과함께된장나베우동을 보내왔다.월요단식을 하고나서부터 식단에 신경을많이 쓰고 있는데 워낙에 면을 좋아하는깨달음이 나고야의 명물인 된장우동을뿌리치지 못하고 먹게 되었다며 맛은 좋은데괜한 죄책감이 들더라고 했다.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넘어 버스를 탔다는 깨달음은 많이 피곤해 했다. 한숨 자라고 했더니 도면체크를해야.. 2019. 10. 14.
시아버지가 자식에게 미안했다는 그 기억 호텔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깨달음은오랜만에 보는 메뚜기가 신기하다면서쪼그려앉아 사진을 찍었다.핸드폰을 가까이 대면 댈수록 메뚜기는 저 멀리 도망을 쳤고 깨달음은 그 뒤를 밟으며자신이 찍고 싶은 각도를 찾느라 이리저리 움직였다.아직도 한 낮이면 기온은 32도까지 올라가고 있지만 메뚜기가 보인다는 건 가을이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는 신호였다. 요양원에서는 아침식사를 마친 두분이서우리가 오는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오셨다.아버님 방으로 옮겨 두 분께 용돈을 드리고필요한 게 또 있는지 여쭤 보았다.아무것도 필요없다시며 집에는 가봤냐고 물으셨고 깨달음은 안 갔다고 이제 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래,,갈 필요가 없겠지..쓸만한 것들은다 뺐어? 앨범이랑 그릇같은 것, 기모노는? ][ 그릇같은 것도.. 2019. 8. 24.
남편에게서 시아버지가 보일 때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 근처에 있는호텔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우린 도쿄로 돌아오기 전에 다시 인사를 드리러 갔다.하룻밤 더 있으면서 못다한 집안정리를더 해야하는데 시간적으로 여의치않았다.때마침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시려는 중이여서기다리려고 하는데 아버님이 당신은 식사를안 해도 된다면서 방으로 다시 휠체어방향을 돌리셨다. 전날 못 드린 것들을 전해드리고 깨달음이 앞 마당에 핀 꽃들, 그리고 금귤이 얼마나 열렸는지 사진으로 보여드리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밤쿠엔을 드렸더니전날 우리들이 사다놓은 먹거리들도많은데 뭘 또 사왔냐며 미안해 하셨다.[ 빨리 가거라. 그리고 고맙다 ][ 아버님, 또 올게요 ][ 그래,,케이짱,,내가 고마워하는 거 알지? ][ 아버님, 이제 그런 말씀 마세요자주 못 .. 2019. 5. 17.
일본 시아버지의 부탁을 들으며 지난 화요일, 시아버님이 폐렴과 심부전으로 응급실에 가셨다는 서방님의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담냥염 치료도 함께 했는데 바로 안정을 찾았다고 괜찮다는 메일을 주셨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시골에 내려갈 준비를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진짜 안 내려와도 된다는 연락을 또 주셨다. 퇴근한 깨달음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특별한 것 없다며 위독한 게 아니니까 올 필요없다는 서방님의 말을 똑같이 전했다. [ 그래도 주말에 잠깐 다녀와야겠어 ] [ 응 ,, 알았어 ] [ 아니, 당신은 안 가도 돼. 일 있잖아 ] [ 그래도 가야지] [ 아니야, 나만 잠깐 얼굴만 보고 올거야 ] [ 나도 가야되지 않아? ] [ 당신이 이번에 없으면 안 되는 일이잖아.. 2019. 3. 19.
삶의 자세가 남다른 일본 시부모님 깨달음이 옷가지를 챙기고 있었다.시댁에 가기 전에 나고야에서 미팅이 있어새벽 첫차로 떠나야했다.[ 난 미팅 끝나고 오후쯤에나 시간이 될거야,당신은 시간 맞춰서 와,,..][ 응,,알았어, 가지고 갈 것은 다 챙겼어? ][ 응 ][ 아침에 일어나지 마~나 그냥 갈테니까 ][ 알았어..] 혼자 타는 신칸센은 특별한 기분을 준다.이렇게 그린석을 탈 때면 노트북을 펼쳐놓고프레젠 연습을 했던 그 때가 떠오르고 가끔 내다보는 창밖의 풍경은 사뭇한국과 별반 다름 없음을 느낀다. 미팅이 끝난 깨달음과 나고야역에서 합류한 우린바로 버스에 올라 2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깊은 잠에 빠졌다.시댁에 도착해 바로 현관입구에 가방을 넣어두고 벌레 퇴치약을 뿌렸다.시부모님이 집을 비운지 6개월이 되어가다보니점점 폐허처럼 변해가는 집.. 2018. 4. 18.
일본 시어머니를 존경하는 이유 나고야에 가는 동안,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난 음악을 깨달음은 바로 도면을 펼쳐놓고 설계를 했다. 오늘 스케쥴은 나고야에 신축예정인호텔부지 견학과 완공된 호텔에서숙박을 하기 위함이였다. 신축호텔인만큼 입구에 축하화환들이즐비하게 늘여져있고베테랑 스탭이 긴급 투입되었다고 하더니아주 친절하고 능숙한 체크인이 이루워졌고기존의 비즈네스호텔과는 다른 신감각적인느낌이 전반적으로 풍겼다. 방에 들어갔더니 침대가 좀 높은 감이 있어물었더니 침대밑으로 캐리어를 넣을 수 있는공간을 만들기 위해 침대높이를 약간 높게 조절했다고 한다.그리고 샤워실도 바로 위에서 내려오는 천장샤워기를 설치했다고 내게 어떠냐고 묻는다.[ 음,,좋은데...] 그리고 새로운 부지에 가서 열심히뭔가를 체크하며 혼잣말을 하는 깨달음..이마살을 찌푸리며 조.. 2017. 11. 14.
못다 부른 아빠 이야기 아빠가 치매 진단을 받은 건 16년전이었다. 내가 일본 유학을 오기 전 마지막으로 모시고 갔던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해마다 한 번씩은 한국에 가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빠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건 진단을 받고 8년 후였다. 한국에 갈 때마다 병실에 누워 계시는 아빠 얼굴에 내 얼굴을 갖다 댔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아빠가 싫어하셨다. 그래도 난 사랑에 굶주린 아이처럼 아빠의 볼을 만지고 아빠의 이마와 귓가에 뽀뽀를 해드렸다.“엄마, 아빠 냄새 그대로다.”“그대로냐? 오늘 샤워도 안 시켰는디 냄새 안 나냐?”“응, 지금 아빠 냄새가 너무 좋아.”어릴 적에 맡았던 아빠 냄새가 병상에 계셔도 그대로인 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 아빤 술, 담배도 못하셔서 친구들과 어울려 .. 2016. 11. 1.
날 부끄럽게 하시는 우리 시부모님 어머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특별한 날은 아니였다. 그냥, 이 꽃장식을 보니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 샀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번 신정 때 시댁에 가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려서 샀다. 그리고 백화점에 들러 봄 마후라를 샀다. 시아버지, 시어머님, 그리고 친정엄마 것까지... 우린 뭔가를 살 땐 꼭 이렇게 3개씩 산다. 전화도 자주 하는 걸 불편해 하시는 시부모님이여서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데 오늘은 겸사겸사 전화를 드렸다. 반갑게 받아 주시는 우리 어머님.. 지난 1월 신정 때 전화드리고 3개월만이다. 깨달음이 지난주 오사카 출장 갔을 때 같이 가서 어머님께 잠깐 들릴려고 했는데 내 스케쥴이 맞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자 괜찮다고 일이 우선이니 일부러 올려고 말라시며 집 구하기는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 2015. 3. 19.
신년, 양가 부모님께 들은 새해 덕담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올 한해도 건강하시라고 그리고 우리가 이사하게 되면 동경으로 한 번 모실테니까 몸 관리 잘 하고 계시라고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설교?를 시작하셨다. [ 올 해는 아프지 말고 건강에 특별히 신경을 써라잉~ 글고 더 올라갈라고도 허덜말고(하지말고), 지금 현재를 중요시해라~잉 남들하고 비교하고 말것도 없고 너는 너대로 지금을 만족함시롱 살아야쓴다~ 안 되는 일을 애간장 태워감시롱 속 썩을 필요도 없어야~~ 너도 할만큼했응께 인자 그만 마음을 접어부러~! 사람은 하고싶은거 다~ 하고 못산다잉~~그것이 인생인 것이여~ [욕심]을 버리는 게 제일 편하게 사는 방법이다잉~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믄 한도 끝도 없어야~~ 긍께 버려라, 버리는 것이 니가 편해지는 길이다잉~ 미련을 못 버리고 계.. 2015. 1. 5.
그저 감사하기만 한 우리 시어머니. 시댁에 도착,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아버님만 계셨다. 방금까지 계셨다던 어머님이 어디를 가셨는지 뒷마당에도 안 계셨다. 깨달음과 어머니 찾으러 간 집 앞 대형 슈퍼. 갈 곳은 이곳 밖에 없다고 깨달음이 휙 한 번 둘러보더니 바로 어머님을 찾아 낸다. 우리가 느닷없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오셨단다. 저녁은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고기파티를 하고, 식사를 끝내고 깨달음이 지난 2월 한국에서 찍은 우리 가족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설명해 드렸더니 아버님이 한국에 가고 싶다고 그러셨다. 20년 전에 제주도를 가신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다고 서울에 가서 서울타워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고 그러시자 우리 어머님은 만약에 한국에 갈 수만 있다면 한복집에 한 번 가보고 싶으시단다. 그러자 깨달음이 한.. 2014. 3. 24.